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아픈 것도 사치
해외에서 아프면 서럽다고들 한다.
타지에서 내 몸 하나 봐줄 이가 없는 서러움은
이로 말할 수 없이 서럽긴 하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고
일 끝난 후 집에 와서 밥을 해 먹어야 하는
이에겐 아파하는 시간도 사치일 수 있다.
영국 국민 감기약 렘십(LEMSIP)을
따신 물에 한 잔 타 먹어도
이놈의 몸살감기는 날 것 같지 않아
쌍화차와 비타민 C 보충을 위한 귤을
한인 마트에서 공수해왔다.
가만히 있으면 몽롱한 정신이
우울한 늪으로 더 빠져들 것 같아
며칠 전에 사두었던 포켓 사이즈의
스케치북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날의 나는 아파서 골골거리면서도
힘든 것을 잊기 위해
쌍화차와 귤 하나를 그리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훗날 이런 날도 있었지 하며 소소하게 웃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