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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강진역 4시간전

6월, 첫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집값이 오른다, 왜?

광풍의 서막

    


1


곧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거라고 커뮤니티가 시끄러웠다. 수진은 부동산에 입문하고 처음으로 지켜보는 정부의 대책이라 흥미롭게 뉴스를 기다렸다. 어떤 이는 결국 정부가 틀어막으면 다시 정체 후 하락이 올 거라고 했고, 어떤 이는 잠시 숨 고르기 후 폭등이 올 거라고 했다. 어느 편의 주장이 맞을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에게 예측은 고난도의 영역이었다.



하락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심리가 위축되어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고, 상승을 점치는 측에서는 풍선효과로 규제 주변부부터 광풍이 불 거라는 주장이었다. 수진은 집을 사야겠다는 급한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이번 대책 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하락이 온다면 한 푼 한 푼 아껴 모은 소중한 재산이 줄어들게 된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남편 한결의 신조를 생각하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619 대책이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 첫 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자료 중 (2017.6.19)



드디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① 대출을 조이고, ② 재건축을 규제하고, ③ 조정지역을 늘리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수진은 이제 대출을 받기 어려우니 집을 사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면 집값은 다시 하락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주택공급을 늘린다고 하니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역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나면 집값은 내리겠어'



수진의 시선으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시장이 움직이겠다는 것만 보였다. 새로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 정부의 기조에서는 부동산이 오르기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규제 대상은 '귀하다'는 증거라며, 물건이 없어지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되자, 규제 전 모집공고를 했던 분양권의 가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사라지고, 미분양이었던 단지들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아졌다. 재건축 조합원은 이제 1채만 남기고 현금청산을 해야 한다고 하니, 규제 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가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이 규제에서 예외 적용되는 단지들을 신기하게도 찾아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규제를 피한 집들을 잘도 찾아내는 거지?

나만 돈을 못 벌면 어쩌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 집값이 내릴 거라고 생각하며 때를 기다리던 수진의 마음이 조금씩 급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값이 잡히는가 싶더니 정부가 족집게처럼 집어준 '귀한 지역'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무주택자인 수진 부부에게는 재건축의 기회는 있었다.



수진은 커뮤니티에서 '대책이 발표되면 잠시 정체 후 상승할 것'이라고 점쳤던 이의 글들을 구독해 보기로 했다. 경험이 없기에 몇 차례의 부동산 사이클을 겪어 본 이의 예상이 절실했다. 커뮤니티에는 몇몇의 네임드 회원들이 있었다. 장황한 설명으로 전문가 마냥 떠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장난스러운 글에 진지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놓는 이도 있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열심히 정독해 나갔다.    


출처: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



수진의 가족들은 물론 회사에도 여전히 부동산에 회의적인 동료들이 많았기에 부동산 관련 이야기를 오프라인에서 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보는 온라인에서 얻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물론, 믿을 수 있는 정보들인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온라인의 정보들 중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하기 위해 매일 커뮤니티와 뉴스와 정책 자료들을 찾아보다 잠이 들곤 했다.




2



첫 번째 대책이 발표되고 집값이 더 오르자 현금을 장전하고 매수 기회를 잡아야겠다 결심했다. 우선 남편이 결혼하면서 가져온 3억 남짓의 교대역 앞 오피스텔을 팔자고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피스텔은 시세 차익보다는 월세 수익을 누리는 물건이라는 판단에서다. 하락기에는 오피스텔 월세 수입이 쏠쏠해도 상승기에 자산을 불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오빠, 우리 이오빌 팔면 안 돼?"

"뭔 소리야, 월세도 작년에 5% 올려서 이제 105만 원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1년에 월세수입은 1310만 원이잖아, 근데 지금 아파트들을 한 달에 몇 억씩 오르고 있어. 여기 신동아도 우리 이사 들어올 때 9억도 안 했는데 벌써 12억이 넘는대."

"부동산 하락기가 얼마나 무서운데. 막 지른다고 버는 게 아니야. 그리고 2017년에 대폭락이 올 거래."

"누가? 어머니가 그러셔?"

"....."

