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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SAILING Nov 08. 2024

바람 마을 밴든

트리컬러 증기선의 조난, https://mattolehistory.wordpress.com


이 루트로 항해하는 사람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곳이 아마 케이프 멘도시노Cape Mendocino일 것이다. 터프한 북미 서부 해안 중에서도 가장 항해의 난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구간이다. 그 바로 위에, 케이프 블랑코Cape Blanco라는 곶(바다로 뾰족하게 돌출된 땅)이 하나 더 있다. 둘 다, 대체로 밋밋한 북미 서해안 지형에서 갑자기 서쪽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는 모양새인데, 그 때문인지 강한 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케이프 멘도시노야 워낙 유명한 난코스라 항해 초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케이프 블랑코는 매일 들여다보는 일기예보 앱 때문에 알게 되었다. 약한 바람은 보라색으로, 강한 바람은 빨간색으로 무지개 색으로 바람 세기를 지도 위에 나타내 주는 앱이다. 다음 목적지의 바람을 확인한 뒤에는 습관처럼 지도를 축소해서 앞으로 지날 곳 전체를 한 눈에 훑어보곤 했는데, ‘가장 빨간 바람’이 걸려있는 곳은 의외로 케이프 멘도시노가 아니라 그 위쪽일 때가 더 많았다. 


“케이프 블랑코 같은 데는 바람이 인정사정 없을거야.”


뉴포트에서 만난 전직 어부이자 마린샵 주인의 말을 듣고 호기심에 찾아보니, 케이프 블랑코라는 곳이 바로 내내 궁금했던 그 지점었다.

 

어느덧 케이프 블랑코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제 고작 30여 해리만 남쪽으로 가면 만나게 되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바람이 약한 날 지나가겠노라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마치 고장난 신호등처럼 케이프 블랑코에 걸려 있는 빨간 색 바람이 요지부동이었다. 며칠째 강박적으로 예보 앱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과연 이 빨간색이 노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바뀌는 날이 있기는 한 걸까 의심만 커져갔다.


찰스턴이라는 동네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맥주 마시며 모타운 음악만 듣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빨간 바람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동안, 조금씩이라도 남쪽으로 내려 가 놓는 게 현명해 보였다. 바람이 강한 대신 항해 시간을 짧게, 강풍에 고생을 하더라도 하루종일 시달리지는 않도록. 


우리가 좀 더 북쪽에 있을 땐 중간에 기항하고 싶어도 항구가 없어 강제로 종일 항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레건 남부 정도 내려오니 이제 항구 사이 거리가 상당히 짧아져서 우리에게도 선택지라는 것이 생겼다. 찰스턴에서 가장 가까운 남쪽 항구는 15해리 정도 떨어진 밴든Bandon이라는 곳이다. 


북미 서부해안의 지명에는 약간의 호러가 가미된 곳이 좀 있는데, 과거의 사건 사고에서 이름이 유래된 경우가 많다. 실망봉Cape Disappointment(대륙을 통과하는 항로를 찾던 탐험가들의 실망), 파멸의 섬Destruction Island(인근에서 발생한 수많은 조난 사고와 해양 재해로 붙은 이름), 악천후 곶Cape Foulweather(강풍, 안개, 거친 파도의 악천후를 만난 뒤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이 명명) 등이 몇몇 예이다. 삭막한 지명들에 서늘했던 기억 때문인지 밴든이란 이름에서 자꾸 어밴든abandon(포기하다)이란 단어가 보입니다. 이 지명이 어밴든 쉽abandon ship(가라앉는 배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기를. 



밴든 


마리나 안에서 갑자기 출몰해 순식간에 시야를 덮었다가 바람 따라 물 흐르듯 하기도 하던 안개, 오늘 아침엔 웬일로 없었다. 순조로운 출항에 이어 순조로운 바람. 별로 어렵지 않게, 예상보다 빨리 밴든에 도착하게 되었다. 10:30, 마리나 입구에 다 오니 그제서야 바람이 제법 불기 시작했다. 뭔가 뿌듯했다.

 

"아, 타이밍 절묘했다."


