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장성할머니 3
장성사과는 아식 아삭하고 맛있었다.
며칠 전 남편이 퇴근길에 사과봉지를 들고 왔습니다.
"오늘 할머니네 배달 갔더니 이걸 챙겨주시네.
여직원은 5개, 우리는 8개래"
지난번 제가 배달 갔을 때 할머니가
감을 챙겨주겠다고 몇 번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이렇게 보내주셨습니다.
사과는 너무나도 아삭하고 맛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매번 장성사과를 홍보한 이유가 있었네요~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봅니다.
"여보시요"
"할머니 저예요~~ 챙겨주신 사과 맛있게 잘 먹었어요"
"어제 전화해놓고 그러냐?"
"할머니 어제 전화한 사람은 직원 아가씨예요. 저는..."
할머니는 자주 저와 여직원을 헷갈려합니다.
"어야 그라믄 사장인갑구나 .그랴 맛봤어?? 맛있지야?
내가 자네 집은 애들 있어서 8개 줬네잉~
사과 한 박스 받아서 옆집 5개, 사촌동생 8개..
여기저기 주고 나니까 몇 개 안 남았어.."
"네 할머니!! 우리 큰 애가 너무 맛있다며 잘 먹었어요~~"
"그래 내가 진짜로 자네 주고 잡퍼서 준거네잉
내가 자네를 알아서 이렇게 오래 알고 지내니 참말로 고맙다..
글고 내가 지난번에 감이라고 말했지야
사관디 감이라고 말했드라 감은 벌써 따고 없제~"
할머니는 한 달 전 본인이 사과가 아닌 감이라고
잘못 말한 것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네 할머니~~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건강하세요"
"그래 자네도 복 많이 받어 나도 내일은 아들 집에 가서
떡국 먹을라고 하네"
전 하마터면
"할머니 건강하셔서 내년에도 사과 또 주세요..."
라고 말할뻔했습니다.
건강하시라고 꼭 더 건강하시라고
진심을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할머니를 서글프게 할 뻔했습니다..
장성 할머니는 이렇게도 멋진 분입니다.
빈말이 없습니다. 하신 말은 꼭 약속을 지킵니다.
그래서 그만큼 깐깐합니다.
할머니가 매번 사시는 것들을 모르면 혼나기 십상입니다.
지난주에도 배달 전화에
"할머니 참치가 어떤 거였죠?"라고 여쭸다가
"아야 자네는 아직도 그걸 모르냐
동원 살코기 참치!! 난 그것만 먹는 걸 아직도 몰라?"
라고 혼이 났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헷갈렸어요."
라며 잘못을 인정해야 할머니의 서운한 마음이 풀립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깐깐함이 절대 짜증이 나거나
귀찮거나 하지 않습니다.
깐깐하고 정확한 분이시기에 쇠약해진 신체에 비해
너무나도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진심으로 이 멋진 할머니를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