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마음의 거울이다
초기
시의 언어를 무작정 외웠다.
남들과 다름을 드러낼 수 있는 증거였다.
중기
시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봤다.
시끄러운 지상철, 구르는 낙엽, 행인.
하나하나 의미가 있었고 아름다움이 있었다.
말기
시의 언어로 세상을 그렸다.
풍경 속에 수십 개 단어가 있었다.
수십 개 단어로 그린 세계는 다채로웠다.
길바닥에 누운 고양이, 무심하게 버려진 쓰레기.
초기화
한층 한층 쌓여가는 현실의 벽.
시의 언어를 무조건 지워야 했다.
남들과 다름을 드러낼 수 있는 증거를 감추어야 했다.
퇴화
세계가 벽 안으로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