"지금 다들 집 알아본다고 난리야, 경기도 상황이랑 서울이랑 지금 다르다니까. 주변을 봐봐."

"그래도 항상 하락을 대비해야 돼."



한결은 시어머니의 재테크를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지켜본 남자다. 재테크에는 문외한인 집안의 딸 수진은 막무가내로 조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어 틈만 나면 넌지시 부동산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재촉하면 역효과가 날 까봐 조심스럽게 기회를 엿보며 한결의 기분이 좋을 때만 이야기했다.



"오빠, 조리원 동기 언니네 4억에 산 거 벌써 2년 만에 7억이래."

"오빠, 아크로리버파크 평당 1원 될 거라는 얘기가 있더라."

"오빠, 잠원동 25평도 결국 10억 찍었대."



사실 한결도 조금씩 고민되기 시작했다. 수진의 말을 흘려듣는 척했지만 내심 부자될 기회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한결은 마침 회사에 부동산 순자산 100억대 선배가 있어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다. 회식만 하면 임원들이 은퇴 후 삶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부장 선배였다. 듣기로는 집에 차도 몇 대인데, 포르셰 자동차는 집에 두고 미래자동차 경차로 출퇴근하는 선배다.





"부장님, 제 와이프가 자꾸 오피스을 팔고 아파트를 사자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지금 시기는 괜찮지. 아마 당분간은 오를 거야."

"혹시라도 떨어지면 어쩌죠? 그래도 오피스텔은 떨어지지는 않으니 불안하지가 않았거든요."

"오피스텔도 떨어지는 곳은 떨어지는데, 잘 버틴 거면 좋은 위치에 있다는 거지."

"그래서 팔고 아파트를 사는 게 겁이 나요."

"김 과장은 아파트에 오래 살고 싶어, 아니면 오피스텔에 오래 살고 싶어?"

"저는 어디든 상관없는데 와이프는 무조건 아파트인 것 같아요."

"아이가 있으면 당연히 그렇지. 지금 아이가 아직 어리니 모르겠지만, 곧 친구도 사귀고 학교도 갈 텐데 당연히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을 거야. 근데 그 마음이 김 과장 와이프만 그럴까? 다른 엄마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럼 수요가 어디에 많아질지 한번 생각해 봐."

"혼자 사는 사람들이야 어디든 상관없지만, 아이가 있는 집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지금 사이클을 봐봐. 금리도 1프로대는 역사적으로도 집 사기 좋은 시기야. 이제 규제가 시작된다고 하지만 이 정부 동안은 아마 오를 수밖에 없을 거야."



한결은 선배의 조언을 생각하며 와이프의 말을 떠올렸다.



"오빠,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남도 살고 싶대."



신도시에서 10억 원이 넘던 본가의 반토막 시세를 경험했던 한결은 아직은 무섭지만 조금씩 집을 사는 경우의 수도 계획에 넣어보기로 했다. 불안한 마음이 더 크고 확인은 서지 않지만, 100억 자산가 선배의 말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


한결은 장고 끝에 오피스텔 매도에 동의했다.


수진의 의견보다는 100억대 자산가 선배의 말의 영향력이 아무래도 컸다.



"오피스텔 지금 내놓으면 얼마지?"

"3억 1천 정도래!"

"어떻게 바로 시세가 딱 나오냐, 언제 알아봤어?"

"진즉에 알아보고 있었지! 오빠가 얘기 꺼내기만 기다리고 있었어!"

"어느 부동산이랑 통화했어?"

"원래 계약했던 이오빌 부동산에 전화해 봤지. 근데 팔려면 시간은 좀 걸릴 거래. 오피스텔 거래가 아파트처럼 많지는 않은가 봐."

"알았어, 일단은 엄마랑 내일 얘기도 해야 하니 기다려봐."

"응!!"



신이 난 수진은 콧노래를 하며 저녁상을 치웠다. '드디어 내 소유의 아파트가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날아갔다. 한결은 시끄럽다고 하면서도 내심 수진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오빠, 이오빌 매도 계약이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살 집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보니까 그래도 서초에 아직 덜 오른 단지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 그리고 내가 요즘 업무 때문에 일원동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잖아. 개포동도 천지개벽할 거래."

