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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아재 Dec 25. 2023

슈퍼 히어로 영화 감성

토니 스타크를 추모하며

중심은 초점은, 맞추기 나름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단순하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싸워서 착한 쪽이 이긴다. 결론이 뻔히 보여도 그 맛에 본다.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다. 다음 시리즈 개봉까지 참기 어렵다. 예고편을 여러 번 돌려 본다.

  영웅을 통한 자아실현의 대리만족.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권선징악의 쾌감. 현실을 망각할 수 있는 초현실 세계. 슈퍼히어로 영화가 주는 감동은 그 정도 아닐까? 현실에 없는 맛. 그 맛으로 본다.

   무려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도 말랑한 감성을 자극하는 능력은 없다. 눈물 뚝뚝 흘릴 각오로 가는 관객은 없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아이언맨이 죽은 날이었다. 영화관 한가운데 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누가 보면 스타크사 주식에 물리기라도 한 줄 알았으려나. 진짜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쉬움? 허망? 초라함? 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작가의 꿈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그 시기였다. 마지막 남은 삶의 동력이라고 믿은 꿈. 비현실적이고 헛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꿈. 철없는 생각 헛된 생각 버리자. 회사원. 직장인으로 그렇게만 살자. 수 없이 되새긴 말이었다.

  그날. 아이언맨의 숭고한 죽음 앞에서 초라했다. 한쪽은 역경을 정면으로 받아쳐 최후를 맞이했고 한쪽은 뒤돌아 도망쳤다. “이게 현실이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라.” 포기하고 도망가는 주제에 어른인 척 으름장 놓는 허세. 부끄러움이 눈물의 한몫을 했다. 

    

  “이렇게 추운 날 역 앞에서 너무 열심히 팔고 계셔서 한 권 샀어.” 


  아내가 건네준 빅이슈1). 유명한 작가가 되면 빅이슈에 재능 기부로 글을 연재하겠다던 파릇파릇한 꿈. 현실과 거리가 먼 꿈을 가진 것만으로 자부심 가득했던 시절. 그랬던 때도 있었다. 아이언맨이 죽은 그날 전까지도 그랬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꽤 흘렀다. (검색해 보니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19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에서 손을 못 떼고 있다. 슈퍼히어로도 글도 완전한 죽음은 없었다. 두 가지 모두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나를 계속 움직이게 했다.

  이제야 조금 알 듯하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단순해도 맛깔난 이유는, 현실에 없는 맛이기 때문이라는 걸.     

 


1) 빅이슈 :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창간한 세계구 대중문화 잡지를 말한다. 노숙자를 돕되 노동을 통해 도와주려는 공익적 목적을 모토로 한다.

 출처 : https://namu.wiki/w/%EB%B9%85%EC%9D%B4%EC%8A%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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