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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Sep 27. 2021

청춘연가

 그는 창문도 없는 좁은 방 안에, 추위에 떨고 있다.

외투를 겹겹이 둘러 입고, 이불을 동여매도 한기는 가지 않는다. 볼도, 입술도, 손도 마구 떨린다. 가슴과 머리가 세차게 흔들린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뿐. 시간이 약일 테니까, 어서 이 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현재가 병이란 걸 의식하게 된 순간, 그의 의식도 아프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몸이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일까라는 자책도 해보고, 급작스레 닥쳐온 추위를 비난해보기도 해 본다.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지만, 둘 다 아닐 수도 있으니. 잔인하게도 세상은 춥지만, 지금 자연의 온도는 생명력이 충만할 정도로 포근한 편이니까.

 결국, 그가 떨게 되는 건 생존의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가 떨었던 것은 불안일지도 모른다.]


 빗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정말로, 밖에 비가 내리는 것인지  소리마저 환상인지 구별을 못할 지경이 되었다. 가뭄이 찾아온 정신에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을 보며 그는  공간에서 벗어나길 갈망한다. 하지만 그는 방법을 모른다. 메마른 바닥이 끝인  알았는데,  밑에는 낭떠러지가 있었다. 그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낙하.

그는 제대로 떨어지는 법이라도 배워둘 걸, 후회하고 있다.


 사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그 출처는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고, 불신이며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청춘을 거쳐 왔지만, 이는 강해지는 것과는 별개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시간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던 과거의 그는 어디로 갔을까. 세상은 그에게 위로가 아닌 결투의 장이었을까. 세상에 기대지 못하게 된 순간 그는 홀로 서 있어야 했으니, 그 얼마나 외로운 시간이었을까.


 그럼에도, 그 시간 동안 그는 세상에게 머리채를 잡히진 않았다. 가슴을 조이는 고통도 받지는 않았다.

눈물과 피.

그 두 개를 동시에 흘리진 않았다.


 세상에 나온다는 것은, 눈물과 피 모두 흘릴 각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몰랐다. 이것마저 그의 잘못일까.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에게 난 어떤 위로도 건네주지 못한다.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비록 소리로는 내지 못하더라도. 혼자가 아니라 곁에 있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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