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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Sep 23. 2021

프로메테우스

모놀로그(사랑과 형벌)

 오늘따라 달빛이 내려주는 시간이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네요. 환하게 차오를수록 밝아질 수밖에 없는 달처럼, 우리도 아픔이 채워지면 빛이 날 수밖에요.


 어쩌면 운명이 내린 형벌일지도 모릅니다. 매서운 채찍질을 견디지 못한 나약함의 대가일지도요.

아!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는데, 그건 거짓이었나 봅니다. 맞아요, 스스로를 속이며 괜찮은 척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바라지 않음을 바라는 것이었는데요.


 [ 모르겠네요. 저희가 알 수나 있을까요? 보이는 것도 믿기 버거운 세상인데, 보이지 않는 것은 오죽할까요.

그러니 불안하겠지요. 실존한다면 느끼게 되는 이 감정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채워지지 않지만 채워나가야만 한다는 실상이 가혹하겠지요. 비교할 대상이 인간 능력의 한계치를 넘어선 이 정보 사회의 관계망에서는 더 불안하고 더 불행해질 수밖에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살아야 한다는 본성이 내재되어버린 동물인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또 하루를 버티고, 살아가야겠지요. ]


 어쩌면 제가 오만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 것도, 괜찮을 거라 감히 말하고 다녔던 과거와 인간과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본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만한 게 죄였다면, 제 잘못이었다면 받아들여야지요. 인간의 죄악이었다면 이해합니다. 살아야 할 이유를 빼앗기고, 죽지 못하는 이유만 생겼어도 괜찮아요. 여전히 건방지다고 하시겠지만, 괜찮아요. 저는 힘들어도 됩니다. 그런데 저만 힘들면 안 될까요?


 저는 죽지 못하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버텨볼 테니, 삶의 쓴맛을 달게 삼켜볼 테니, 저에게 그런 비극을 선사해주시면 안 될까요. 누구에게나 비극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과연 누가 알겠어요? 그들에게는 제가 받아야 할 마땅한 죄업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당신의 은총일 수도, 당신에게는 자비를 베푸는 행위일 수도 있는 건데요.


 모르는 거니까요. 불확실한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믿을 수 있다는 느낌뿐이니까요. 변하지 않는 건 없지만,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인간들처럼 어쩌면 저도 그러한 행위에 고결하고 숭고함을 느끼며 손뼉 치고 싶을지도 모르는거니까요.



 제 가슴이 쪼이는 아픔도 지나갈 뿐이겠죠. 아프다는 이름을 붙였을 뿐, 이게 정확히 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저 오늘은 달빛이 유난히 밝으니까 아픔과 슬픔은 외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행복의 관념만이 지구를 누비며 달빛에 반사되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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