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결혼식 공주님 손을 잡은 할아버지처럼
회사 후배의 결혼,
꼭 찾아가서 축하는 해줘야겠고
아이 둘을 다 집에 두고가긴 부담이라
며칠 전에 첫째 딸에게 물어봤더니
말한 순간부터 잔뜩 기대를 하는거다
“아빠, 결혼식 언제가?“라며
매일 자고 일어난 아침마다 묻더니,
당일인 오늘은 “아빠 언제갈꺼야?”라며
연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보챈다
두세번 정도 가족끼리 결혼식에 간 적이 있는데,
특히 올해 결혼식에서는 드레스 입은 신부를
“결혼식 공주님”이라 부르며 동경의 눈빛을 보내더라
신부 입장 전의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는 첫째 딸의 뒷 모습을 보면서, 신혼 시절 아내와 싸웠다고 투덜대는 나에게 당시의 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L군아, 여자들은 아이일때부터
드레스 입는 상상을 하고 즐거워한다
그때부터 꿈꿔온 모습을 이룬건데,
네가 살면서 그런 꿈을 자꾸 못 이뤄주냐?
아. 딸아빠의 그 말을 듣는데 머리가 띵 한거다
그때부터는 어떤 갈등이나 화가 나도, 참아낼 수 있는 하나의 기억이 되었달까-
이래서 현명한 사람이 옆에 있어야한다.
촌철살인이지만 똑똑한, 정확한 지적을 늘 아낌없이 쏟아준 그와 같은 지혜를 늘 구하자
신나서 드레스를 골라 입고 앉은 첫째딸을 데리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결혼식장으로 출발했다
여느때처럼 셔츠에 타이, 자켓을 입은 나를 보며
아빠 멋지다
라고 말하며 즐거워하는, 잔뜩 들뜬 딸에게,
우리 딸도 너무 예뻐 공주님처럼
이라고 말해주고는 같이 차를 타고 식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해서는 회사 후배들이 인사하고,
드레스 입은 딸은 그들의 인사에 어색해하면서
나는 다소 민망한 웃음으로 식장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지라는 생각
내가 동기가 아니라 회사 선배니까, 마지 못해 인사 치래로 딸에게 예쁘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러고보니 딸과 단둘이 식장에 온건 처음이다
중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신랑이 멋지게 행진하고,
이제 곧 내 딸이 기다리는 “결혼식 공주님”이 입장할 차례
우아한 음악이 나오며 문이 열리고,
반짝이는 티아라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등장
장내는 잔잔한 박수가 울려퍼지고 신부의 손을 잡은 아버지가 둘이 천천히 버진로드를 걷는다
신부와 행진하는 딸아빠의 모습을
딸과 단둘이 찾은 식장에서 보니 마음이 뭉클해져서
나중에 우리 딸도 아빠가
저렇게 손을 잡고 같이 걸을거야.
알았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는지 아닌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식을 마치고 아이와 스벅에서 같이 책도 읽고, 집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도 사주면서 데이트를 마친 뒤-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잠든 딸을 바라보며
오늘을 돌아보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그런 마음..
아빠라는 이름에 맞게, 사랑 잔뜩주자.
아주 먼 미래 같지만,
멀지 않게 다가올 그 “행진의 순간”에 후회없도록
오늘 드레스를 입고 내 무릎에 앉아
나를 보며 “응”하고 웃어준 그 아기의 미소가
참한 어른의 미소가 되어 웃어줄 그 날에,
오늘을 돌아보며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도록
너에게 내 모든 사랑과
모든 마음을 다 쏟아주고 말겠어
처음 느끼는 이런 마음이 조금 혼란해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게 되는 밤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