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영업도 영업이다
"오늘은 내가 주(酒)권을 쥐었다!"
오늘은 팀 회식. 먼저 따라 드리겠다며 소주병에 손을 뻗자 팀장인 N부장은 되었다며 술잔을 모두 자기 앞에 모아놓고 소맥을 제조했다. 민주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농담에 꺄르륵 웃어드린다. 리액션에 화력지원 부탁한다는 눈빛을 앞자리에 앉은 여직원 J사원에게 보내며......
"허허, 별 것도 아닌 말에 웃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구만. 자, 이제 내가 병(甁, 兵)권도 쥐었다!"
아직 한잔도 드시지 않았건만, 이미 한껏 기분이 좋아진 N부장이 맥주병도 흔들며 한마디 덧붙이신다.
"하하하하하, 병권이라니, 부장님도 참!"
왜 이러실까.
해외영업 직무로 이직을 해오면서 나도 말로만 듣던 영업사원이 되었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영업사원의 최대 과업 중 하나는 술이다. 영업 = 술이라는 공식이 아직 사회 이미지로서 만연하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영업 직무와 무역상사 업종에만 구직을 하면서도 면접에서 묻는 단골질문 중 하나가 주량은 어떻게 되냐는 것이었다. (대체로 "참이슬 후레쉬 기준으로 두 병입니다."이라고 뻥치면 기본은 되었구나 라며 만족해들 하셨다.) 해외 바이어들도 술 접대를 좋아하나 하고 의아했지만 현업에 종사해 보니 그들은 바이어를 잘 응대할 사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술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내부영업.
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지 와닿는다. 사내정치랑은 또 다르다. 사내정치는 회사 내 이력이 쌓이고 직원으로서의 덩치도 커져야 와닿는다. 주니어가 크게 신경 쓸 이슈는 아니다. 게다가 요즘 주니어들은 시대적 / 태생적으로 사내정치라는 장르의 정서를 이전 세대처럼 받아들이는 DNA가 적거나 없다.
내부영업은 특히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서포트를 요청해야 하는 이가 서포트를 제공할 수 있는 이에게 한다는 점에서 주니어에게 사내정치 같은 것보다 훨씬 와닿는 이슈이며 이 내부영업의 가장 유용하며 괴로운 도구가 바로 술이다.
술을 못 마시거나 안 마시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라도 어느 순간에는 술 한잔에 기대고 싶어진다. 나 같은 주니어도 때로는 그렇다. 그러나 술은 내 사람과 함께해야 음료다. 싫은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과 함께 하면.. 독.. 까지는 아니더라도 술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나 사회생활이란 것이 사람의 입에서 먼저 이런 말이 나오게 한다더라.
"과장님, 언제 저랑 맥주 한잔 드시겠습니까."
"부장님은 술을 많이 드신다기보다는 자리 자체를 참 멋지게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