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연대는 여전히 가치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미디어 속 창작인물 중에 '언더독' 스타일의 인물들을 좋아했다. (악당처럼 보이지만 언더독인 인물들도 많다) 예컨대, 호빵맨이라는 만화를 볼 때는 "제발 오늘은 꼭 세균맨이 이기게 해 달라"라고 마음으로 빌면서 봤더랬다. 숲 속 친구들과 짜고 소년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곰팡이들과 여동생 짤랑이를 케어하는 소년가장이다)을 괴롭히는 지역 유지 (잼 아저씨)의 아들 호빵맨 놈 면상에 꼭 세균맨이 라이트 훅을 꽂아주기를 바랐다. 허나, 꼭 다 이겨놓으면 그놈의 잼 아저씨가 나타나서 호빵맨의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더란 것이다.
파워레인져 (오리지널 버전)는 지금도 유해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있다. 여성 출연자들을 핑크색과 옐로우색 유니폼으로 구속하고 대열의 맨 끝에 세워두는 것은 둘째 치자. 앞에 선 리더는 백인 남성이다. 이어서 흑인 남성, 백인 여성, 흑인 여성.. 이건 뭐, 미국의 기득권 (혹은 궤도권) 진입 순서인지.. 그리고 자꾸 이민자 (우주적 관점에서 외계인은 이민자다)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두들겨 팬다... 심지어 여럿이서 팬다.
근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위키드를 보았다. 무섭고 익숙한 대사가 나오더랬다.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려면 공동의 적을 만들어서 타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비즈니스에서는 Traditional strategy(학술 용어 아니고 실무자들의 언어로 봐달라)라고 표현할만치 익숙하고 얄밉도록 효과적인 말이다.
병역을, 특히 병사로, 마친 대다수의 남성들은 경험했을 거다. 어느 순간 보이는 고참층과 후임층의 구분선. 좁은 내부반에서 이미 기득권인 고참들은 다양한 배경과 각자의 이름으로 구성된 후임들을 "니들"이라고 표현하며 온갖 문제 (그리 크지도 않은)의 원흉으로 여겼다. 꼴랑 2년 하는 군 생활, 나름 한 순간도 비겁하고 싶지 않아서 후임들 편에 섰던 나는 늘 아이들에게 "시간은 너희 편이다. 고참 수는 줄어들 것이고 결국 자기 전역하는 모습 지켜봐 줄 너네 눈치 볼 날이 올 거다."라고 말해줬다. 우리의 전략은 잘 통했다. 모든 순간에 지켜줄 순 없었지만 떠나는 순간까지는 건강한 커뮤니티로 재건했다고 자부한다. (사회에서 무역 발주 건을 딴 것보다 더 자랑스러운 과거다.)
사회에 혐오가 막연하다. 누군가는 이성을, 노인을, 아이를, 계층을, 이민자를 혐오한다. 물론 어느 나잇대와 배경에서든 나쁜 놈들은 있다. 많이 있다. 그러나 일반화는 경계하고 기본적으로 서로 존중하고 어느 정도는 톨레랑스를 (이 또한 서로) 베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게 결국은 나를 위한 길이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을 보고 안네 프랑크를 판단 및 핍박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참된 의미에서 정의롭고 강한 사람이 되자. 우리는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