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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29. 2024

엉성한 균형은 깨뜨리고 보자

혹시 그런 느낌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퇴사'를 선택한 뒤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졌는데 그렇게 3년을 생존해 냈더니 지금의 불안정한 삶의 형태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 이게 과연 정상인가 싶다가 생각해 보니 나는 3년간 본능적으로 불안정한 지지대 위에서 균형 잡는 법을 터득했음을 깨닫는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사람의 본능은 어찌 되었든 그 상황에서 최대한 균형을 잡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


오랜 답답함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중이다. 이제는 풀지 못하는 건지 풀기 싫은 건지조차 헷갈리는 인생의 매듭 앞에서 오늘도 그저 발걸음을 돌리는 나를 본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세계에 연결되는 것을 좋아하는데 때론 모든 연결을 한 번에 끊어버리는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다. 유독 제 앞가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차오를 때 그렇다. '내가 지금 이걸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가슴을 마구 뛰게 만들어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연결해지를 단행할 때가 있는데 오늘은 조금 순한 맛 버전으로 그동안 구독했던 레터들을 정리했다. 그중엔 나름 오랜 인연을 맺고 지냈던 사람의 레터도 포함되어 있다. 어쩌다 보니 더 이상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미루고 미루다 이참에 정리했다.


꼭 애먼 데 화풀이하는 사람처럼 뉴스레터들을 정리한 것 같아 괜히 또 마음이 편치 않은데 뭐 어차피 읽지 못해 쌓이고 있던 것들이니 차라리 잘되었다 싶다.


오늘 같은 감정이 밀려오는 날엔 차분히 생각을 더듬어 봐야 한다. '무엇이 또 발작 버튼이 되었을까?' '무엇이 내 초라한 감정을 건드린 걸까?' 


매체는 늘 그렇듯 소셜 미디어지만, 그 수많은 콘텐츠들 중 유독 3년 묵은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누군가의 화려한 수익인증도 아니고,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AI 기술도 아닌, 자기다움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를 만났을 때다. 


나에게는 알다가도 모르겠고, 잡힐 듯싶다가도 잡히지 않는 이야기를 저들은 잘도 찾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모습이 언제나 부럽기만 하다. 이런 속내를 털어놓으면 주변에선 늘 한 소리 듣는다. '제발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그만큼 같은 고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소리고 동시에 그만큼 주변에선 반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강점을 가졌는지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나도 참 어지간히 못 알아먹나 보다. 아님 여전히 남의 떡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도.


원인은 규명했으니 이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차례다. 이번엔 나에게 어떤 해결책이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니 역시 실행하는 것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퇴사 후 불안정한 현실에 누룽지처럼 눌어붙으면서 불안과 자기 긍정, 그리고 회피의 사이클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실행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우선 다음 글쓰기 모임을 모집하는 기간이니 이쪽저쪽에 모집 광고를 올려 보는 것부터 실행해 봐야겠다. 이것도 은근 자꾸 미루다 보니 마음을 가라앉히는 요인이 되는 듯하다. 그다음엔 몇 가지 개편할 부분을 손 보는 것까지를 이번주 실행 목표로 잡아보고 움직여 보는 거다.


매듭을 풀려면 가만히 쳐다만 봐선 풀리지 않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 움직이자. 실행하자. 앞으로는 매주 루틴 이외의 것 1가지 이상 실행해 보는 거다. 3년 죽치고 앉아있었음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도 됐지. 


오늘부터 하반기 연말까지는 실행만 외치며 살아보자. 고민은 그다음에 하자. 무조건 액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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