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나 족발 등 고기를 먹을 때마다 남은 음식을 냉동실에 모아두었다. 시골에 내려올 때면 가지고 와 큰 오빠네 집에서 집을 지키는 강아지를 준다.
모르는 사람이나 차만 지나가도 멍멍 짖어대는 녀석이 내가 지나갈 때면 짖지도 않고 나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어 댄다. 올 때마다 내가 먹을 것을 챙겨 주는지 아는 것 같다.
시골집이 너무 을씨년스럽고 휑하게 느껴지니 깜깜한 밤에는 너무 무섭다고 했더니 섬마을 농부 조카 녀석이 오빠네 집에서 집 지키는 강아지를 데려다주었다.
강아지 목줄을 잡고 밖으로 나가니 강아지가 생전 처음 하는 산책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 풀밭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하더니 아예 온몸을 비벼댄다. 처음 만나는 자유와 풀의 촉감에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 찬 표정이다.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묶어 놓았더니 이제는 내가 들어간 창문을 향해 목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나오면 또 엄청난 발돋움으로 반겨댄다. 내가 손을 달라고 하면 앞발을 내미는 것을 보니 똥강아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혼자서 집을 지키는라 정에 굶주렸는지 나에게 파고들어오는 녀석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목줄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나갔다. 그런데 녀석 힘이 너무 장사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나를 잡아 끌어댔다. 빈터에 잠시 줄을 풀어 놓았더니 어떻게 할 줄을 모르는 녀석이다. 호기심으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가만히 있지를 않고 정신이 없다. 오늘 산책은 더 이상 무리일듯하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묶어 놓았는데 강아지 집이 없어서 바람 부는 날씨에 추울까 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할 동물이 집에 있으니 날씨도 걱정이 된다. 잠시 맡아 기르려고 했는데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듯하다.
낮에는 사람이 지나가거나 도로에 차가 지나가면 짖어대더니 저녁이 되자 강아지 귀가 더욱 밝아졌다. 작은 인기척이 조금이라도 들리면 컹컹 짖어대는 녀석 때문에 엄마는 주무시다가 몇 번이나 깜짝 놀라셨다. 그런데 한참동안 짖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집도 없이 뻥 뚫린 곳에서 강아지가 자야 할걸 생각하니 추위도 신경 쓰이고 자기 집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다시 큰 오빠네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나갔는데 창고에 농사일을 도와주는 분이 내려와 있어서 짖었던 것이다.
잘 됐다 싶어 강아지를 자기 집에다 데려다주기를 부탁하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강아지가 왜 짖었는지 이유를 알려주었다.
"엄마 강아지가 엄청 똑똑해 차가 지나가서 짖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창고에 사람이 오니까 짖는 거였어. 강아지가 집은 잘 지키는 녀석이네 여기 있으면 창고에 도둑 들 일은 없을 것 같아."
강아지가 창고에 사람이 와서 짖었다고 하니 엄마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둣 다시 잠이 들었다.
시끄럽게 짖어대던 강아지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니 시골집이 다시 고요로 변했다. 아무 소리 들려오지 않는다. 자동차 소리도 이웃 주민의 텔레비전 소리도, 아랫집 아저씨의 트로트 노랫소리도, 어떤 인기척 소리 하나 없는 시골에는 찬 바람소리와 양철지붕이 흔들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내일 다시 강아지를 데리고 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