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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29. 2024

책장을 보면 마음이 훤히 보인다

내 방에는 책꽂이가 세 개 있다. 이미 책들로 가득해 일부는 책상 위에서 책탑의 한 구성이 되었다. 원래 두 개였는데 책상 위에 책이 너무 쌓여서 정리하려고 하나를 더 샀다. 그런데 거기도 이미 가득 차버렸다. 책이 많다고 독서를 많이 할 거라 생각하는 건 오해다. 원래 일단 책 속에 둘러 쌓여야 뭐 하나라도 읽게 되는 법이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다가 문득 탑이 돼버린 책들의 제목을 훑어보았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 편성준 작가님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송숙희 작가님의 <백만장자 작가수업>, 러셀 브런슨의 <마케팅 설계자>, 폴커 키츠의 <설득의 법칙>, 최혜진 작가님의 <에디토리얼 싱킹>, 와다 히데키의 <감정바보>, 김익한 교수님의 <파서블>, 김진지 작가님의 <제철 행복>, 그리고 요즘 매일 아침 읽고 있는 킨드라 홀의 <스토리의 과학>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놓여 있다.


그런데 책 제목들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거렸다. 너무 내 마음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불안감이 늘 깔려있는 마음 상태로 살아간 지 3년이다. 뭘 해야 할지,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인지, 뭘로 먹고살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한다. 그러다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왕 잘 쓰려면 좀 위트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럼에도 생계 고민이 떠나지 않기에 글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싶었다. 돈을 벌려면 역시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설득을 할 수 있지? 일단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애쓰며 살아가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점점 감정 기복이 커지는 기분이었다. 심할 땐 '감정'이라는 것을 없애버리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다시 기운을 차리고 뭐든 할 수 있다는 확언과 믿음을 나에게 채워 넣기 시작했다. 3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살았음이 후회되었다. 그래서 제철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런 나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잘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떤가? 제목만으로 엮어낸 나의 마음상태가 너무 확연하지 않은가?


여기에 모든 책을 다 언급한 건 아니다. 개중에는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도 있고 타샤 유리크의 <자기 통찰>, 라이언 홀리데이의 <에고라는 적>, 그리고 허지원 작가님의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도 있다. 


놓여있는 책을 통해 내 마음이 얼마나 수갈래로 향해 있는지 깨닫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전보다 책을 자주 구입하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자기 계발서에 주로 머물렀던 것과 달리 에세이와 소설도 읽고 있다. 나는 음식은 편식하는 사람이 아닌데 책장을 보니 책은 편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읽히는 책이거나 콘텐츠로 만들어내기 편한 책. 


글을 쓰는 일도,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통섭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일 텐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해 사고의 틀을 넓히는 게 필요할 텐데, 너무 한쪽으로만 영양소를 때려 넣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요즘 매일 아침 최소 30분의 독서 시간을 갖는다. 근래에 독서에 잘 집중하지 못한 이유를 곱씹어 보던 중 '조급합'이 큰 이유라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깔고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고 나니 독서를 위해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매일 독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의 책장은 3년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하나의 전시장 같다. 책장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라 그 틈사이에 이것저것 갈 곳을 잃어버린 물건들도 놓여있다. 언제 한 번 큰맘 먹고 정리를 해야겠다. 할 수 있다면 책도 나름의 카테고리를 정해 정리해 봐야겠다. 어쩌면 그 덕분에 마음도 잘 정리될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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