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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옥 Mar 15. 2021

믿음, 소망, 사랑

사랑의 대리만족

온라인으로 오쇼젠이라는 타로카드 상담을 받았다. 정답을 찾아주는 타로점이 아니라 '내면과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작년부터 마음이 싱숭생숭, 들썩거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길대로 가도 될까' 끊임없이 고민하던 차였다.


"가고자 하는 길에 사랑이 있네요. 사랑하는 것을 마음이 향하는 대로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망설인다고는 하지만, 마음먹은 건 누가 하지 말래도 하실 분이에요."  


한 시간 남짓 대화 후 상담사는 이같이 결말지었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떤 타로 카드가 뽑힐지라도, 나는 원하는 대로 진행할 터였다. 내 무의식은 의식만큼 투명하다!


귀가 좀 얇기도 하고, 고민도 하지만 나는 늘 주관이 뚜렷한 편이다. 대학생이 되고부터, 즉 성인이 된 이후부터 하고자 하는 건 과감하게 다 추진했다, 지금 죽어도 여한 없도록. 

  

이렇게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던 배경에는 사실 옥섭 씨의 신뢰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하는 애'였던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적응을 못했다. 고등학생 시절 내내 내신성적이 바닥을 쳐도, 옥섭 씨는 단 한 번도 야단치지 않았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다그치치 않았다. 밥 굶는다는 국문과를 택했을 때도, 다니기 싫은 회사를 주기적으로 때려치울 때도, 회사 때려치울 때마다 어디 이름 모를 나라로 훌훌 떠난다 해도 옥섭 씨는 항상 내 선택을 믿어 주었다.  


내가 삼 년 전에 또 회사를 그만두고 긴 여행을 떠났을 때, 누군가 옥섭 씨에게 물었다. 나이 찰대로 찬 딸이 난데없이 퇴사를 하고 여행을 간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보낼 수 있는지.


"나는 그렇게 못 살았으니까요." 


내 맘대로 사는 내 모습에서 옥섭 씨는 '대리만족'을 느꼈나 보다. 많은 아이가 부모님의 그 '대리만족' 때문에 고통받는 사실에 비하면, 난 정반대의 경우다. 대리만족을 위해 부모가 강요가 아닌 응원과 지지를 보낼 때 관계는 건강해진다. 나를 항상 믿어주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나는 내 욕망에 더 충실해지고, 언젠가 그 믿음에 보상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가 뽑은 카드는 6번 The Lovers, 연인 카드였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사랑이 있다니 축복이다. 받은 사랑을 품에 안고, 나는 세상의 큰 사랑을 향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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