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마케팅, 브렌드, 리뷰, 체험
1. 클럽하우스 방을 돌아다니다 보니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의 흥행은 현재 성인 교육시장과 그대로 닮아있다. (특정 주제에 맞춘 진지한 이야기가 중심이 아닌 방들은 제외, 예를 들어 음악 틀어놓거나 화이트 노이즈를 공유하거나 성대모사, 재미있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등 재미만을 위한 방 등등)
처음 방을 선택하는 기준은 당연히 어떤 주제로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다. 하지만 방에 사람이 많이 모이고 활성화되고 길게 이야기가 이어져나갈 수 있는 흥행은 역시나 동경하는 혹은 도움을 받거나 네트워킹 로망인 샐럽이 있는가 혹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또래끼리(나이 기준 평균 아래위 5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가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잠깐 들어왔다가도 사람들 쭈욱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나간다. 이야기 내용의 질은 후순위다.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질을 판단할만큼 머무르지 않거나 누가 이야기하느냐로 질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보다 경험 전달을 더 선호하고. 샐럽이 아닌 이상 중년 아저씨는 유튜브와 팟캐스트처럼 완전 관심 밖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해줄 거 아니면. 벌써부터 꼰대 아저씨들이 혼자서 마이크 안내려놓고 말 길게 한다는 말이 나온다.
2. 스피커보다 모더레이터가 더 중요하고 빛이 난다. 모더레이터가 얼마나 방을 잘 운영하느냐가 핵심이다. 음성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왠만한 스피커들은 혼자서 길게 이야기하며 이끌어나갈 수가 없다. 적당한 피드백, 적당한 호응, 적당한 길이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모더레이터가 담당한다. 한명의 스피커만으로는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 여러명의 메인 스피커가 참여하는데 이들 사이를 조정하고, 방에 들어와있는 리스너들까지 챙겨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고 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역시 모더레이터의 역할이다. 몇명 없는 방이라면 몰라도 일단 수십명이 들어오면 스피커가 모더레이터 역할까지 동시에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물론 가능한 경우도 있다. 수십명이 동시에 교육생으로 들어오는 온라인 비대면 교육을 혼자서 할 수 있는 강사 경험이 있으면 혼자서 해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교육할 때도 동시에 여러개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교육내용 전달에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스피커가 이야기에 집중하려면 모더레이터는 필수다.
3. 예상대로 오로지 음성으로만 소통해야 하다보니, 말을 쉽고 조리있게 잘하는 역량은 필수고 화법과 발음, 목소리톤도 매우 중요하다. 말을 잘하는 것까지야 아주 잘하지 않아도 짧게 짧게 이야기를 끊어서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화법과 발음, 톤은 말을 길게 하던 짧게 하던 문제가 크다. 아나운서와 전문MC들이 왜 말하는 훈련을 힘들게 받는지 이해가 된다. 유튜브나 줌까지만해도 영상을 통해 청각 뿐 아니라 시각까지 동원할 수 있어서 목소리와 발음이 조금 불분명하거나 소위 속으로 먹는 발성인 사람들도 원하는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소리로만 전달해야 하다보니 발음이 안좋거나 먹는 발성, 특이한(?) 톤은 무슨 말 하는지 잘 안들리거나 듣는 자체가 괴롭다. 얼굴에 자신 없거나 얼굴을 드러내기 안좋아하는 사람들이 얼굴 안팔고 이야기해서 좋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얼굴 안팔고 말만 파는게 더 어렵다. 그리고 소리만 듣기 때문에 오히려 스피커의 감정이 생생히 전달되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섞여있거나 기운 빠진 듯하면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4. 벌써 클럽하우스에서 오고 간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고 이 문제가 향후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해왔는데, 특정 클럽하우스에서 특정 사람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따로 정리해서 개인 SNS에 올려서 전체공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밋업이나 강연, 교육 듣고 수첩 정리해서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클럽하우스의 전제가 그 방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야 하는 것인데, 이게 나가게 된다는 것은 스피커들이 말을 조심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이야기에 제약이 생기게 된다. 현재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나 행사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고, 그래서 과감하게 생생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비공개 교육이나 행사가 아직은 더 각광 받는 이유다. 조만간 클럽하우스 녹음어플도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 때문에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과 출시가 늦는게 아닐까 싶기고 하다.
5. 역시나 난 일과 관련되어 내가 직접 클럽하우스 방을 열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이다. 앞서 말한 1~3번 만으로도 내가 스피커나 모더레이터로 적합하지 않고, 4번도 마음에 걸린다. 확실하게 주제가 명확하고 스피커와 참가자가 서로 기대치가 비슷한 상황에 모더레이터가 주도하는 방에, 일이나 사업에 도움이 되거나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선의로 접근 가능한 경우로 여러 스피커 중 한명으로 초대를 받는다면 참여를 고려해볼 수는 있겠다. 예전에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대해서도 똑같이 이야기했고 실제 그렇게하고 있듯이 말이다.
아~ 개인적으로는 일과 관련없이 영화 등을 주제로 한 취미수다방이나 특정한 사람들과만 우리끼리 수다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비공개 수다방은 개설할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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