날씨도 화창한 데에다 마리나는 작고 아늑해 보여 느낌이 좋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항구에 도착한 것은 처음이었다. 간신히 해 지기 전 도착해서 겨우 저녁 먹고 곯아 떨어지곤 했는데, 오늘은 대낮에 동네 탐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일찍 출항하느라 하지 못한 연료 주유는 마쳐야 했다.


핸드폰의 전자 차트에 표시된 주유 선착장에 배를 대고 내렸으나, 멀리서 주유기처럼 보였던 것은 펌프아웃pump out(홀딩탱크의 인분을 비우는 장치, 주유기처럼 호스가 있음) 기기였다. 텅 빈 선착장 끝에서 끝까지 걸으며 탐색했지만 주유기를 찾는 데 실패하고 배로 돌아가려는데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기름 넣게요?"


한 층 위 높이에 있는 낚시투어 주인 아줌마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낚시투어 가게는 주유소를 겸하고 있었다. 주유기도 위에 있어, 라푼첼이 머리카락 내리듯 호스를 내려주면 선착장의 배가 주유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다만 하늘에서 내려와야 하는 주유기 호스 길이가 충분하지 않아, 배를 180도 돌리고 좀 더 뒤쪽으로 옮겨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던 걸까. 시동 안 켜고 줄로 옮긴다고 낑낑대느라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고 말았다. 그러나 기름이 튀지 않게 주유하려면 천천히 해야 한다며 선주는 한참을 끈기 있게 호스를 연료 주입구에 대고 쪼그려 앉아 있었다. 강렬한 태양을 머리 뒤로 하고 윗 층 난간에 턱을 괸 라푼첼, 아니 가게 주인 아줌마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직 10갤런도 안 나간 거는 알고 있죠?"


아줌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기나긴 주유를 마친 선주는, 이번엔 선착장 자리를 바꿀 수 있는지 타진해 보기 위해 마리나 오피스로 출동했다. 우리가 배를 옮기고 주유하는 동안 마리나 안의 바람이 거세져서, 처음 배정받은 자리로 옮기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점점 강해져서, 선주가 배로 돌아올 무렵엔 마리나 안 바닷물 표면이 거칠어지고 검은 돌풍 자국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새로 받은 자리는 바람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다 배를 오른쪽으로 살짝만 틀면 되는 쉬운 위치였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고 뱃머리를 돌리려는 즉시 배가 90도로 돌아가 버린 뒤 바람에 떠밀려 자비 없이 떠내려갔다. 급히 배를 360도 돌려 제자리로 돌아가보려 했지만, 좁은 공간, 풀킬 요트, 어리버리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결국 배는 마리나 끝,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선착장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버렸다. 조용하던 마리나 안, 급박한 엔진 가속 소리와 바람에 밀리며 고군분투하는 세일링 요트는 구경꾼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우리 배가 붙은 선착장 바로 옆은 밴든 다운타운의 중심가로 이어진 길이었다.


"나도 그런 적 있어요! 여기 바람이 보통 바람이 아니지!"


난간에 기대 이 난리법석을 구경하던 행인 중 하나가 큰 소리로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새마을 운동 모자 같은 걸 쓴 키 큰 사람도 다가오더니,


"원래는 여기 배 대면 안 되지만 내가 마리나 오피스에 얘기를 해 줄께요. 상황이 괜찮아지면 그때 옮겨요." 


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다시 보니 우리가 붙어있는 선착장은 마리나 입구와도 가깝고 다른 배도 없었다. 전화위복이라고, 돌풍 덕에 오히려 더 좋은 위치를 얻은 것 같았다. 우리는 어리버리 세일러이므로 우리에게 '상황이 괜찮은 때'는 우리만 알 수 있는 법- 마리나의 새 자리에 매우 만족해하며 계속 여기 머물기로 했다. 