"아니 뭐 하러 알아봐."

"집 사려고 파는 거 아니야?"

"그래도 천천히 해, 급하게 하다 실수해."

"알았어, 근데 하루하루가 진짜 달라. 이러다 우리만 거지될 거 같아."

"그럴 때 조심해야 하는 거야. 신중하게 봐야지."



오피스텔을 내놓고 며칠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주말에는 보러 오는 사람이 있겠지 했는데 2번의 주말이 지나자 수진은 다시 조급함이 오기 시작했다.



"이오빌 아직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대?"

"뭐 오겠지."

"아파트는 하루하루 몇 천씩 오르고 있는데... 하아..."

"그냥 중고 거래도 아니고 집인데 기다려 봐야지."

"가격을 조금 낮추면 어떨까?"

"내가 7년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 낮추는 건 안돼."

"7년간 3천만 원이 올랐네..."

"너는 3천 벌기가 쉽냐...?"

"그럼 다른 부동산에 좀 내놔도 돼? 커뮤니티에서 보니까 급하면 여러 군데 내놓으라고 하네. 너무 급해 보일지 모르니 적당히."

"알았어, 몇 군데만 내놔봐."



다음 날 포털 부동산 사이트에 있는 교대역 근처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 오피스텔을 내놨다. 중개인들은 거의 비슷한 반응이었다.



"사모님, 오피스텔은 원래 거래가 적어요. 천천히 기다리셔야 돼요."



결정만 하면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부동산은 예상 밖의 상황이 많았다.



'매도가 쉬운 게 아니구나.'



수진은 마음이 답답했지만, 하나씩 경험치를 쌓아가는 중이라 생각하며 감수했다.



다행히 1달이 되어갈 즈음 매수자가 나타났다. 의외로 손님을 연결해 준 곳은 마지막에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락해 본 강남역 근처 부동산이었다. 젊은 남자 중개사가 적극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었는데 역시나 그런 곳에 좋은 기운이 있었는지 곧 매수자를 연결해 줬다.



"사모님, 지금 3억 2천에 내놓으셨잖아요, 거기서 5백만 깎으면 하실 분이 계신데 어떠실까요?"

"이게 남편 명의라, 남편이 오케이 할지 모르겠어요..."

"빨리 파셔야 집 사시잖아요, 한번 잘 설득해 보세요. 오늘 중에 결정해 주셔야 이분 마음이 안 바뀌실 거 같아요. 되도록 오후 중으로 전화 주시겠어요?"



평생 딜이라고는 중고나라에서 흥정을 하는 것뿐이었던 수진에게 부동산 흥정은 큰 금액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게다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남편 한결에게 가격을 내리자고 하는 건 더 어려운 과제였다.



"오빠... 지금 5백 아끼다가 우리 5천 벌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

"오버하지 마, 비싸게 팔아서 싸게 살 생각을 해."

"오버 아니야... 지금 길 가다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해 봐..."

"그럼 5천 벌 자신 있어?"

"꼭 그렇게 말하지..."

"자신 없으면 말하지 마."

"누가 장담할 수 있어.. 근데 한 달 동안 보러 오는 사람 없다가 5백 조정하면 산다는 사람이 드디어 나왔잖아."

"내가 7년이나 갖고 있던 건데 이렇게 싸게 팔아야겠어?"

"아니, 시세라는 게 있잖아..."



한결은 속상해하면서도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진도 한결의 속상함을 이해했다. 그래도 한결이 ROTC 장교 근무하던 시절부터, 미래자동차 입사 후 결혼까지 열심히 모아 사서 가져온 오피스텔이었다. 한결의 20대 땀이 서려있는 오피스텔. 최저가와 쿠폰을 검색하며 늘 알뜰살뜰 가성비를 따지며 모아 온 돈이었다.



"그럼, 아파트로 더 벌어야 해."

"알았어, 오빠! 그 사람이랑 계약한다고 할게!"



수진은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할게요! 3억 1천 5백에 팔게요!"

"네, 사모님 바로 연락드릴게요."



드디어 오피스텔을 팔았다.



한 고비 넘겼지만, 이제 더 중요한 고비들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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