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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12. 2022

아르마냑(Armagnac)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브랜디(Brandy) 이야기 – 8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02


2. 아르마냑(Armagnac)

프랑스 남서부 아르마냑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브랜디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반드시 단식 증류 두 번을 거칠 것이 규정된 코냑과는 다르게 증류 방식에 대한 제한이 없고, 대부분 연속 증류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아르마냑(Armagnac)은 어떤 술인가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증류를 시작한 지역의 원조는 사실 아르마냑(Armagnac)이었다. 꼬냑보다 역사가 150년가량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지도면에서는 이후 마케팅의 이유여서였는지 꼬냑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꼬냑 지역은 해안을 끼고 있어 완성된 술을 수출하기 용이한 지형적 유리함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르마냑은 내륙 지방이라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 유통 비중이 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높은 인지도와 중국인들의 사재기로 가격이 하늘로 치솟는 꼬냑과 다르게 가격대가 크게 부담되지 않은 편이라 오리지널 프랑스의 브랜디를 거품 없는 가격으로 만나기에는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것이 브랜디 마니아들만의 비밀 아닌 비밀, 되시겠다.

이미 장사가 된다고 판단되어 대기업들의 손이 가닿지 않은 곳이 없는 꼬냑과 다르게 대부분 중소규모 업체들 위주로 판매자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중소기업이라고는 했지만 대대로 아르마냑 지역의 농부들이 자신들이 재배한 포도와 임대한 증류기로 직접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마냑 또한 꼬냑처럼 AOC 사무국인 BNIA(Bureau National Interprofessionel de l'Armagnac)가 있는데, 꼬냑보다 상대적으로 규정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맛의 편차가 큰 것이 맹점이다. 물론 ‘아르마냑’이라는 이름을 걸고 출시하는 제품들이니만큼 다들 기본적인 퀄리티는 보장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꼽는 유명한 증류소와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가 꽤 큰 편이다.


흔히 꼬냑에 비해 다소 남성적이고 느끼한 맛이 난다고 하지만, 가볍고 산뜻한 꽃향을 선호하는 꼬냑(특히 카뮤)의 맛과 향에 비해 아르마냑이 좀 더 묵직하고 거친 건자두와 건포도의 향이 강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꼬냑의 나긋나긋함에 익숙한 이들이 그렇게 표현하는 것뿐이다.


연속식 증류기를 대개 한 번만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증류기에서 나온 오드비 원액의 도수가 다소 낮은 편이라 장기 숙성이 힘든 경우가 많지만, 원액의 복잡 미묘한 향이 좀 더 잘 드러난다는 특성도 있다. 이 때문에 원액의 품질에 자신이 있는 업체들은 미숙성 오드비 자체로 출시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꼬냑과는 달리 와인처럼 빈티지가 있다는 것도 아르마냑의 큰 특징이다. 꼬냑처럼 여러 연식의 원액을 블렌딩해 VSOP, XO 하는 식으로도 많이 판매되기도 하지만, 단일 연식의 원액으로만 이루어진 빈티지도 구할 수 있으며, 증류를 한 번만 한다는 특성상 와인처럼 같은 회사 제품이어도 각 연식마다 맛도 조금씩 차이 나기 때문에 와인 쪽에 익숙한 이들은 와인의 방식으로 맛있는 연식을 찾아 마시는 정성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르마냑 지역은 세 군데의 지역으로(Bas-Armagnac, Ténarèze, Haut-Armagnac)으로 나뉘는데, 이 중 바아르마냑(Bas-Armagnac)산 브랜디가 가장 역사가 길고 맛에 대한 평도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샤보(Chabot)의 아르마냑이 많이 팔리고 있으며, 다르띠가롱그(Dartigalongue), 들로르(Delord) 등의 제품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XO 기준 가격이 30만 원대를 호가하는 꼬냑과는 달리 9만 원~10만 원대 초반의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이 특징이다.


아르마냑(Armagnac)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사이트는 아래와 같으니 더 많은 개별 정보를 알고 싶은 분은 참고하시길.


https://www.thewhiskyexchange.com/brands/spirits/355/armagnac


‘유령 브랜디’라는 게 있다던데, 그게 뭔가요?

프랑스에서 제조된 브랜디 중 흔히 ‘유령 브랜디’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 이름 없는 듣보잡 브랜드로 출시된 제품들인데, 병과 포장만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브랜디는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안 팔려서 처치가 곤란한 와인을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품질 자체가 상당히 떨어진다.


