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나이 서른을 앞둔 해 2년 전,
예전 출장으로 갔던
이스탄불을 제외하곤
생전 처음으로 가보게 되는
유럽을 위해 출국 계획을 세웠다.
아홉 수가 조금 일찍 찾아왔었는지
유독 힘든 해를 보냈던
스물일곱과 스물여덟의 나.
그런 내게 그림은
하루하루를 지탱하게 해주는
진통제와 같은 것이었다.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기에
얼굴은 이런 구도와 공식에 맞춰
잘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을 느끼고
조금 더 잘 기억하고 싶어
그날의 이벤트를 생각날 때마다 그렸다.
소소한 그 날의 런던을
한 번쯤 지나쳐봤던 사람들과
혹은 앞으로 지나쳐갈 사람들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