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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rce Oct 10. 2021

2. 사람이 많고 적음에 대하여(2)

작은 기업이 좋은 점도 있다.



작은 회사는 어떨까. 사람이 몇 명 없는 작은 회사는 보통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굴러가기 마련인 것 같다. 인력의 회전이 빠르다.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걸러지게 된다. 이유는 많겠지만, 굳이 회사와 안 맞는 것 같을 때 피차 안간힘을 쓰며 버틸 필요가 없어서일지도. 영 안 맞는다고 생각이 들면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 그만이다.


당연히 작은 회사들은 대기업보다 많다. 단지 대우가, 문화가, 사람 수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 회사가 굳이 내 마음에 드는 ‘종착지’가 아니라면 생각보다 쉽게 떠날 수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서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중소기업처럼 이직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만성적으로 사람이 부족한 분야가 아니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몸과 머리는 무거워지고,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하게 되면 책임질 일들은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웬만하면 회사가 망하거나, 해고될 일이 없는 대기업 안에서 오래오래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다지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는 앞선 이유로(인력 회전이 빠르다는 점) 점점 그 회사만의 문화가 공고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이직한 작은 회사의 경우는 일단 40대 넘는 직원이 없어서인지, 개인적인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밥도 다 따로 먹고, 회식도 없다.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상황도 한 몫하는 것 같지만, 일단은 그렇다. 누군가는 이런 분위기가 불편하겠지만, 맞는 사람들은 편할 것이다. 회사를 오래 다닌 분께 들어보면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엔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나는 이런 개인적인 분위기가 좋은데, 이런 문화가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회사에 속한 사람이 나와 맞느냐는 조직문화와 업무, 그리고 전반적인 인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물론 거듭 강조하지만, 일반화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관계라는 것은 행복도에 정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본인과 일하는 곳의 사람들과 결이 맞지 않는데 직장에서 버티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던 사람으로서,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정말 잘 안다. 나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좋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모두 다채롭고 이중적인 면모가 있다. 주변 환경이, 상황이 사람들의 어떤 면을 극대화할 뿐이다. 결국 어떤 회사든지 추구하는 방향이 명확하게 있을 때, 그 방향에 맞는 성향이 발현되고, 결국엔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관계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좀 미묘한데,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해서 가족 같은 회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사생활을 관여하는 사이가 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일에 있어서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 경쟁을 위한 경쟁이 아닌 서로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얹어주고, 각자의 잘하는 점에 맞춰 일을 분배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이전 직장에선 늘 경쟁과 정치, 견제에 긴장해있었고, 그렇다 보니 매사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다고 이전 회사에 악한 사람들만 골라서 들어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게 그 회사의 문화고 방향성이니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물론 그런 환경이니 나도 훨씬 호전적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나는 지금 회사의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 경쟁을 한다고 해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똘똘 뭉쳐서 좋은 결과물을 내지 않으면, 회사는 어쩌면 일이 끊기고, 폐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가 서로 돕는 것이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가 이 작은 회사는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인데도 불안감보다는 안정감이 더 많이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에 있을 때 난 더 불안해했던 것 같다. 늘 미래가 무섭고,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두려웠다.


도대체 왜 남들이 다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날고 기는 사람들이 동료들이 수십만이 모인 대기업에서는 늘 불안하고 미래가 무서웠는데, 왜 이 작고 앞날을 알 수 없는 회사에서는 왜인지 다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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