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몬스터 중독

중독의 대가는 가혹하다.

by 아이쿠

부산 근처가 고향인 50대 남자 손님은 훤칠한 키, 샤프한 얼굴, 은빛 머리칼로 인한 특유의 멋이 있었습니다.
직업상 여기에서 생활한 지 오래되었다고 들었는데 방금 부산에서 오신 분처럼 생생한 경남 사투리를 구사하셨지요.

가끔 음료 하나만 사드셨지 식료품은 사신적이 없는데 어느 날은 카레에 도전하겠다고 오뚜기 카레 가루 한 봉지를 들고 왔습니다.
"자 이다음에 뭐 들어갑니꺼?"
"감자, 양파, 고기.. 처음 해보시는 거예요??"
"네~~ 고기는 됐~고 감자랑 양파 주이소"
그다음에 오셨을 때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카레 성공하셨어요?"
"아이요. 다신 안할라꼬~사 묵지 뭐~"

점심은 직원들과 사먹고 저녁은 대충 드시거나 안 드시는 분이 언제부턴가 몬스터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몇 달이 지나자 이제는 하루에 한 캔씩은 꼭 드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손님은 지병이 있었기에 같이 일하는 남직원들은 슬슬 그 분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저 또한 걱정되었지요.
그 음료를 살때마다 직원들이 옆에서
"사장님 그만 드세요. 너무 자주 드시면 안 돼요"
라고 말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고 이제는 더 방관할 수 없었던 사무실 여직원들이 본격적인 사장님 구출하기에 나섰습니다.

그 손님이 마트 쪽으로 오면 여직원들이 따라나섰고 그 음료를 고르는 순간 여직원들의 잔소리가 시작되었고
어느새 사장님 손에는 박카스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몇 번의 도전 끝에 혼자 오셔서 음료를 쥐고 계산하려는 순간 지나가던 여직원의 레이더에 걸렸습니다. 그 여직원은 뛰어들어와 음료를 빼앗아 저에게 토스하며 "사장님 진짜 이거 계속 마시면 큰일나요!! 죽어요 죽어!!!" 라며 그분을 끌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뒤돌아와 저에게 "사장님!!! 이거 우리 사장님한테는 팔지 말아 주세요!!!" 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그 손님은 저를 포함한 모두가 본인의 건강을 걱정하여 그런다는 걸 아셨기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진 않았지만 시름시름 앓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은 직원들 담배 사러 왔을 때 오셔서는 "나 오늘 저거 딱 한 번만 묵자. 내 죽겠다!" 라고 애원하셨고

남직원들은 불쌍해 보였는지 고민 끝에 모두 공범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얼마 후 이번에는 혼자 오셔서 제게 그 음료를 내밀었습니다.
"사장님... 이거... 여직원들이 알면..저를.....드시지..마..세...요..."
"이라지 마 나 죽겠어. 진짜 며칠 또 참았단 말이야"
간절한 손님의 눈빛에 저도 공범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모두의 노력으로 그 손님은 어쩌다 한번 드시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제야 여직원들의 경계가 풀렸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오셔서
"나 이제 떠납니데이~"
"어디 가세요? 이렇게 갑작스럽게요??"
"공부할라꼬...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아..."
이러시고는 정말로 떠났습니다~~
몬스터를 자주 사는 손님들을 볼 때면 이 은빛 머리칼의 손님이 겹쳐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지나가던 여직원이 뛰어 들어와 그 손님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가던 그 장면이 정말이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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