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돼지 탈출 사건

뛰는 넘 위의 나는 넘.

by 아이쿠

나는 오늘도 호영 오빠네 집 감나무 밑에서 언니들과 공기를 한다.

"야 지선아 너 방금 옆에 거 건드렸시야" 공기의 신 영신 언니가 말했다.

"언니 나 안 건드렸어."난 분명 옆 돌을 건드린 느낌이 없는데 언니의 말에 당황했다.

"니가 건드린 거 내가 분명히 봤단마다"

"진짜 아니라니까"

찌지직... 찌지.. 찌지직..

억울한 마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말다툼이 시작되려 할 때 감나무 위에 매달린 확성기에서

또 찌지직 소리가 났다.


"아!! 아!! 아!!"

그리고는 이장님이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지 후후 하는 콧바람 소리와 함께 떨리는듯한 "아아" 소리가 들려왔다.

"동네 사람들. 지금 지선이네 축사에서 돼지가 탈출했다니까 얼른 모여 힘을 보탭시다.언능 지선이네 집으로

모이시요. 언능"

"야 지선아 니네 집 돼지 탈출했다냐!! 가보자!!"

방금 전 날 혼낼 것 같았던 영신 언니는 돼지 탈출이라는 새로운 사건에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난 또 언니들을 따라 우리 집을 향해 뛰었다. 지난번에는 불났다고 방송을 하더니 오늘은 돼지가 탈출했다고 방송을 하네.

아 진짜!! 우리 집은 무슨 일이 이리도 많다냐!!


집 입구에 도착하니 바로 옆 돼지 축사 앞에서 어른들이 둘러싸여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돼지가 어딨단가?"

"저 집 뒤에 대나무 숲에 들어가부렀어"

"그나마 다행이네 신작로 갔으면 더 힘들것인디"

"그라믄 일단 집 앞에서 신작로로 내려가는 길을 막고 요 입구에서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도 막어.

그렇게 하면 축사로 바로 들어가겄네. 우리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몰면 되고."

몇몇 어른들이 큰 나무 몇 개를 신작로 내려가는 길에 쌓아놓고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한참 뒤 아저씨들의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어 쩌기 있다. 어이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다들 이쪽으로 붙어서 요 길로 몰자고"

"간다 간다!! 비켜요!! 비켜!! 다들 비켜!!"

저 멀리서 돼지의 끼익 끼익 울음소리와 함께 아저씨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니, 오빠들은 막아놓은 길 한쪽에 서서 돼지가 어떻게 내려올지 궁금해하고 나는 집 마당 한쪽에서

메리와 함께 돼지를 기다렸다. 전력 질주하던 돼지는 길이 막히자 멈춰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더욱더 큰 소리로 끼익 끼익, 킁킁대며 울어댔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당황해하는 돼지의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그때 뒤쫓던 사람들이 달려와 집 쪽으로 몰자 놀란 돼지가 속력을 내어 마당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찰나에

한 아저씨는 축사 문을 열어젖혔고 다른 아저씨는 축사 쪽으로 계속해서 돼지를 몰았다.

당황한 돼지는 어쩔 수 없이 축사로 골인했다. 메리보다 아니 나보다 훨씬 큰 돼지가 귀가 젖혀지도록 달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공포였다. 금방이라도 내게 달려와 날 하늘로 날려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허매 어쩌다가 돼지가 나갔당가?"

"사료 준다고 잠깐 문 연 틈에 나갔나 보네"

"조심하제. 그래도 작은놈이라 다행이제 더 컸으면 우리도 무서웠을 것인디"

내 눈에는 엄청 큰 돼지로 보이는데 어른들은 아직 작은 돼지라고 한다.

"긍게. 지선이 엄마 때문에 다들 고생했소. 자네 때문에 다들 이게 뭔 고생인가?"

동네 사람들을 다 출동하게 한 게 미안한지 아빠는 엄마에게 한소리 하는 걸로 민망함을 대신했다.

우리들을 긴장하게 했던 돼지 탈출 사건은 의외로 손쉽게 마무리되었다.


우리 집 입구 한쪽에는 돼지 축사가 있다. 암퇘지 5마리와 수퇘지 1마리.. 그리고 새끼들까지 약 70마리 정도를 키운다. 돼지는 한 번에 8~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데 신기하게도 자기들만의 어미젖 자리가 있다.

누가 시키고 알려준 것도 아닌데 젖 먹을 때가 되면 알아서 자기 자리를 알고 찾아간다.



지난번에는 한밤중에 새끼를 낳자 엄마 아빠는 후레쉬를 들고 가 막 태어난 새끼들의 송곳니를 뺀치로 잘랐다.

자르지 않으면 어미젖을 상처 내거나 서로 다투다 상처 나기 쉽기 때문이라 했다.

새끼들이 1년 가까이 사료를 먹으면 120~150근으로 팔기에 딱 좋은 중량이 된다.

엄마 아빠는 사료값이 많이 든다고 걱정했다가도 한 번에 10마리씩 팔면 목돈이 생기니 힘들어도 그 재미로

키운다고 했다. 돼지 축사 옆 또 다른 축사에는 소가 몇 마리 있는데 사료를 먹지만 여물을 먹기도 한다.

소여물 일은 엄마가 주로 했는데 가끔씩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가도 역시나 소를 팔고 돈을 받을 때면 웃음을 짓곤 했다. 하지만 정 들여 키운 가축을 실은 트럭이 떠나면 그들의 빈자리가 허전하기도 하고 곧 죽음을 맞이할 거란 생각에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탈출 사건 얼마 뒤에는 새끼 돼지들이 전염병에 걸려 한 마리씩 죽어 나갔다.

새끼들이 죽을 때마다 엄마, 아빠는 밭에 묻어 주었고 묻을 때마다 마지막이길 바랬지만 바램과 달리 새끼들은 결국 모두 죽어버렸다. 어미만 남게 되자 엄마는 더 이상 돼지를 키우고 싶지 않다며 소와 함께 모조리 팔아버렸다. 어미 돼지를 싣고 떠나는 트럭 뒷모습을 한참을 지켜보던 엄마는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텅 빈 축사를 보며 엄마는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자꾸만 섭섭한 마음에 축사처럼 텅 빈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소, 돼지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돼지가 탈출했다는 이장님의 방송도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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