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D-22

by 리베르테

추위에 적응이 된 걸까. 예전 같으면 이 정도 기온에는 꼼짝도 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선뜻 밖으로 나가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아직 추운 날씨를 즐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러려니’ 하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몸이 점점 익숙해진다는 게 신기하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가 내게 제한했다.

“엄마, 이제 아침에 저랑 같이 운동하시면 어때요?”

날씨도 춥고 바닥이 미끄러워 달리기는 어렵겠지만, 실내에서 근력운동은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왜?’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이는 내 운동량이 부족하고 자세까지 좋지 않아 걱정된다고 했다. 꾸준한 근력운동이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된다며 진지하게 설득했다.


아이의 진심 어린 걱정을 듣고 나니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꼭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아이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다.

우리는 스쿼트와 플랭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엔 몸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아이가 옆에서 바른 자세를 설명해 주고 격려해 주니 점점 익숙해졌다. 아이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고, 홈트레이닝도 성실하게 실천한다. 단순한 결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아이다.


내가 “내일부터 다이어트해야지”라고 하면, 아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부터 하실 수 있는 일을 굳이 내일로 미루세요?”

“이번 겨울에 읽을 책이...”라고 하면, “이번 겨울이 아니라, 지금부터 읽으시면 되잖아요?”라고 조언한다. 순간 당황스럽지만, 결국 아이 말대로 하는 것이 맞다는 걸 깨닫곤 한다. 하지만 나처럼 생각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아이는 아직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네 근면함이 네가 도달하고 싶은 그곳으로 데려갈 거야.”

아이가 그 말을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는 하루 일과를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다.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게으름을 경계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정신’이 떠올랐다.

"스스로 길을 찾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항상 충분한 기회를 찾을 것이며, 찾지 못하면 만들어 낼 것이다."

- 새뮤얼 스마일즈, <자조론> 中

오늘 저녁,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토론토에 있는 준이 친구들과 방문한 것이다. 3주 만의 만남이라 더 반가웠다. 집에 필요한 물품을 가지러 오면서 치즈가 듬뿍 들어간 피자를 사 왔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사실 이곳 음식들은 내 입맛에 다소 짠 편이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한 판을 다 비웠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소소한 대화 속에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눈 내리는 밤길을 운전해 다시 토론토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아쉬웠지만, 짧은 만남이라도 이렇게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나누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풍요로워진다.

아침에 아이의 운동 제안을 들었을 때, 나는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의 꾸준함을 닮아가고 싶다.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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