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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21. 2023

너는 이미 죽어있다.

잘못을 돌이킬 수 없다고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버틸 텐가?

아주 오래된 무협만화의 한 장면을 보면 이런 장면이 꼭 등장한다.

절세 고수를 알아보지 못한 피라미들이 주인공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덤벼들자 주인공이 툭 내뱉듯 말한다.


"섣부르게 목숨을 담보로 까불지 마라."

그러면 언제나 악당 피라미들은 그를 비웃으며 자신들이 늘 해왔던 패턴대로 돈을 내놓으라던가 오늘도 엉뚱한 놈이 하나 죽겠구나라던가 헛소리를 내뱉고 덤벼든다.

그때 주인공은 늘 딱하다는 표정으로 칼을 뽑기 전에 읊조리듯 말한다.


"꼭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녀석들이로구나."


이 유치한 클리셰는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늘 반복되었다.


최근 허접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또 천만을 넘겨버린 <범죄도시 3>에서 마석도와 처음 만나 상대를 가늠하지 못하고 늘 하던 대로 거들먹거리며 문신을 내밀다가 한 방에 혼절해 버린 초롱이가 바로 그 사례, 되시겠다.


몇 년 만에 매일같이 올리던 글을 어제 올리지 않고서 이런 객쩍은 소리를 하느냐고 묻고 싶은가?

하긴 내가 매일같이 글을 올리는 지조차 궁금해하지 않을 이들이 더 많은데 내가 혼자서 오버하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이 오래된 클리셰를 언급하는 것은 현실에서 이 패턴이 늘 반복되는 것이 이제는 지치다 못해 아주 넌더리가 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버젓이 강남 한복판에서 대형 건설사의 이름으로 일개 현장 직원 따위가 호가호위하며 거들먹거리고는 공사 소음에 대한 보상을 회사 차원에서 해드린다면서 말장난을 하며 시간을 끌다가, 드디어 공사가 끝나자 안면을 바꾸고서는 무슨 보상이냐며 그 밑바닥을 드러냈을 때 나는 분명히 그에게 먼저 제안 아닌 제안을 했다.


"너는 이런 일이 처음이겠으나 나는 매번 아주 지겹도록 겪는 패턴이다. 나는 이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 분명히 너희 회사에 책임을 물을 거고, 지금이라도 네가 잘못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면, 그리고 회사차원에서 그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모두는 고사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게는 절차대로 보상하라."


그는 비웃었다.


물론, 그가 비웃는 데에는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내가 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하자, 서울시 관할이라며 서울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때 위원이랍시고 구성된 대학교수니 변호사니 건축사니 하는 것들은 대개 대형 건설사의 약발을 받고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문제를 덮으려 들었다.

https://brunch.co.kr/@ahura/22


인간이라는 동물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공포를 감당하지 못한다.


이제 현장소장 밑에서 그런 민원을 처리하고 보상문제를 틀어막았다고 거들먹거리던 자는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 회의에서 나를 비웃으며 위원장이 회사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세대에 60만 원이라도 드리고 합의할 것을 제안했을 때도 원칙대로 해달라고, 회사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며 단호히 거절하고는 키득거리며 자리를 떴다.


대개 그가 이제까지 경험했던 끝은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을 사용치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해당 대형 건설사에서 수억 원의 공돈을 받으며 사외이사로 있는 판사출신 로스쿨 교수 선배에게 연락을 취해보기도 했고, 나름 대학 교수랍시고 사외교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 내 네트워크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만약 이 선에서 사과하고 보상처리하지 않으면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을 볼 턴데 그러면 회사의 손해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더랬다.


그들 모두는 마치 나의 행동이 돈키호테의 그것인 양, 그건 자신들이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라거나 아예 연락을 받지 않는 후안무치함으로 덮었다.


결국 다시 환경부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재심'이라는 용어자체가 무심하게도 담당 공무원이라는 사투리 심한 아줌마는 대놓고 '1심과 결과가 다를 게 하나도 없을 건데요.'라며 '그냥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하시면 신청료 2만 원은 제 돈으로라도 드릴게요.'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그녀가 자신의 쌈짓돈을 내놓으면서까지 내게 중간에 이것을 그만두라고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https://brunch.co.kr/@ahura/254


그녀의 반백년 넘는 경험치로도 이렇게 난리를 부려봤자,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된, 폭파시공으로 인한 명백한 배상이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거주민들 중에서 어느 한 사람도 보상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고지하고, 내 건이 무시되고 넘어가게 된다면 정식으로 모든 당시 거주민들에게 연락을 취해 법적 절차를 거쳐 대형 건설사에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하였다.


건설사 담당과 담당 공무원은 그럴 수 없을 것이라며 비웃고 기어코 재심의 결과도 1심의 결과와 다르지 않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그들은 정말 그것이 끝이라 여겼을 것이다.


나는 기어코 2개월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 혼자서, 당시 거주했던 이들 모두에게 법적인 동의서를 받고 건설보상 전문 로펌의 변호사를 통해 대형건설사에 보상을 청구했다.


청구금액만 3억 원이 넘어갔다.


