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으잉 그랄까? 2

by 아이쿠

오늘은 토요일. 혼자 근무하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물건 진열을 마치고 달달한 커피 한 잔을 탔습니다.
아침을 지난 오전 시간이지만 가게 앞 골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들 불금을 보내고 늦게까지 자는 것 같아요.

골목에 서서 조용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멀리서 10대 후반의 남자가 자꾸 앞으로 걸어오다 다시 뒤돌아

갔다가 다시 앞으로 걸어오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좀 모자란 아이인가?? 아니면 골목 양쪽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려 한 것일까??'
처음 보는 아이가 같은 행동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니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어느새 내 앞에서 멈춰 서니 약간 긴장이 됩니다. 그 아이를 피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으잉 오늘 나왔는가??" 어딘가 익숙한 소리에 뒤돌아봤습니다.
허리 굽은 으잉 그랄까?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시고 있는 게 아닌가요.
"어머 할머니 오셨어요?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으잉"
저의 인사를 받으시고는 가게 앞에 서 있는 그 남자아이에게
"어서 들어가. 나 데꼬 오니라 고생혔다"라고 말씀하시는 걸로 보아 그 남자아이는 할머니 손자였던 것이지요.

손자는 자기 걸음으로 걷다가 할머니가 뒤처진 것을 알고 다시 뒤로 가서 같이 걷다 또 자기도 모르게 앞서 걷게 되고 다시 뒤로 가 할머니와 걷다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허리가 굽은 할머니는 주차된 차들 때문에 잘 안 보였던 것이고요.





"우리 손주가 먼저 가라고 해도 다시 오고 다시 오고. 나보고 업고 오는 게 더 빠르것다고 허네..."
이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같이 웃었습니다.
"얼른 가서 먹고 싶은 것 골라와 할머니는 알아서 살 테니까"
손자는 과자를 여러 개 골라오고 저는 할머니를 도와 평소에 드시는 매실음료와 두부, 야채를 골라옵니다.
"요즘 매실이 떨어져 못 먹었드만 속이 꽉 막힌 것처럼 소화가 안되네"
계산을 마친 할머니가 매실음료를 반가워하십니다.


"이거 갖고 너는 먼저 집에 가. 나는 미용실 들러 염색하고 갈게"
할머니 말대로 먼저 출발했던 손자가 곧 다시 뒤돌아 와서는 "미용실 앞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미용실이 요 앞 인디 뭘 델다줘. 나 그렇게 머리 바보 아니야 어서 먼저 가" 하며 가라는

손짓을 합니다.

그래도 손주가 가지 않고 기다리자 약간은 성난 목소리로 "너 할머니 바보로 아냐 왜 그려"라고 야단을 치는 걸로 보아 빈정이 상하신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가게로 오는 길 내내 손주가 할머니를 재촉하니 약간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고생했으니 쉬라고

손주를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할머니 걱정되어서 그런가 보네요. 손주랑 같이 천천히 가세요~"

미용실이 바로 앞이지만 손주의 마음 씀씀이가 예뻐 편을 들었습니다.

"별일이네... 내가 머리가 멀쩡한디 저놈이 날 애 취급하네"
하시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자와 함께 미용실로 향하였지요.

할머니와 손주가 나란히 걷는 뒷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저 혼자 한참을 바라보며 흐뭇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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