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술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Mar 13. 2022

포머스(pomace) 브랜디라고 들어보셨나요?

브랜디(Brandy), 그 마지막 이야기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04



5. 기타 브랜디


포머스(지게미) 브랜디

 마르(Marc)

정식 명칭은 ‘오드비드마(Eaux-de-vie-de-marc)’로, 와인용 포도를 짜서 와인용 주스를 만들고, 나머지 찌꺼기를 증류해서 만드는 브랜디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그라파(Grappa)’라고 부른다. 꼬냑 등과 함께 식후주 등으로 주로 마시며 요리나 칵테일 용도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라파(Grappa)

그라파 원료

어원은 ‘그라폴로(Grappolo)’에서 온 것으로, 이탈리아어로 ‘포도송이’를 일컫는 단어이다. 보통 와인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포도껍질, 남은 즙, 씨앗 등)를 증류해서 만든 증류주이다. 이탈리아에서 전통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보통 40도 이상의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백주와 유사하다 싶을 정도의 강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독특한 향과 원재료의 특성상 저질 제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꼬냑처럼 오크통에 숙성시켜서 만드는 제품도 있으며, 최근 전 세계적인 주류의 고급화와 와인 기술의 발전으로 포메이스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와인 양조 후의 부산물인 포메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그라파용 포도를 생산해 포메이스화 시켜서 발효 후 증류시키는 제품도 나오고 있다.


‘그라파’라는 명칭을 붙이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어권인 이탈리아, 산마리노, 스위스의 이탈리어권에서 만들어져야 하고 포메이스 발효 시 물을 절대 첨가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커피와 함께 마시기도 하는데, 아예 커피에 그라파를 탄 경우에는 적절한 커피라는 뜻의 ‘카페 코레토’라고 부른다. 다른 이탈리아의 전통주인 삼부카를 사용한 경우도 동일한 명칭으로 부른다.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고, 또 향과 맛 자체도 국내 취향과 거리가 멀어 유통되는 물건은 없다. 그라파 제품 중에서는 유난히 예쁜 병을 가진 것이 많아서 해외여행이나 출장이 잦은 이들이나 브랜디에 대한 상식이 좀 있는 이들의 집에 가면 술 장식장에서 우연히 볼 수 있다.


 지바니아(Zivania)

그리스어로는 ‘ζιβανία’ 혹은, ‘ζιβάνα’ 터키어로 ‘Zibaniya’라고 부르는데, 시니스테리(Xynisteri)와 마브로(Mavro) 포도로 만든 지역 드라이 와인을 혼합하여 증류한 사이프러스의 포머스 브랜디이다.


지바니아라는 이름은 사이프러스의 그리스 방언으로 포마스를 의미하는 지바나(zivana, 그리스어; ζίβανα)에서 유래되었다. 지바니아는 무색이며 가벼운 건포도 향이 난다. 알코올 함량은 다양하며 부피 기준 45%가 일반적인 값이다. 법에 규정된 대로 지바니아는 알코올 함량이 60%를 초과할 수 없다. 지바니아는 당분도 없고 산성도 없다.


이외의 포머스 브랜디로는 차차, 티푸로, 오루조 등이 있다.


• 애플 브랜디

 칼바도스(Calvados)

칼바도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통 증류주를 말한다. 브랜디의 하위분류로 취급되지만, 포도가 아니라 사과로 만든다. 포도 생산이 안 되는 칼바도스 지역에서 사과로 만든 시드르를 증류시켜 만들며, 알코올 도수는 40~45%로 꽤나 독한 편이지만 풍부한 사과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에는 포도 브랜디가 많기 때문에 칼바도스 같은 사과 브랜디는 하급 브랜디 취급을 받는다.