이미 서울시에서 내 사안에 대한 1심 판단 과정중 당시 폭파시공이 있었고, 그 시공으로 인해 당시 거주민들에게 보상이 이루어졌었어야 함이 공식적인 문건의 증거로 남아 있기에 졸지에 수익을 얻게 된 변호사만 입이 찢어졌다.


만약 처음 문제를 해결했어야 할 건설사의 현장 담당 직원이라는 녀석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한 세대당 60만 원의 합의금으로 1심에서 내게 사과를 했다면 나는 그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었다.


건설보상 전문 변호사에게 내가 물었더랬다.


"아니, 내가 그렇게 진짜 이렇게 집단보상청구 한다, 한다 했는데, 3억이 넘는 보상금을 토해내야 하는 지금 상황을 그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요? 본사 민원실, 법무담당, 사외이사들에게까지 그렇게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경고했는데 왜 그들은 그때 사과하고 일을 얼른 무마하지 않았을까요?"

"교수님. 제가 이쪽 일을 계속해오지만, 그들에게 3억은 그리 큰돈이 아닙니다. 게다가 회사의 돈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그걸 조속하고 원만하게 처리하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만약 일이 이렇게 커져서 3억 원이 넘는 보상금이 나가게 되면 그냥 나가는 겁니다."

"그게 정상인가요?"

"글쎄요. 말씀하시는 정상이 오너의 입장이라면 뚜껑이 열리겠죠. 그런데 제가 이제까지 이 관련 소송들을 처리해 오면서 느낀 것은 일이 이렇게 커지기 전에 뭔가 원만하게 미연에 처리해야 한다고 나서거나 그렇게 일처리 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외교부 산하 재단의 채용비리가 방송 보도와 다수의 언론에 터지고 나서도 그들은 버젓이 그들의 홈페이지에 기자들이 피상적으로 잘못된 이해를 한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궤변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https://brunch.co.kr/@ahura/1654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하고, 이제 명백하게 사법처리 대상이 되면 그들은 어쩌면 평생 일해왔을 직장에서 잘리는 것은 고사하고 이른바 콩밥을 먹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있음에도 '정정당당하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우리의 무죄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하더라.


채용조건에 나온 전공분야와 학위에 대한 조건이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황당한 논리를 펼치면서 그것은 그저 일반적인 요건들 중의 하나뿐이라고 했다.


관련 보도를 했던 기자 한 명이 어이가 없다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궤변이 정말로 맞다면, 그 여러 가지 일반적인 요건 중에서 '65세 이하인 자'라고 나온 것이 있는데, 70이든 80이든 지원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은 거잖아요?"


박장대소가 터졌어야 할 아재 개그였지만 그나 나나 씁쓸한 미소만을 머금을 뿐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보도에 나온 '무자격자'라는 용어 자체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정말로 그들은 자신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십수 년간 단 한 번도 이런 지적이나 폭탄을 맞아보지 못했기에 이것이 불법이라고 인지조차 못하는 걸까? 오하려 내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란, 자신들이 다수라고 하여 절세고수 주인공에게 덤벼들어 그를 죽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자신의 수준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의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하는 하수에게는 찾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이 그렇게 방약무인하게 깝작거리다가 그에 합당한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임을 알았더라면 그들은 결코 그렇게 나대지 못할 것이다.


공무원도 아니면서 외교부 낙하산들을 상사로 모시며 공공기관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도 외교부 공무원인 양 이것저것 코스프레하고 누리고 싶어 하던 그들의 생활을 내가 단칼에 끝내게 만들고, 졸지에 그들을 범법자로 만들어 감옥에 넣는 결과를 보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끝이 명확히 보임에도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한 것이 없고,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큰소리치는 것을 보는 것은 더욱 곤욕스러웠다. 이제 내게는 너무도 익숙해버린 패턴이 되어버린 그들의 마지막 대사가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되잖아요. 지금이라고 그냥 없던 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뺑소니 사고를 신고한 나를 버젓이 피의자로 만들고, 상대방 차량의 동승자가 초동 진술조서에 2명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버젓이 뒤에 노부모가 동승했다면서 거짓진술을 하고 보험사에 인피접수를 하는 자도 그렇지만, 그런 그의 보험사기를 인지하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경찰이랍시고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자들은 단 한 번도 직무유기로 고소를 당해, 자신이 한 범법행위로 옷을 벗게 되는 것을 넘어 범죄자가 되는 일을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ahura/1653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주인공의 대사처럼,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는 자'들은 지적 인지 수준이 인간이라고 봐주기에는 그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지 않은가?


매번 자신의 잘못이 수사를 통해 명백하게 죄라고 밝혀져 법원에서 형을 받고 감옥에 가야만 그때 가서 눈물을 흘리며 인정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은 아니지 않을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누구나가 기사를 읽어도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부끄러운 세금 도둑질이었다면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북두신권>의 켄시로에게 수십수백 대의 주먹을 맞고서도 자신이 살아있다며 키득거리는 악당들에게 켄시로는 허무한 눈빛으로 말한다.


"너는 이미 죽어있다."

그리고 악당의 몸은 펑펑 터져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자신이 이미 죽어있는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아무리 말해줘도 그들은 알 리가 없다.


당신이 그들의 부류가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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