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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화 May 19. 2024

金粉世家 | 금분세가, 설자(1)

张恨水 | 장한수

楔子

燕市书春奇才惊客过

朱门忆旧热泪向人弹


설자

연시에 있는 서춘 기재는 오가는 사람을 놀라게 하고

부잣집은 옛 시절을 생각하며 눈물 흘리네


人生的岁月,如流水的一般过去。记得满街小摊子上,摆着泥塑的兔儿爷,忙着过中秋,好像是昨日的事。可是一走上街去,花爆摊,花灯架,宜春贴子,又一样一样地陈设出来,原来要过旧历年了。

인생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길거리의 노점상들이 진흙 토끼를 내놓고 중추절을 보내기 바빴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길목을 들어서니 폭죽, 꽃등, 춘련들이 줄줄이 진열되어 있었다. 춘절이구나.


到了过年,由小孩子到老人家,都应得忙一忙。在我们这样一年忙到头的人,倒不算什么,除了焦着几笔柴米大账,没法交代而外,一律和平常一样。到了除夕前四五日,一部分的工作停反,觉清闲些啦。

춘절이면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당연하게 바빠진다. 우리같이 1년 365일 쉼 없이 달리는 사람들은 그냥 뭐 일상필수품에 안달이 날뿐, 평일과 다를 바 없다. 섣달그믐날 전 4~5일은 일을 멈추기 때문에 오히려 한가하다.


这日是废历的二十六日,是西城白塔寺庙会的日子。下半天没有什么事情,比便想到庙里去买点梅花水仙,也点缀点缀年景。一起这个念头,便不由得坐车上街去。

이 날은 음력 26일, 시청 백탑사 묘회의 날이다. 오후 반나절 동안 할 일이 없어 사당에나 들러 매화수선을 사다 설날 분위기나 내볼까 했다. 이 생각이 들자 차 타고 길거리를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到了西四牌楼,只见由西而来,往西而去的,比平常多了。有些人手上提着大包小件的东西,中间带上一个小孩玩的红纸灯笼,这就知道是办年货的。再往西走,卖历书的,卖月份牌的,卖杂拌年果子的,渐渐接触眼帘,给人要过年的印象,那就深了。

서사패루에 도착하니,  서쪽에서 오고 서쪽으로 향하는 무리들이 평일보다 많아졌다. 어떤 이는 양쪽에 작고 큰 가방을 들고, 어린아이의 홍등장난감을 끼고 있는데 딱 봐도 설선물이었다. 더 서쪽으로 가보니 역서며 월분패며 밀전이며.. 춘절 분위기가 점점 짙어졌다.


快到白塔寺,街边的墙壁上,一簇一簇的红纸对联挂在那里,红对联下面,大概总摆着一张小桌,桌上一个大砚池,几只糊满了墨汁的碗,四五只大小笔。

백탑사에 거의 도착하자 길거리의 벽에 붉은색 종이의 춘련이 걸려 있었다. 춘련의 아래쪽에는 작은 책상이 놓여 있었고 책상 위쪽은 큼지막한 벼루와 갈려진 먹이 몇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네다섯 자루 붓도.


桌子边,照例站一两个穿破旧衣服的男子。这种人叫做书春的。就是趁着新年,写几副春联,让人家买去贴,虽然不外乎卖字,买卖行名却不差,叫做书春。

책상 옆쪽은 늘 그렇듯 한두 명의 낡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는데 이 사람들을 서춘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이들은 설날에 사용할 춘련을 몇 장 쓰고, 오가는 사람들이 이 춘련을 사서 집에 붙이는 거다. 글자 팔이나 다름없지만서도 품행이 그리나쁘지 않은 게 바로 서춘이다.


但是这种书春的,却不一定都是文人。有些不大读书的人,因为字写的还像样些,也做这行买卖。所以一般人对于书春的也只看他为算命看相之流,不十分注意。就是在下落拓京华,对于风尘中人物,每引为同病,而对于书春的,却也是不大注意。

근데, 주의할 것이 이걸 하는 사람이 문인은 아니라는 거다. 공부라는 걸 별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서예의 기교가 있어 서춘을 하며 돈벌이를 한다. 그러다 보니 대게 서춘을 사주쟁이나 관상가 정도의 부류로 묵언하며 집중하여 보는 경우가 없다. 이런 낙척한 곳에서 밤생활을 하는 하층 인물도 동병상련이지만 서춘에 대해서는 유의하지 않는다.


书春-서춘: 중국 설날, 즉 춘절에 춘련을 쓰는 사람 또는 직업

奇才-기재: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

燕市-연시: 당시 민국시대, 중국 허베이 성에 있는 도시 (오늘 날 베이징 수도 근처)

朱门-부잣집: 붉은 칠을 한 대문, 부잣집을 일컫는 말

中秋节-중추절: 중국의 추석

春节-춘절: 중국의 설날

春联-춘련: 중국에서 빨간 종이에 대구를 적어 문,기둥 등에 붙이는 풍속

月份牌-월분패: 한 달에 한 장씩 떼어 낸 달력



** 후기

저작권 지난 중국 작가 장한수(张恨水)의 소설 - 금분세가(金粉世家)

문뜩 궁금해졌다. 어릴 때 드라마로 보던 금분세가의 가슴 시린 현실과 사랑과 한 가문의 흥망성쇠의 이야기.

어린 게 어떤 감정으로  40부작 드라마 보는 내내 마음 조이며 보았었는지, 어른들 몰래 눈물 훔치며 보았었는지 궁금했다. 드라마는 상업용으로 제작되다보니 원서보다 예쁘게 각색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드라마의 원서가 더 궁금해졌다. 장한수 작가는 중국 민국시기(1912년-1949년)를 온전히 거친 소설가로 꽤 많은 소설을 집필헀다. 특별한 지점은 이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그 시대 배경의 가족, 사랑, 사람과 사람의 시대적 예민한 감성을 다뤘다는 것이다. 검색해 보니 아직 원서는 한글로 출판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원서를 보며 한글로 옮겨보기 시작했다. 백년 이전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보니 어려운 표현과 언어들이 정말로 많았다. 틀린 표현이 없도록 단어를 고르고 또 고르며 정확성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더 노력해야 할 구석들이 아직도 너무 많지만 말이다.


서춘이라는 직업을 오늘 이 원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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