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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Nov 01. 2020

마지막 이야기

섭식장애 및 각종 정신질환과 동행하는  인간의 삶


 


 섭식장애는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한 병이고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병이다. 죽음과 가까운 이 장애를 절대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회복의 길로 들어서는 일 또한 결코 짧지 않다. 절망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 지치지 말고 회복의 길을 걸으라는 뜻이다. 인생은 나선형이다. 나아짐과 퇴보를 반복한다면 그 하나의 반복이 결국엔 거룩한 한 발자국이 된다. 삶은 직선이 아니니까. 절대 퇴보한 것이 아니다. 주저앉음과 좌절의 순간들이 결론적으론 전진의 한 걸음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한명, 한명 모두는 우주의 아이이다. 이 세상의 나무와 별처럼, 내 존재 자체가 이미 완성이라는 말이다. 거기에 더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숱한 시간동안 마른 몸에 집착 해왔다. 그러나 내 몸이 어떤 사이즈든 나는 소중한 존재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존재였다. 어떤 몸매의 나이든 나는 나를 사랑한다.

 마른 몸매 말고도 나의 아름다움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체중 말고도 집중할 수 있는, 집중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들이 존재한다. 음식 이외에 날 위로하고 나의 자존감을 채워줄 무언가 들이 이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것이다.     


 섭식장애 회복을 위해 나는 나의 과거 또한 돌아보았다. 과거의 상처들을 알아봐 주고 더 이상 곪지 않도록 돌봐주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더불어 나를 더 이해하고 내가 왜 아픈지 알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과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자기연민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전문가와 함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다. 전문가가 나의 안전장치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는 섭식장애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약물치료, 상담, 식단일기, 명상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에 손을 뻗어도 섭식장애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고 거식증의 그림자는 거대했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동경하며 마른 몸에 집착하거나 거식행위를 이어가는 것은 나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일이 아닌 자기 파괴적 행동이며 학대일 뿐임을 이제는 안다. 연예인은 연예인일 뿐 그들의 외적인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나는 나의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행복은 몸무게가 아닌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나온다. 내 외모를 남들이 정의 내리게 하지 말자. 그것이 칭찬이라 할지라도. 이제 나는 순간이 아닌 지속 가능한 행복을 선택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해골 같은 나보다 살이 차올라 생기 있는 내가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마르지 않아도 나는 아름답다. 살이 많이 찐다고 못생겨지는 것도 아니다. 내 단점이나 나의 콤플렉스는 누군가에겐 부러움이 될 수 있다. 언제까지 주변에 맞춰 나를 바꿀 것인가? 콤플렉스를 감추고 자신 없어하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그 매력에 주변이 바뀔 것이다.     

 

 자존감이 낮다면,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배워서라도 나를 사랑하자. 끝끝내 나를 사랑하자. 아름다움은 내가 갖고자 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살 수 있는 것도 아닌 나 자신이 되는 무엇이다. 나 자신에 대한 애정. 그것이 진짜 아름다움이다.      


 내가 그토록 죽고 싶었던 건 누구보다 살고 싶었던 거니까. 그렇게 살 거라면 아름답게 살자.     

     

 이 글이 끝나도 나의 길은 계속된다. 나는 계속 싸워나갈 거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긴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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