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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인지오류 그리고 약점 노출

피해의식(진정한 나를 찾아서)

친구 성원이는 따뜻한 말로 나를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나는 자꾸만 불안했다. 소문이 퍼져서 아이들이 나를 비난하면 어쩌지? 전산부 선배들이 모두 알게 되면 나는 탈퇴당하게 되는 건가? 라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신문 배달을 마치고 등교했다. 전산부 서클은 아침 7시까지 등교하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나의 사정을 알고 이해해 주는 선배들 덕분에 나는 제외였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클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왔는데, 주말에 있었던 일로 인해 마치 큰 죄를 지은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과거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야외 스피치 훈련으로 인해 오기와 배짱은 생겼을지 몰라도,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교성은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지, 뭘 그리 속상해하나’ 싶지만, 17살인 그때의 나는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친구들의 얼굴을 보기조차 두려웠다.

전산실에 갔다가 미팅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맞닥뜨렸다.


“남호야! 너 미팅 잘했니?”

“아, 응…. 재미있게 했어.”

“근데 너 그날 술 많이 마셨다며? 속은 괜찮아?”

순간, 친구들이 무슨 의도로 이 질문을 했을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너 그날 술을 많이 마시고 엄청난 실수를 했다며? 알고 보니 너 완전 다른 사람이라던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친구들과 이야기하기가 힘들어서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왜 친구들에게서 도망쳐 나왔지?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거나 놀리는 발언을 한 적이 없는데, 나는 왜 당당하지 못하지?’

나는 힘들 때마다 위로를 받았던 브리스톨의 《신념의 마력》, 노만 빈센트의 《적극적 사고방식》, 나폴레온 힐의 여러 책을 다시 펼쳐 들고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내 마음을 달래고 다시금 일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였다. 야외 스피치 훈련을 하려 해도 동기들에게 들킬까 봐 집 밖으로 나갈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친구들이 나의 모습을 가식이라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났다. 그들을 잃을까 봐 너무도 두려웠다.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그동안 나는 가식 덩어리였나? 친구들에게 나의 가짜 모습만을 보였나? 아니다. 가식이 아니었다. 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용기와 열정을 보였다. 진심이었다. 그런데도 자꾸 피해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만약 그날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고 더욱 진보했을 텐데… 하며 후회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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