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수영을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수영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구립 체육센터에서 진행하는 단체 강습이다. 강습 선배인 아내가 유아 풀로 보내질 거라고 해서 편하게 갔다. 초급반에 배정되었지만 어른 풀이다.
진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정신 차리고 보니 두 번째 수업 만에 혼자서 자유형 연습을 하고 있다. 호흡하면서 공기보다 물을 더 많이 먹는다. 배가 불러서 저녁은 못 먹겠네요. 초급반 동기 아저씨가 너스레를 떤다. 락스 물을 많이 먹어서 기생충 약은 안 먹어도 되겠네요. 참지 못하고 너스레를 받아친다.
자꾸 가라앉는 탓에 물을 먹는구나. 허우적거리며 문제를 파악한다. 아무래도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는 탓인 듯하다. 잘하고 싶어서 물을 이기고 싶어서 악을 쓴다. 힘을 빼고 실험해 본다. 조금 나아진다. 물을 덜 먹는다.
빵빵해진 배를 문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글쓰기 공모전을 떠올린다. 잘 쓰기 위해 글에 힘을 잔뜩 넣던 내 모습. 멋있는 단어, 철학적인 사고, 어떻게든 욱여넣으려 했던 글들. 그동안 공모전에서 모두 침몰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올해도 참지 못하고 공모전을 기웃거린다. 어차피 침몰할 거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보련다. 하고 다짐하면서도 막막하다. 최대한 힘을 빼고 쓸 수 있을까? 더하기보다 훨씬 어려운 빼기 미학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일단 해 보세요. 안 해 보시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잖아요. 진도가 너무 빠르다는 말에 대한 수영 강사의 답변.
옳다. 선생님 말씀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