수준의 편차가 워낙 큰데 복불복이 심해 경우에 따라 꽤나 괜찮은 물건도 혹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겉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병 모양에 고급술이라고 착각해서 좋아라 했다가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유령 브랜디는 대개 XO 마크를 달고 있으나, 그 마크 자체가 법적인 구속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숙성 연수는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한국에서는 브랜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고, 술맛보다는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것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해 주류 판매점이나 남대문시장, 또는 군납 브랜디에 이런 유령 브랜디가 워낙 많이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명절 시즌에 마트에서 파는 선물세트에도 유령 브랜디가 버젓이 등장하곤 한다. 분명 XO라고 되어있는데 가격이 이상하게 저렴하고, 화려하다 못해 촌스러운 병과 포장을 채택하고 있으면 유령 브랜디일 확률이 매우 높으니 걸러낼 것. 요리에 사용할 싸구려 브랜디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걸 직접 사서 마시는 것은 100% 후회하게 될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실속 있는 맛있는 아르마냑이나 아르메니아 브랜디를 구매하여 마실 것을 권한다.


3. 아르메니아 브랜디

프랑스에서만 브랜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동구권에서도 만드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브랜디는 아르메니아의 브랜디이다. 아라라트산의 포도로 만들며 가장 유명한 ‘아라라트(Арарат, ArArAt)’라는 브랜드가 있다. 소련 시절부터 당원들 사이에 뇌물로 유명해서 품질은 이미 보증되어있다.

이외에는 ‘노이(НОЙ, NOY)’라는 제품도 유명하다.


브랜디임에도 불구하고 꼬냑의 인지도를 빌려 현지에서는 ‘아르메니아 꼬냑’이라고들 부른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사실 이렇게 부르게 된 것은 이건 프랑스 꼬냑의 명성에 묻어가려 것이 아니고 그냥 동구권에서는 옛날부터 원래 브랜디를 ‘꼬냑(Կոնյակի; коньяк)’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의 정세가 불안정하기도 해서 고급 브랜디의 경우 매우 품질이 좋지만 반대로 저급품의 경우 프랑스산 유령 브랜디보다 더 위험한(?) 수준의 알코올 폭탄인 경우가 많으니 눈길도 주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4. 피스코(Pisco)

피스코(Pisco)는 페루의 피스코 시에서 생산되는 포도 브랜디로 나무의 색이나 맛이 우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아리나 파라핀을 바른 컨테이너에서 숙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종류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35~43도 정도의 도수를 유지한다.


피스코의 역사에 대하여

원래는 마르나 그라파처럼 와인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발효액을 증류한 것이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와인을 바로 증류한다. 역사적으로는 페루와 칠레의 국경지역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에 양 국가 간의 원조 논란이 있다. 페루에서는 피스코 시가 있으니 이 지명을 딴 것이라고 주장하고, 칠레에서는 피스코의 어원을 따져가면서 이런 술(포도 증류주)을 남미에서 일반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양국의 피스코는 숙성 방식에도 약간 차이가 있으며, 이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칵테일, ‘피스코 사워’마저도 레시피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초에 피스코가 만들어질 때는 숙성용으로 쓸만한 오크통이 없었다. 대신 원주민이 사용하던 옹기 같은 토기 항아리에 숙성시켰고, 이게 전통으로 남아 현재도 색상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숙성 방식을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 숙성 기한은 3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보통의 피스코는 무색투명하며, 간혹 약간의 나무통 숙성 등을 거쳐서 황금색을 띠는 제품도 있다.


페루에서는 국민적인 술로 통한다. 마시는 방법은 거의 ‘피스코 사워’라는 칵테일의 형태로 소비된다. 굳이 비슷한 것으로 설명하자면, 브라질의 카샤사와 거의 유사하다. 카샤사 역시 브라질의 국민 술인데, 역시 ‘카이피리냐’라는 칵테일의 형태로 소비되는, 페루와 유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머스캣, 알비야, 이탈리아종의 포도를 주로 사용하며 청사과와 딱총나무 풍미를 띤다.

페루 피스코와 칠레 피스코는 어떻게 다른가요?

• 포도에 따른 차이


 페루 피스코는 품종 간의 블렌딩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칠레 피스코는 품종 간 블렌딩은 가능하나 양조장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야 한다.


• 증류법에 따른 차이


 페루 피스코는 싱글 몰트 위스키처럼 구리로 된 팟 스틸에서 증류해야 한다.

페루 피스코 샤워

 칠레 피스코는 구리 증류기와 다른 증류기에서 2회 증류된다.


• 숙성과 첨가물에 따른 차이


 페루 피스코는 증류 후에 맛이나 향, 냄새 심지어는 도수를 변화시키는 그 어떤 첨가물도 넣을 수 없다. 즉, 결정적으로 물조차 넣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숙성도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 스틸 등 특성을 변화시키지 않는 용기로 해야 한다.


◦ 칠레 피스코는 도수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오크통 등의 용기도 허용된다. 일반적으로 특성을 최대한 덜 변화시키기 위해 파라핀을 바르는 등의 처리를 하긴 하지만 강제는 아니다.

칠레의 국민술, 알도 델 카르멘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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