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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May 28. 2024

 달리면 행복해질까

부제: 초보자에게 신통방통한 '런데이'   


떠벌리는 게 답이다.


다소 충동적인 달리기 운동 공표를 만인에게 했는데, 전례 없던 뜨거운 하트 덕분에 나는 정말 달리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오늘 달려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하루의 중간중간 나기도 했다. 역시 다수에게 떠벌려야 뭐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 졸린 날이어서 아마 집에 오면 과자를 한 봉다리 뜯고 유튜브를 서너 시간 보다가 할 일을 모조리 뒤로 미루고 잘 것 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달리는 여자라고 판을 깔아놓아 버렸기 때문에 1편만 쓰고서는 글튀(글 쓰고 튀기)할 수는 없어서 저녁에라도 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달려야 하니 과자가 아닌 건강한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같으면 식후에 디비져 누울 시간에 난생처음으로 달리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몇 년은 신발장 안에서 묵언수행한 불쌍한 내 헬스장용 운동화를 오랜만에 꺼내 신었다. 집에서 1분 거리의 아이 학교 운동장에 직행했다. 학교에는 학부모 상담이나 가봤지 이 운동장 안을 뛰어본 적은 없었다. 작은 운동장을 뺑뺑이로 뛰려니 너무 어색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게 도착해 보니 이미 달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족히 열 명은 넘는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나도 스리슬쩍 들어가서 걷기 시작했다.




런데이 어플 신통방통 


친구가 적극 추천해 준 '런데이'라는 앱을 열고 달리기 초급코스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30분 달리기를 열어보았다. 어플에서는 활력 넘치는 음악과 함께 목소리가 잘생긴 성우가 뛰는 속도와 시간을 매우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그 청년 (청년이라고 이미 나는 상상했다.) 이 안내하는 대로 나는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인터벌 운동은 총 35분이 걸렸고, 어느새 어스름한 저녁에서 컴컴한 밤으로 그새 바뀌었다. 적당히 땀이 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불과 주말 하루동안 난장판이 된 집꼴을 봐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더러워진 집은 내일의 내가 치우면 되고, 난 오늘 달리는 우아한 여자이니 우악스럽지 않게 글이나 쓰다 자면 된다. 범죄자 3인이 만들어 놓은 벗은 옷과 책더미를 슬쩍 옆으로 밀어내 버리고 나는 꽈리를 틀고 지금 소파에 누워서 글을 쓰고 있다.


인생 뭐 있나. 이게 행복이지. 운동 시작의 첫 번째 이유는 행복하고 싶어서였다. 정말 행복해지는가 오늘 실험을 해본 결과,  결론은 기분이 좋아지긴 한다. 그게 땀 배출 때문인지, 뽀송한 샤워의 상쾌함 때문인지, 참았던 글쓰기 수다의 기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두 번째 인증글을 적고 싶어서 나는 오늘 난생처음 해 질 녘에 아이 학교 운동장을 달렸다. 그리고 해 지는 하늘의 다채로운 변화를 보면서 달리다 보니 운동장 뻉뺑이 돌기는 은근히 지루하지 않고 나름 로맨틱했다. 



평범하게 끝날 것 같았던 뻔한 하루 중, 일탈 같은 땀나는 35분이 오늘 중에 있었다는 게, 그걸 스스로 내가 만들고 행했다는 게 좀 짜릿하다.




* 이 글은 대가성 광고글이 아닙니다. 앱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할 뿐이며, 혹여나 광고주가 보신다면 더 적극적인 홍보대사가 되고 싶습니다. 연락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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