Never Ending Story
1.
오랜 시간 동안 내 일상과는 아무 상관없던 사람. 그저 한때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가볍게 치부했던 그 사람. 그런데 왜 그가 떠난 게 나는 이토록 슬플까. 그런 이의 부재가 고통스럽다는 건 곧 사랑했다는 반증이고, 주룩주룩 흘리는 눈물의 양은 결국 내가 줬던 마음의 깊이라는 걸 깨닫는다.
상실의 슬픔은 저 깊이 묻힌 사랑을 발견하게 했고, 보고 싶고 그리워할수록 그것은 자꾸만 반들반들 빛이 난다. 어린 날에 좋아했던 마음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진심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토록 뒤늦게야 깨달았다.
2.
문득 살아가는 게 서늘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이런 이별을 얼마나 더 겪게 될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를 많이 좋아했던 2005년을 떠올렸다.
캄캄한 방, 스탠드 조명만이 책상 위를 비추고, 한켠에 놓여있는 라디오에선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제집을 풀다만 채로 그 소리를 들으며 설레어하던 어린 여학생과,
근처에 누워 쌔근쌔근 잠자던 강아지.
20년이 지난 나는
지금은 없는 강아지와 그를 떠올리며
엉엉 울고야 말았다.
3.
마음은 3월에 멈춰있는데 시간은 잘도 흐른다. 이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먹고, 잘 자고, 일상도 살아낸다. 그치만 여전히 슬프고 아픈데 할 일은 해야 하고, 사람을 만나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할 때마다... 사실은 이질감을 느낀다.
봄이 지나서야 엄마에게 말을 꺼냈다.
나의 그 시절을 옆에서 지켜본 이에게,
“엄마, 사실 나는 마음이 3월에 멈춰있어” 하고 말했다.
4.
그 시절을 옆에서 지켜본 또 다른 이가 있다. 친구를 만나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를 애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나조차도 혼란스러웠던 이 감정을, 친구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주었다.
네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청 좋아했던 가수잖아.
고마운 친구의 마음.
그 따스한 곁에서 나는
첫사랑을 잃은 사람처럼...
5.
그렇게 매번 감탄하던 자연. 예쁜 산 능선과 잔잔한 호수를 봐도, 어여쁜 꽃들을 봐도 감흥이 없다. ‘존재'는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거구나. 그냥 살아있는 것 자체가 소중한 거구나. 그런 존재를 잃고 나니, 자연도 그저 그렇게 보인다.
많이 아팠다가 괜찮아진 동생을 떠올리며 엄마는 그때 이후로 모든 것에 크게 즐겁지가 않다고 했다. 삶의 의미는 그냥 살아있는 것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사랑하는 존재를 잃을 뻔했던 엄마의 고백이, 그런 존재를 잃어버리고 나니 마음을 파고든다.
6.
익숙한 이별노래들의 가사가 새롭게 들린다. 실제로 이별을 했을 때보다 더 사무치고 애틋하게. 며칠 전, 천변을 달리러 나가는 길에 아이유의 새 꽃갈피 앨범을 틀었다. 1번 트랙 '빨간 운동화'를 감상하며 몸을 풀며 걷다가, 2번 트랙에서 나는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말았다.
너는 떠나며 마치 날 떠나가듯이
멀리 손을 흔들며
언젠가 추억에 남겨져 갈 거라고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힘겨워 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여
Never Ending Story,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