앞서 설명했던 유령 브랜디만큼이나 칼바도스도 이름 없는 곳에서 대강 만든 저질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숙성기간이 길지 않거나 저급품의 경우 발효 및 증류 시에 생긴 역한 향이 그대로 남아 입을 대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비닐 태우는 냄새가 난다고도 표현할 만큼 역한 냄새가 나는데, 구분하기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저질 제품에서뿐만 아니라 칼바도스를 비롯한 애플 브랜디가 가진 기본적인 진입장벽이기도 하다.


이는 사과가 가진 풍부한 에스테르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칼바도스가 포도 브랜디에 비해 하급품으로 취급받는 이유기도 하다. 때문에 고급 칼바도스라도 병을 딴 뒤 몇 주정도 에어링을 거쳐야만 본래의 향이 살아나는 점이 있으니 바로 마시는 실수를 하지 말 것. 간단하게 병을 따서 한두 잔 정도 마시면서 비닐 태우는 냄새에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도로 뚜껑을 닫아 몇 주간 그대로 뒀다 다시 마셔보면 향이 확 달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인의 사재기로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꼬냑에 비해, 칼바도스는 아르마냑과 더불어 최고급품도 그리 높지 않은 가격에 입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충분히 에어링된 칼바도스는 원숙한 사과의 풍미를 가지고 있어 마시기에도 아주 좋다.


잘 에어링하면 아주 좋은 향이 나기 때문에 오히려 그 풍미를 알게 된 경우에는 이후 칼바도스만 찾아 마시는 애호가들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칼바도스 자체가 인지도가 낮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오면서 수입 주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한국에서 판매되는 칼바도스의 종류도 제법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급품이 많았던 이유로 당연히 요리에도 쓰이는데,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역시 같은 사과를 이용한 요리, 주로 사과를 센 불에 익혀 캐러멜 라이즈 해서 먹을 때 사과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로 사용한다. 특히 도수가 높아서 플람베가 쉽다는 점 때문에 요리사들이 사과 졸임 요리나사과와 궁합이 맞는 폭찹에 매우 애용한다.


애플 브랜디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있다. 경북 문경의 이종기 마스터 블렌더가 만드는 사과 브랜디는 지역 특산물이다. 여기서 착각하며 안 되는 것은, 사과 브랜디가 칼바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그저 애플 브랜디라고 부르는 게 맞다. 칼바도스는 칼바도스 지역에서 나오는 애플 브랜디의 통칭이기 때문이다.


좁은 입구를 가진 유리병 안에 칼바도스와 사과가 통째로 들어간 채로 나온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비결은 이전에 중국 바이주와 같다. 사과꽃을 수정시킨 직후의 작은 열매에다가 병을 씌워 수확한 뒤 칼바도스를 붓는 것. 보기에도 독특하면서 아름답고, 보통 칼바도스보다 더 사과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에 마시기도 편하다. Pomme Prisonnière(갇힌 죄수)나 La Pomme d'Eve(이브의 사과) 등의 제품이 유명하다.


칼바도스도 꼬냑과 아르마냑처럼 아펠라시옹(Appellation)에 따른 여러 종류가 있다.


• 칼바도스 (Calvados)

아무 명칭도 붙지 않는 칼바도스는 노르망디에서 생산되는 사과 브랜디로, 본래의 칼바도스 지역 바깥에도 법적으로 생산 가능한 지역이 퍼져있다. 여러 아펠라시옹 중에서는 가장 규정이 느슨하며, 증류 방식 또한 정해진 바가 없어 대부분은 연속식 증류기(column still)로 만들어진다.


포도 브랜디로 치면 아르마냑, 스카치위스키로 치면 그레인위스키와 비슷한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숙성 기간도 짧은 것이 많아 상술한 비닐, 접착제를 연상케 하는 잡내가 나는 경우가 많으니 반드시 에어링을 거치고 마셔야 한다.