밴든 마리나. 왼쪽 위 선착장에! https://marinas.com/view/marina/7ec7xl_Port_of_Bandon_Bandon_OR_United_States




배를 묶고 나니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났지만, 엔진이 식기 전에 엔진오일도 갈아야 했다. 열어 보니 엔진벨트가 또 얇아진 느낌이었다. 앞뒤로 두 개 걸린 벨트 중 앞 벨트만 닳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에 전화해서 고문의 조언을 받아 앞벨트 뒷벨트를 맞바꾸고, 쇠막대를 지렛대 삼아 풀리를 단단히 조였다. 이제 엔진벨트가 제대로 조여졌으니 더는 닳아 얇아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밴든에 일찍 도착했는데 뭐 하고 놀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었는데 웬걸,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오늘은 저녁이라도 근사한 곳에서 제대로 먹자며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시내를 탐험하러 나섰다. 다운타운이 마리나 바로 옆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중심가에 들어서니 마치 옛 서부영화 속으로 들어온 분위기였다. 늘 안개 속이었던 찰스턴과 달리 날씨도 너무나 좋았다. 밴든이 작지만 사랑스러운 마을이라는 리뷰가 많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섭습니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데 어지러웠다. 어제 술이 덜 깬 모양이었다. 뒤뚱뒤뚱 화장실에 다녀온 뒤 거센 역풍을 뚫고 항해하는 꿈을 꾸다가 화창한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쏠리는 느낌이 좀 있었다. 이 정도로 많이 마시진 않았는데- 생각하며 밖에 나와 보니 배가 뚜렷하게 기울어 있었다. 옆으로 기울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고꾸라져 있는 상태였다. 숙취 때문에 어지러웠던 게 아니라, 정박해 놓은 배가 입체적으로 기울어 있었던 것이다.

 

어제 바람에 밀려 내려와 어쩔 수 없이 배를 묶은 이 선착장은 마리나에서 육지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만조가 지나자 수심이 낮아져 배가 해저에 앉은 채 기울어 버렸다. 여기 배를 대면 안 된다고 했던 게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뒤늦게 깨달음의 시간이 찾아왔다.


물이 좀 불어나면 배를 깊은 곳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곧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파자마 자락을 휘날리며 배 앞뒤로 왔다 갔다 해 보았지만 빠져나갈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물도 올라오고 바람도 좀 만만한 순간이 겹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바람은 어제와 방향이 같았다. 즉, 우리 호라이즌스 호는 좌초해서 기운 상태로 그 강풍을 정 옆면으로 받아 무섭게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호라이즌스가 풀킬 요트인 게 다행이었다. 마리나 안에서 배 돌리기는 어려웠지만, 덕분에 이렇게 배 무게를 딛고 서 있어도 걱정이 덜 되었다. 하지만 해저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강풍에 흔들리기까지 해도 괜찮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기운 데에다 발작적인 돌풍에 밀려 흔들리는 배 안에 있으려니 너무나 심란했다. 배와 선착장 사이에서 터져버릴 것만 같은 펜더fender들을 다시 한번 어루만져 준 후 배를 나섰다. 달리기라도 하고 오면 마음이 좀 나아질 것 같았다. 밴든의 뷰 포인트라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제 지나온 바 채널을 거슬러 올라가 바다 쪽으로 나가니 무서운 파도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저 바다 위에 호라이즌스 호를 그려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해안에 퍼져 있는 기괴한 모양의 바위섬들은 장관이었지만, 선주와 나는 절경이 아니라 파도에 압도되어 말을 잃어버렸다. 그 바람을 목격하고 배에 돌아온 이후로는 육지에서 부는 바람조차 영혼을 갉아먹는것 같았다. 알고 보니 밴든의 명물 중 하나가 드라마틱한 파도라고 한다. 마리나에 세일링 요트가 몇 척 없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세일링 요트들은 이 바람에 대체 무슨 재미로 세일링을 하겠다고 여기 머무는 것일까 궁금할 따름이었다. 뷰 포인트는 괜히 구경하러 갔다가 겁만 단단히 집어먹고 왔다.

