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제부터 자전거가 안 보여. 어디로 갔단가?"
"신작로에 두고 온 거 아니냐? 좁은 동네에서 누가 훔쳐갈 리도 없고 잘 찾아봐라"
엄마 말대로 신작로에도 나가보고 우리 집 사방을 구석구석 찾아봐도 얼마 전 새로 산 나의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다.
요즘 언니 오빠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게 부러웠다.
금방 우릴 앞질러 저 멀리 씽씽 달리는 자전거 부대를 보며
나도 그 행렬에 끼고 싶어 엄마를 조르고 졸랐다.
"엄마. 나도 자전거 사줘. 영신 언니도 도인 오빠도 자전거 있잖아.
자전거 있으면 학교도 편하게 다니고 좋을 것 같아."
"10만 원이 넘는 그 비싼걸 어떻게 사줘?
그거 살라믄 엄마가 신우대를 얼마나 많이 비어야 하는 줄 알아?"
신우대든 엄마 고생이든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나도 멋진 자전거 한대가 필요할 뿐이었다.
"자전거 사주면 아빠처럼 책도 많이 읽고 경진이처럼 공부도 열심히 해서
100점 맞어 올게. 응?? 제발 나도 사줘"
엄마는 나의 100점 소리에 귀가 솔깃한 건지 남들 다 있는 거 내 자식도 하나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지 얼마 후 빨간색 삼천리 자전거를 사 왔다.
"엄마 이거 살라고 신우대 엄청나게 해서 팔았다.
그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재미나게 타라"
"응. 진짜 엄마가 최고야"
마음은 당장이라도 빨간 새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 아니 몇 바퀴를 돌고 싶지만 나는 아직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며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날부터 나는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신작로에서 몇 날 며칠을 연습했다.
큰 돌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큰 돌에 발을 디디고 서서 자전거에 앉아 한 발로 페달을 구르며 출발해서 신작로를 돌고 돌았다.
하루는 실수로 넘어져 무릎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느라 무릎이 뜨끈뜨끈했다.
상처도 크게 낫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았다.
어서 연습하여 빨간 자전거를 타고 4km 떨어진 학교까지
바람맞으며 쌩쌩 달릴 생각뿐이었다.
피나는 며칠간의 연습으로 나는 이제 혼자서도 잘 탈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설렘에 어서 다음 주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분명 어제 오전까지 연습했던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진규 너 자전거 어딨는지 알아?"
"아니? 나는 자전거 손도 안 댔어"
"내가 어제 오후에 니가 연습하는 거 봤는데?"
"잠깐 타보고 금방 갖다 놨어!! 왜 나한테 그래?"
진규가 수상했지만 딱 잡아떼니 할 말이 없었다.
"진규야. 이리 와봐. 엄마가 맛있는 거 줄게"
엄마가 진규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방앞에서 몰래 엿들었다.
"어제 누나 자전거 탔냐?"
"조금만 탔어"
"엄마는 니가 자전거 타고 신작로 모퉁이 돌아가는 거 본 것도 같은디"
"......."
"어디다 깜빡 두고 왔냐?"
"......."
진규가 엄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다.
"엄마. 사실은 어제 큰 형아들이 자전거 타고 몰려가길래 나도 따라갈라고 엄청 세게 자전거를 탔거든?
근데...내가 너무 빨리 타다가 핸들을 잘못 꺾어서
신작로 옆 논 꼬랑으로 꼬라박았어...."
진규는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을 했다.
"뭣이 어째야? 그럴 줄 알았어!! 니가 그랬을 줄 알았어."
나는 화가 나 문을 열고 들어가 소리쳤다.
"지선아 너 조용히 해봐. 진규야 자전거 고칠 수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말해봐. 어디 논꼬랑에 빠졌냐?"
"근데 자전거가 완전히 고장 났는지 바퀴도 빠질라고 하고...
핸들도 다 꾸부러지고..."
"긍게 지금 그 자전거가 어디 있냐고?"
"그대로 가져오면 혼날 것 같아서 옆에 큰 냇가에 던져버렸어...."
"그 깊은 데다가 니가 뭔 힘으로 자전거를 던져야?"
"엄마 아빠한테 혼날까 봐 그냥 막 던졌어"
"에라 이 뭉둥아. 별짓 거리를 다하고 다니네. 아야 어째 그러냐 도대체가!!엄마가 그거 살라고 신우대를 얼마나 많이 비어서 이고 다닌 줄 아냐.
이놈의 자식이 허구한 날 사람 속을 뒤집네! 참말로 환장하겄다."
엄마는 조금 전까지 침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진규에게 화를 쏟아 냈다.
나도 화가 났지만 엄마가 너무 무섭게 혼을 내니 진규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래도 안 다쳤으니 되었다"라는 말로 진규를 위로했다.
그렇게 자전거 등교의 꿈은 하루도 못해보고 무릎에 큰 상처만 남긴 채 물거품이 되었다.
처음 며칠은 너무 속상했지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지선아 낼 시험 친다고 하던디 공부는 다 했냐?"
"아니. 나 이제 100점 안 맞아도 되잖아"
당당하게 공부 안 해도 되는 이유가 생겼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