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딸이랑 그렇게 친해요?"
아빠와 단둘이 중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 큰 자녀가 아빠와 둘이서만 여행을 오니 주변에서 신기해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딸이랑 아빠랑 그렇게 친해요?"
"우리 남편한테도 강의 좀 해줘요. 딸이랑 어떻게 해야 잘 지내는지.."
"아빠가 언제부터 잘해줬어?"
4박 5일 동안 패키지투어를 하다 보니 다른 가정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식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더 많은 것을 알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소원인가 봅니다.
좋은 대학 졸업,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자녀의 부모님도 '이젠 자녀와 안 친해서 고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자식의 관점에서 쓰는) 자식과 친한 부모의 특징입니다.
"너 취업은 언제 하냐?" 금지령
내 자녀의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계획..
궁금하시죠? 도대체 어떻게 할 계획인 건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불안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드러낼수록 자식은 부담을 느낍니다. 대화를 피할 거예요.
기다려주세요. 격려만 해주세요.
답답하시다고요?
자식도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걱정하고, 답답해하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어요.
그래서 기다려줄수록 더 고맙게 느껴져요. '이런 내 상황에도 나를 채근하지 않고 믿어주는 부모님'이라는 생각에 감동합니다. 말없이 기다려줄수록 자식은 마음의 문을 더욱 열게 됩니다.
요즘 취업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그게 안되면 어떻게 할 건지 조금씩 얘기할 용기가 생겨요.
그러나 평소엔 별 대화 없다가 "도대체 취업은 언제 하냐?" 물어보면 숨이 턱 막히고 잔소리처럼 느껴집니다'나도 취업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거 아닌데 나한테 왜 자꾸 물어봐?' 하는 반항심도 생기고요.
기다림과 믿음이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너 정말 대단하다."
저희 부모님은 항상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십니다.
칭찬받는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입니다. 학교 선생님 성대모사를 잘한다며 "넌 정말 타고났어~ 어쩜 그리 잘 따라 하니?", 여행 계획을 잘 짰다며 "이야~ 너 없었으면 어쩔 뻔했니? 너 없으면 여행도 못 하겠다"라는 칭찬입니다.
사소한 것에도 칭찬을 주고받으면 집안 분위기가 화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칭찬받는 일은 줄어듭니다. 회사에서는부정적 피드백을 받는 일도 많고요. 윗사람 눈치를 살펴야 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도 해야 하죠. 나 자신이 초라해집니다. 그럴 때 자존감을 지켜주는 건 가족 이어야 해요.
'그래도 우리 집에 가면 나를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는구나.' 생각이 들면,
자식은 부모와 가정에 의지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계신 집에 얼른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남이든 자식이든,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칭찬'입니다. 아낌없이 칭찬해 주세요.
"아빠는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사랑한다"
저는 어렸을 때, 아빠가 술 취했을 때를 좋아했습니다. 아빠는 회식 후, 술에 취해 집에 오시면 잠이 든 저와 동생에게 이렇게 말해주셨거든요. "아빠는 ㅇㅇ이가 자랑스럽다. 아빠는 ㅇㅇ이를 사랑한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때 아빠에게 느껴졌던 스킨향, 수염의 까끌거림, "애들 자니까 깨우지 마~"하는 엄마의 걱정 어린 잔소리까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아빠의 취기 어린 애정표현은 아직까지도 제 내면에서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서운함이생길지라도 항상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건 그때의 기억 때문입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나기 때문에 그 믿음 또한 오래 지속됩니다.
말로 애정표현하는 게 서툴다면 문자나 카톡, 편지로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애정 표현의 방식이 아니라, 애정 표현 여부거든요. 사랑을 자주 표현할수록 자녀의 마음에는 사랑이 남습니다.
애정 어린 말만큼 중요한 건 '추억'입니다.
추억을 만들려면 같이 보내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추억이 생기고, 추억이 많아야 관계가 가까워지니까요.
'일이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비싼 걸 사줄 형편이 안된다.'
이런 생각으로 자식과의 추억 쌓기를 미루기만 하고 계시나요?
해외여행을 같이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비싼 선물을 사주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성인이 된 제가 지금 돌이켜보니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오히려 사소한 추억이더라고요.
일요일에 아빠가 끓여주셨던 라면, 등교, 하굣길에 마중 나와주시던 부모님, 엄마와 목욕탕에 갔던 것, 엄마가 야식으로 만들어준 치킨..
'이걸 지금까지 기억한다고?' 싶을 만한 평범한 일상이 크고 나서 보니 따뜻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을지라도 지금에 와서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노력이었구나.' 깨닫기도 하고요.
이런 사소한 추억이 있었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부모님과 얘기할 거리가 많고, 관계가 서먹하지 않습니다.
어린 자녀를 두고 계신 분이라면 더욱 강조해드리고 싶어요. 함께하는 시간이 짧아도 좋습니다. 기회가 적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자녀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진한 애정의 시간을 꼭 한 번은 내주세요.
부모와 자녀를 이어주는 가장 단단한 끈은 결국 '추억'이거든요.
인간관계는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부모 자식 관계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애정을 담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랑할 때,
그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관계 역시 부모와 자식입니다.
이 글을 통해 사랑하는 존재와 조금 더 가깝게, 다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