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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쿠 May 10. 2021

19. 배추 밭떼기?? 그까짓 거~~!!

내가 배추를 밭떼기 하는 비법은??!! 나는야 타고난 장사꾼~~

초여름이라 점점 더워지는 날씨이지만 우리는 오늘도 신작로에 모였다.

햇볕은 점점 강해져 그늘에서 논다 해도 이마와 등에서는 벌써 땀이 흘렀다.

흙바닥에서 돌멩이 5개로 하는 공기놀이로 인해 손바닥과 손등은 물론 손톱 밑까지 새까매지는데

이마에 땀이 흐르면 그 손으로 닦아내니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흙과 땀이 범벅이 되어 전쟁통 난리를

겪은 것처럼 지저분한 몰골이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트럭 한 대가 저 멀리서부터 흙먼지를 날리며 오더니 신작로 한쪽에 멈춰 섰다.

아저씨 두세 명이 차에서 내리더니 양손을 허리에 올린 채로 논밭을 한번 쓱 훑어보았다.

"여기에요. 작년에도 여기서 샀는데 괜찮더라고 오면서 밭이랑 대충 봤죠??"

"어 밭이 꽤 되더라. 그럼 누굴 찾아야 하냐?"

"아무 집이나 들어가면 돼요"

아저씨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요 며칠 엄마 아빠의 걱정이 떠올랐다.

"요즘 배추 값이 별로라던디 그래서 그런가 어째 밭떼기 하러 온 사람이 하나도 없네."

"긍께. 큰일이네. 밭떼기 못하면 저 많은걸 우리가 어디다 팔 것이요?? 얼른 누구라도 와야 속이 편할 것인디."

배추 밭떼기 계약을 못해 걱정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배추 장사꾼들이 동네에 온 것이다.


난 좀 더 가까이 듣기 위해 아저씨들 곁으로 가 햇볕에 찡그린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날 더운디 여기서 놀고 있냐??" 한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야 니들 얼굴이 땀범벅 인디 여기는 물이 없냐 어쩌냐?."

내 얼굴을 보고 한 말에 많이 부끄러웠지만 지금 뭣이 중헌가.

"얼른 저 집부터 가보자" 하며 아저씨들이 발걸음을 옮기니 나는 조바심이 났다.



나는 곧바로 집으로 뛰어가 집 입구서부터 "엄마!! 엄마!! 엄마 어딨어??"를 연발하며 엄마를 찾느라 꼬리를

흔들며 마중 나온 메리도 본체만체했다.

"왜?? 왜 그래?? 뭔 일이야??"

정개(부엌)에서 나온 엄마가 헐떡거리는 나를 따라 덩달아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배추 장사 아저씨들 왔어!! 근데 지금 도인 오빠네 집으로 갔어!! 엄마도 빨리 가봐!! 빨리빨리!!"

"그래? 진짜로 왔어?" 엄마가 조금은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그니까 지금 가봐."

"지선 아빠. 지선 아빠. 배추 장사꾼들이 왔다네.

"그래? 쓰겄네. 한 번 나가볼까?"

"그라시오. 얼른 신작로 한 번 나가봐"

아빠는 아저씨들을 배추 밭으로 데려가 보이며 배추가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몇 포기 정도 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다행히 아저씨들은 우리 집뿐만 아니라 여러 집들과 밭떼기로 계약을 하고 갔다.


"에이 속 시원하다. 이제 잘 키우기만 하면 되겄네"

배추가 아직은 작아 수확철까지 더 키워야 한다. 엄마 아빠가 한시름 놓는 모습에 나도 기뻤다.

"나 잘했지?? 내가 아저씨들 온 거 알려줬잖아!!"

내가 판 것도 아닌데 나는 엄마 칭찬이 듣고 싶어 또 까불어댔다.

"어 잘했다 잘했어"

"근데 엄마. 그 아저씨들이 내 얼굴 보더니 여기는 물이 없냐고 그랬어."

"그래?? 너는 얼마나 더럽게 하고 놀았길래.."

엄마는 기분이 좋은지 핀잔을 주면서도 웃고 있었다.

"우리 지선이 덕에 배추 팔았네. 이제 수박밭만 팔면 되겄다."

아빠까지 칭찬을 하자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며칠이 지난 오늘도 나는 신작로에서 공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차 한 대가 또 저기서부터 흙먼지를 날리며 신작로로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아저씨들도 논밭을 한 번 훑어보았다.

"여긴가?? 수박 괜찮다는 데가??"

"네. 우리도 작년에 여기서 샀어라"

아저씨들의 대화를 들은 나는 공깃돌을 집어던지고 또 집을 향해 달렸다.

"엄마!! 엄마!! 엄마!! 수박!! 수박 장사 아저씨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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