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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Jan 22. 2020

#30.

-아재의 선물 (4)



 이건 순전히 자랑이다.

 내게 처음 선글라스를 사주신 것도 선생님이었다. 나에게 선글라스는 시력 보호의 용도 보단 하나의 패션이었기 때문에 낯선 물건이었다. 멋을 내는 것이 내겐 익숙한 일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선글라스는 생필품이 아니었다. 감사하다고 받기는 했지만 직접 선글라스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기 까지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게 금주를 강력히 권하면서도 술을 끊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쌤은 어차피 마실 거라면 좋은 술을 마시라며 직접 담금주를 담아 주셨다. 그 고운 손으로 직접 더덕을 손질하고, 그 예쁜 글씨체로 날짜까지 정성스레 적어서는 

잠 안 올 때, 딱 한잔만 마시고 자.


  덕분에 나는 술을 일시적이나마 끊었고 눈도 아낄 수 있는 패션감각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살아가는 데 선글라스가 생필품이 아닐 순 있더라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사랑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보다 더 나 자신을 아껴주는 일에 몰두할 때, 나는 그제야 하나씩 깨닫는다. 나를 사랑하는 일.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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