 

강풍이 잦아드는 저녁엔 물이 낮아져 탈출 타이밍을 잡는 데 계속 실패했다. 우리는 배 안에 머무는 심란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운타운의 야외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시내를 산책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동네 헬스장에서 일일권을 끊고 운동을 하기도 했다. 해안가 건물이 막아주지 못하는 곳은 동네 안에서도 바람이 심했다. 혹시나 우리가 예외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시기에 밴든을 방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캘리포니아 출신이라는 헬스장 카운터 직원에게 이 동네 바람에 대해 물으니, 


"내 생각에도 이건 미친 바람인 것 같아요. 바닷가에 사는데도 불안해서 애 데리고 바다에 못 나가."


마리나에 돌아올 때마다 바람에 떠밀려 괴로워 보이는 호라이즌스 호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출항


원래는 밴든에서 이틀 쉬고 20해리 남쪽의 케이프 블랑코를 넘은 뒤, 긴 낮의 길이를 활용해 50마일 정도 남쪽의 브루킹스Brookings까지 항해를 계속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밴든 뷰 포인트에 다녀온 이후 더더욱 바람 적은 날 항해하겠다는 마음이 확실해졌다. 이제 날짜별로 오전/오후 바람의 세기와 파도높이뿐 아니라 돌풍 예보까지 수첩에 기록을 하고 예보의 추세 변화도 지켜봤다. 아무래도 출항 예정일 다음날이 조금 나은 것 같았다. 케이프 블랑코까지는 강풍을 피할 수 없으니, 그대신 일찍 배를 쉴 수 있도록, 욕심을 접고 중간 기항지를 하나 추가했다.  


오르포드 항Port Orford은 이름은 '항구'이지만 선착장은 없어 닻을 내려야 하는 곳으로, 케이프 블랑코 바로 밑에 있다.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주유할 수 있는 곳도 있는 데에다 아무래도 이름에 '항구'가 있는 만큼 배들이 많이 들르는 장소일 것 같다는 믿음을 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외진 만보다는 나은 쉼터를 제공하니까 이름이 항구가 되지 않았을까? 최소한 지난번 닻 내리고 잠을 설친 스머글러 코브보다는 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 저녁 만조에는 드디어 배를 수심이 깊은 곳으로 옮겨 놓을 수 있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며 데크 물청소까지 마쳤다. 물론, 빨래도 해 놨다. 이제, 내일아침 몇 시에 바를 건널지만 결정하면 출항 준비는 끝이었다.

 

이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초록색 새마을 모자를 찾아야 했다. 바로, 하버 마스터harbor master 션. 배가 바람에 밀려 내려왔을 때 친절하게 우리의 편의를 봐주었던 사람이다. 여기 밴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밝고 친절했다. 머무는 동안 '밴든에 온 걸 환영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데, 첫 번째로 그 말을 해 준 사람이 션이었다. 


션은, 이 정보는 매일 손님을 태우고 바를 건너 바다로 나가는 낚시투어 주인에게 물어야 정확하다며 함께 가게까지 동행해 주었다. 출타 중인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 준 정보에 의하면, 내일은 오전 09:30 정도에 나가는 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내일 밀물은 이미 08:40부터 시작하는 데에다 밀물 전에는 물이 움직이지 않는 간조도 있을 터인데 09:30에나 출항하는 것은 지나치게 여유로운 일정인 것처럼 보였다.




아침,
약간의 안개가 있는 대신 바람이 약했다. 마음이 급했던 우리는 좀 일찍 계류줄을 풀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 입구까지 나가는 동안에 바람이 점점 강해졌다. 역시 조금이라도 일찍 나와 약풍에 바를 건너게 된 게 신의 한 수였고 미국인은 너무 느긋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매의 눈 선주가 멀리 있는 뭔가를 봤다.


"저게.. 뭘까...?"


바 입구에 하얀색 줄이 가로놓인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파도라고 하기엔 딱 한 줄인 것도 이상하고 그 뒤쪽의 바다는 심지어 잔잔해 보였다. 한 템포 늦게 두 세일러의 움직임이 급정지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어디선가 읽은 문구가 머리를 스쳤다.


'일단 바를 건너기 시작했다면 절대로 배를 돌리지 마라' 


막연히 두려워만 했지 한 번도 마주친 적은 없던 상황. 아무래도 저 흰 띠는 강물과 바닷물의 충돌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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