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유자와 모과


발리는 신혼 여행지라고만 생각했다.

고급 리조트에서 수영 하고 칵테일을 마시며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연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달리 뭐가 있겠어.


섬 면적이 제주도의 세 배나 된다는 걸 몰랐다.

거대한 정글 숲과 절벽이 있고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걸 몰랐다.

집채만한 파도가 일렁이고 밤마다 카페에서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는 걸 몰랐다.

원숭이와 도마뱀과 꼬꼬닭을 애완견처럼 흔하게 마주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모기가 밤낮으로 철분을 빼앗아 온몸에 울긋불긋 꽃이 피게 될 줄 몰랐다.

밤마다 눅눅한 침구에 절망하고 식사 때마다 담배 연기에 괴로워하게 될 줄 몰랐다.

파리가 반찬 위에 앉고 개미가 침대 위를 기어가도 아무렇지 않게 될 줄 몰랐다.

환상과 환장 사이를 오가던 발리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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