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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행복에 관한 리포트 발표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 거 보고 사람이 달라 보였어요.

  창원의 한백직업전문학교에 입학한 후 어느 날, 창원 기능대학교 최종수 교수님의 과목 중 하나인 ‘행복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하게 되었다. 용접공이 무슨 행복에 관한 리포트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직업전문학교에서는 이론과 실습, 그리고 교양 과목을 배웠기 때문에 이런 과목도 있었다. 나는 가슴속에 

  ‘행복’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행복에 관한 책을 읽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글을 쓰며 정리했다. 대학 캠퍼스 경험이 없었던 나에게는 리포트 작성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또한, 글쓰기가 취미였던 나는 이 과정이 즐거웠다.


  일주일 후, 나는 교양 시간에 행복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하게 되었다. 강당 안에는 약 100명의 학생이 있었으며 조별로 한 명씩 돌아가며 발표를 진행했다. 나는 무대 앞으로 나와서 교수님에게 인사를 했다.


  “먼저, 오늘 행복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하게 해주신 최종수 교수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 교수님께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100여 명의 학생들은 “와~!!”를 외치며 환호했다. 교수님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학생들과 함께 즐거워했다. 나는 준비한 리포트를 차분한 목소리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곳에서 용접 자격증을 취득하고 조선소, 공단, 육상 용접 관련 직종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중에서 1년 후에는 50%가 그만두고, 2년 후에는 70%가 그만두어, 3년 후에는 15%만이 생존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원하는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지금 이 순간, 행복하십니까? 저는 행복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습니다. 행복이란, 내가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환호성을 외치던 학생들은 이내 얌전해져서 내 발표를 경청했다.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제 꿈은 제가 원하는 일을 하여 돈을 벌고 사람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저는 이곳 한백직업전문학교에 왔습니다. 앨빈 토플러는 용접공 출신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대학생 때 용접공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에게 영감을 받아 용접 기술을 배우고 제가 원하는 삶을 가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러려면 현재에 감사하고 미래에 대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성공학 강사 브라이언트 레이시는 미래에 대한 목표를 5가지로 제시했습니다. 


첫째, 사회의 목표입니다. 둘째, 건강의 목표입니다. 셋째, 셋째, 가정의 목표입니다. 넷째, 경제,돈의 목표입니다. 다섯째, 배려와 봉사의 목표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즉 행복이다, 라는 게 제 행복론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자신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도 나를 알아가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생략)”


  발표가 끝나자 100여 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나 나를 향해 힘찬 박수를 쳤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최종수 교수님이 말했다.


  “20년간 교직을 하면서 행복에 관한 리포트를 이렇게 멋지고 다양한 시각으로 작성하고 발표한 학생은 처음 보네요. 이남호 학생은 여기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했나요? 제가 볼 때 이남호 학생은 강사나 교수가 천직으로 느껴지네요.”


  그날의 그 말씀은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언제 어느 순간이든 나를 따라다녔다.     

그날 저녁, 산업설비 용접학과 모임이 있었다. 용접학과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에 연령대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삼겹살집에서 뒤풀이를 하던 중 나는 화장실을 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몇 명의 용접학과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뿌연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그때 덩치가 크고 인상이 무섭게 생긴 25살의 마산 청년이 나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남호 형님, 들어오세요. 오늘 남호 형님의 행복에 관한 발표를 너무 잘 들었습니다. 형님을 맨 처음 보았을 때는 외모만 보고 만만하게 생각했었는데, 아까 발표하시는 모습 보고는 사람이 달라 보이고 존경심이 생겼어요. 제가 웬만하면 형님이라는 말을 잘 안 하는데, 남호 형님만큼은 확실하게 형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날 저녁, 숙소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지만, 교수님의 말씀과 마산 청년의 반응이 자꾸 떠올라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 느낌은 뭐지? 이 느낌과 감정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스피치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고 위력이 있는가?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보여주는 것도 다르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그리고 이내 기저에 깔려 있던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용접 일을 선택한 게 옳은 판단일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스피치 강사로 전환해 봐야 할까? 성공학자 나폴레온 힐이라면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했을까?”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나폴레온 힐의 저서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을 펼쳐 들고 밤새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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