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으잉 그랄까?1

할머니의 화법은 항상 ~~했는가?로 시작했다.

by 아이쿠

할머니 손님은 80대로 허리가 많이 굽어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힘듭니다.

그럼에도 항상 단정하게 외양을 가꾸셨기에 주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합니다.

그리고 미용실에 오시는 날에는 코스처럼 저희 가게에 들릅니다.

된장찌개 재료인 야채와 두부, 파, 간식인 육개장 컵라면과 옛날 과자, 델몬트 매실음료는 할머니의 잇템이죠.


제가 가게에 있는 날에는 할머니 댁까지 가져다 드릴 수 있으니 더욱더 반갑게 인사합니다.

"으잉~ 어째서 오늘은 나와 있는가?"

"네 할머니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응 그렇지? 그동안 더워서 못 나왔어." 혹은 "추워서 못 나왔어." 라며 근황을 알려줍니다.

"할머니 오늘은 제가 가져다 드릴 테니 사시고 싶은 거 다 사세요."

"으잉 그랄까?"

할머니 화법은 보통 으잉~~~ 했는가?입니다.

"그럼 오늘은 두부도 2모, 우유도 하나 더 사고 매실이랑...."

나를 쳐다보시며 "다 들겄는가??" 하고 나의 근력을 체크합니다.

"네 할머니! 걱정 마시고 필요한 거 다 사세요"


포인트 번호까지 입력하고 계산이 끝나면 영수증까지 꼭 챙겨드려야 합니다.

"할머니 먼저 출발하세요. 저는 이거 마무리하고 가면 할머니랑 비슷하게 도착하겠어요"

"으잉 그랄까?"

할머니 걸음 속도에 맞춰 일부러 늦게 출발해도 금세 할머니를 따라잡습니다.

"할머니 새 신발이에요? 주황색이 튀지 않으면서 예쁘네요."

가는 길이 멀어 대화를 하고자 할머니 안목을 칭찬하니 "으잉 이쁜가?" 하며 쑥스러워합니다.

"어이 거기 발 조심하소 넘어지네."

할머니 집 앞은 공사중이었기에 항상 조심하라고 일러 주지요.



"할머니 오늘은 직원이 쉬고 저 혼자 일하니까 댁까지는 못 갖다 드리고 저기 모퉁이에 갖다 놓을게요.

그러니 할머니 들 수 있는 만큼만 사세요." 나의 사정을 말씀드리면 "으잉 알았어" 하고 꼭 필요한 것만 몇 가지 고릅니다.


하루는 전화로 배달을 시켰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오래된 상가에 살아 외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할머니 집에 도착하니 1층에서 기다리고 계셨죠.

"아이고 고맙네. 고생했으니까 이거 갖다 먹으소"

배달시킨 게 괜히 미안하셨는지 슈퍼마켓을 하는 저에게 김을 건네줍니다. 할머니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죠.

"할머니 감사하지만 마음만 받을게요. 이건 할머니 드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하고 나오니

"어째 안 받아 가는가..그러믄 조심히 잘 가소잉" 할머니가 뒤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들어갑니다.

단정하고 조용한 할머니를 보고 있자면 젊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상상해 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모습과 같았겠지요. 닮고 싶은 단정한 성품 그대로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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