• 칼바도스 동프롱테 (Calvados Domfrontais)

노르망디의 동프롱(Domfront)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칼바도스로, 특이하게 재료로 사과 이외에도 배(서양배)를 최소 3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숙성 기간은 일반 칼바도스와 마찬가지로 짧은 것이 많지만, 배가 들어간 덕분에 은은한 서양배 향이 저숙성 칼바도스 특유의 불쾌한 잡내를 잡아주어 마시기 훨씬 편하다. 한국에는 크리스챤 드루앵(Christian Drouin)의 제품이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다.


• 칼바도스 페이도쥬 (Calvados Pays d'Auge)

칼바도스 중에서는 가장 고급술을 생산하는 아펠라시옹. 노르망디 내에서도 칼바도스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으며 반드시 단식 증류기(pot still)만 사용할 것이 규정되어 있다. 숙성 기간 또한 짧은 제품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만, 10년 이상 오래 숙성시켜 원숙한 풍미를 내는 제품도 많다.


포도 브랜디로 치면 코냑, 스카치 위스키로 치면 싱글 몰트 위스키와 비슷한 위치에 있으며, 에어링을 하면 더 향이 살아나지만 에어링을 하지 않아도 잡내가 나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불라(Boulard), 크리스챤 드루앵, 샤토 드 브뢰이(Chateau de Breuil) 등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애플잭

애플잭(Applejack)은 미국에서 유래된 사과로 만든 증류주이다. 과일주를 증류한 브랜디의 일종으로 사과주를 냉동 증류하는 방식으로 도수를 높여서 만들어진다.


17세기 스코틀랜드 출신인 ‘윌리엄 레어드’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다. 레어드는 미국 뉴저지에 정착한 후 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사과를 이용해 조주했다. 레어드에 의해 탄생한 원조 애플잭은 ‘레어드 애플잭(Laird's Applejack)’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유명한 애플잭으로 판매 중이다.


냉동 증류란, 아주 원시적인 증류 방법인데. 에탄올이 물보다 어는점이 낮다는 것을 이용해 물은 얼고 에탄올은 얼지 않는 온도에서 얼음은 걸러내고 알코올만 따라내는 방식을 말한다. 애플잭의 ‘jack’은 이 냉동 증류를 의미하는 ‘jacking’에서 유래한 것이다.


• 체리 브랜디


 키르슈바서(Kirschwasser)

독일어로 ‘Kirsch’는 ‘버찌(체리)의’이라는 의미이고, ‘Wasser’는 ‘물’이라는 뜻이다. 본래는 ‘체리-물’이라는 키르슈바서가 정식 명칭이지만, 흔히 키르슈(Kirsch)라는 축약형으로 불리는 편이다. 체리 증류주의 일종. 체리를 발효시켜 증류해 만든 무색투명한 브랜디, 슈냅스 혹은 오드비이며 40도 정도를 보인다.


주요 생산지는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로 그중 독일의 슈바르츠발트에서 생산된, 검은색 체리로 만든 것을 가장 고급품으로 친다.


주로 숙성 전의 오드비이므로 무색투명하다. 간혹 나무통에 숙성시켜 황금빛이 나는 것도 있다. 꼬냑이 포도주스 맛이 아니듯이, 키르슈바서도 사실적인 체리향과는 거리가 좀 있으니 체리 향이나 맛이 날 거라는 착각으로 접근하지 말 것.


체리의 발효과정 및 증류 과정에서 체리향에 나무나 열대과일과 같은 특유의 발효취가 더 추가된다. 단맛은 발효 및 증류 과정에서 거의 사라지므로 단맛도 없다. 달콤한 체리맛 사탕 같은 술을 기대한다면 체리 리큐르를 선택하자.


국내에서는 칵테일 용보다는 제빵용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슈바르츠 벨더 키르슈 토르테, 프랑스어로는 ‘포레누아’, 영어로는 ‘블랙 포레스트’로 불리는 체리+생크림이 들어간 초콜릿 케이크에 쓰인다. 다만 희소성과 입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909


매거진의 이전글 아르마냑(Armagnac)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