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 May 27. 2024

달리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찬란이는 오늘부터 달리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냥 이 글을 쓰면서 불현듯 충동적으로 다수에게 선포하고야 말았다.


첫 번째 이유


일단 스트레스가 많았다. 나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란 걸 직장인이 되기 전엔 몰랐다. 내 감정과 다르게 웃어야 하고, 행해야 하며, 참아야 한다. 사회생활이라는 건 잘하면 센스 인간이고, 못하면 낙오되는 끝도 없는 긴장 속 터널이었다. 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인간으로 태어났고, 이제 성인이라는 이유로 사회 부적응자가 아닌 부류로 최대한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야 했다. 스트레스를 월급값으로 퉁치자고 여기며 모르는 척 방치했더니, 어느 날 문득 내 몸에 어떤 어둠의 세포가 결국 바오밥나무처럼 자라나서 날 결국 쭈그러진 헐랭이로 잠식시킬 것만 같았다. 나를 보호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잊기 위해, 내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철저히 나를 위해 달리기로 했다.


두 번째 이유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정설은 당연히 알지만, 나는 연초 계획 이후 상반기가 지나가도록 실천하지 않고 무시했다. 왜냐하면 피곤하고 귀찮으니깐. 가장 편한 건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는 것이었다. 나는 외로웠다. 집에 오면 쇼츠를 보는 남편, 게임을 하는 아들, 연예인 라방을 보는 딸, 나는 외로워서 나도 휴대폰을 열었다. 그렇게 휴대폰과의 시간이 30분, 3시간, 3일.. 끝도 없이 늘어났다. 사실 우리 가정은 이미 휴대폰에게 대패했다. 티브이 없는 거실과 거실용 책장들로 출산 후 초보맘의 계획은 원대했으나 결국 아이들이 다 크니, 나는 온갖 제한들과의 싸움 속에서 거의 패배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외로움을 휴대폰과 함께 하며 살다가 병이 났다. 눈이 너무 아팠다. 안구건조증인지 노안인지 모르겠으나 눈이 아프고 머리가 아프더니 도무지 글을 오래 볼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맨날 작은 창을 보다가 5월은 강제적으로 '안보는' 강제 휴양, 강제 디톡스 시간이 필요해졌다. 딱히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제 하루 자연을 실컷 봤다. 그러다 퍼뜩 떠올랐다. 그래. 차라리 강제 휴양시간에 달리자. 휴대폰 끄고 좀 달리라고 그렇게 내 눈알이 아팠나 보다.


세 번째 이유


입을 옷이 없다. 1년 전 팔꿈치 인대염이 와서 한참 하던 근력 운동을 아예 멈췄다. 그냥 무조건 쉬라고 하니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쉬었다. 그러니 어느덧 팔이 다 나았지만, 나는 그 꿀맛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1년을 강박 없이 살았다. 휴일에는 생라면 하나와 과자로만 버티고, 야식은 무제한으로 먹었다. 그러니 살이 쪘고, 특히 허리가 늘어나서 올여름부터는 딱히 입을 옷이 없다. 조만간 결혼식도 가야 하는데 옷을 새로 사자니 돈도 없거니와,  못 입게 된 내 작아진 옷도 아깝다. 그래서 나는 내 옷장 안의 옷을 입기 위해서 달려보기로 했다.


네 번째 이유


오래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은데, 병으로 죽기엔 좀 억울할 것 같다. 그래서 오래 살기 위해 달리기로 했다. 다들 필라테스니 골프니 하는 자신만의 운동이 있는데, 나는 아직까지는 내 소울메이트같은 운동을 찾지 못했다. 웨이트나 홈트가 그나마 나랑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라카미하루키 작가를 비롯한 수많은 달리기 집착 부류에 한 번은 내 인생에 발을 담가보고 싶었다. 평소에 달리는 걸 즐겨하지도 않고, 내 적성에 맞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번은 내 인생에서 나도 무선생님처럼 간지 나게 달리기 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  


어떤 사람은 달리기 하다가 단명하는 경우도 있다고 나보고 조심하라고 한다. 하지만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나 같은 생초보 아줌마는 절대로 피 토할 만큼 달리지 못한다. 나는 꾸역꾸역 달리기로 내 몸을 놀리며, 몸 튼튼한 아줌마에서 몸 정정한 할머니까지 살고 싶다. 대부분 사람들은 짧고 굵게 사는 것을 원한다던데, 나는 사실 오래 살고 싶다. 그러려면 어쩌겠는가. 내 근육 내가 우아하게 챙기기 위해서 백조처럼 다리를 휘저어야겠지.  


반전


내 최대 단점은 이렇게 달리다가 갑자기 무너지는 사람이다. 나란 인간은 좀 극단적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해도 보통 열흘정도 넘기면 폭식을 하든 과음을 하든 원점으로 만드는 인간이다. 그리고 또 몇 달 포기한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꾸준히 강제적으로 써야 하는 브런치 연재 공간에 달리기를 한 다음 인증용으로 글쓰기로 하기로 택했다. 하기 싫은 일은 잘하는 것이랑 엮으면 하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위해서 달릴 것이다. 글 올리려면  일단 달리고 글쓰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최소 발행글이 10개이니 못해도 10일은 달리지 않을까 싶다. 성공해서 감량체중을 인증하든, 실패해서 쪽팔림도 같이 공유하든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어쨌든간, 이곳은 네 가지 이유로 달리게 된 여자 찬란의 라이브쇼 생중계 현장이다.



* 달리는 찬란 라이브쇼를 관람하는 것에 넘어서서, 함께 참여하고 싶다면 댓글에 자신만의 소소한 운동기록을 적어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제가 칭찬스티커 답글을 마구마구 드릴 수 있습니다. :)  예) 오늘 100걸음 걸었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