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산바나나 으름

by 아이쿠

"손을 쫌만 더 뻗어봐!! 어 곧 닿는다. 쫌만 더"

"으름 알맹이 안 떨어지게 조심히 따라."

"어어 됐다. 됐어."

"내가 잘 익은 거 따려고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따왔다"

쌍둥이가 높고 커다란 나무에 올라 으름을 따 내려오더니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 너 진짜 대단하더라."

우리는 쌍둥이 비위를 맞추었지만 눈은 으름을 향해 고정하고 있었다.



쌍둥이는 우리 시선을 의식했는지 곧 하나씩 떼어 우리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진짜 달다 달아"

"바나나도 으름처럼 달겠지?"

"어른들이 으름 보고 산바나나라고 안 하냐. 생김새가 비슷하니까 맛도 비슷하겠지"

"내 거는 왜 상처가 있지?"

"벌이 먼저 맛봤나 보다. 그게 제일 맛있었나 보네"

껍질이 쩍 벌어져 알맹이가 겨우 붙어있는 으름을 한입씩 베어 먹은 우리는 올해 처음 맛 본 소감을 돌아가며 말했다.


우리는 으름이 어디에 많이 열리는지 알고 있다.

가을이면 등하교 길에 껍질이 쩍 벌어진 잘 익은 으름을 따 간식처럼 먹었다.

덩굴로 자라는 으름은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맺기도 해서 오늘 쌍둥이처럼 나무 위를 올라 으름을 딸 때도 많았다.


"으름은 달고 다 좋은데 씨가 너무 많아서 뱉기가 귀찮아"

청국장도 오리탕도 못 먹는 나는 역시나 으름도 그 많은 씨를 다 발라내며 투덜댔다.

"야 지선아 뱉지 말고 씨도 같이 꼴깍 삼키면 되잖아"

기껏 따줬더니 반이상을 퉤퉤 버리고 있는 나를 보며 쌍둥이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씨를 어떻게 삼킨데? 목구멍에서 넘어가질 않는데"

"너는 포도씨랑 수박씨 안 먹냐? 포도씨 삼키듯이 씹어서 삼키면 되잖아"

"그래. 으름을 씨랑 다 먹어야 맛있지. 살만 어떻게 골라내 먹는다냐?"

수진이도 쌍둥이를 거들며 날 핀잔주었다.

"포도는 씨가 두세 개 있는 거고 이거는 씨가 이렇게나 많은데 징그럽게 이 많은 씨를 어떻게 다 삼켜 먹는다고 그러냐?"

으름은 약간의 단맛은 있었지만 먹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여튼 지선이는 먹는 거는 겁나 까다롭게 굴어. 냅둬라 먹든지 말든지"


"으름 갖다 주면 엄마가 좋아할 텐데"

순둥이 종국이가 혼자 중얼거렸다.

"우리 엄마는 으름술 담그면 우리 아빠가 겨울에 다 마셔서 싫어하던데?"

"우리 엄마는 제육볶음 할 때 으름술 넣으면 냄새 안나다고 좋아하던데?"

우리는 내기라도 하듯 지지 않으려 또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탰다.


"우리가 여기다 씨 뱉으면 내년에 여기서 으름 열릴까?"

조용히 먹고 있던 경진이의 혼잣말에

"열리지 않을까? 한번 뱉어보자. 내년 되면 알겠지"

수진이가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입에 오물거리던 으름 씨를 너나 할 것 없이 땅바닥에 침과 함께 퉤퉤퉤 뱉어 냈다.

"이 자리를 잘 기억해. 내년에 꼭 확인해야 하니까"

경진이의 말에 우리는 큰 일을 앞둔 듯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서울 사는 작은 엄마가 추석이라고 과자 종합 선물세트 사 온다고 했다."

"과자 선물 세트?? 으름은 상대도 안 되겠다. 와 좋겠다"

"으름 백개 따줄 테니까 과자 하나랑 바꾸자"

"싫어!! 으름은 우리 동네에도 많아."

느닷없는 수진이의 과자 자랑에 방금까지 맛있게 먹었던 으름은 졸지에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비장했던 우리는 굽실거리고 있었다.

나도 받고 싶다. 비스킷이랑 스낵이랑 껌이랑 사탕이랑 다 섞여 있는 과자 종합 선물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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