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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이상 Nov 01. 2020

Ⅲ-2. ‘SKY 캐슬’ 김주영 ; 인생 파괴 설계자

김주영 김서형 블랙

‘SKY 캐슬’은 장르를 굳이 세분화하면 입시 스릴러다. 입시 지옥에 갇힌 부모와 자식 간의 대립, 그 사이에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입시 코디네이터Y 캐슬’은 장르를 굳이 세분화하면 입시 스릴러다. 입시 지옥에 갇힌 부모와 자식 간의 대립, 그 사이에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입시 코디네이터는 계층이 고착화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재현해 위화감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상류층을 배경으로 한 대학입시 소재의 가족 드라마쯤으로 여겼던 이 드라마는 살인 사건으로 시작돼 일상성이 주는 오싹한 공포를 안겼다. 


‘SKY 캐슬’(JTBC, 2018, 2019년. 이하 ‘스카이 캐슬’)은 VVIP 전담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의 섬뜩한 가스 라이팅이 극을 끝까지 긴장감 넘치게 끌고 간다. 상대의 정신을 제압해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김주영의 파멸극은 3년 장기 계획으로 시작돼 특정 한 사람이 아닌 가족 전체를 파괴하는 것으로 완결된다.   


블랙은 김주영을 채우고 있는 치밀한 광기를 가리는 완벽한 위장의 색이다. 김주영은 극 초반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색을 모두 제거하고 ‘블랙’만으로 일관하는 전략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했다. 김서형 스타일리스트 김은주 실장은 작품마다 강한 역할만 맡아 온 김서형에게 다른 결의 악역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해 블랙을 선택했지만, 블랙은 극 중 김주영의 강박적 권위와 광기를 표현하는데 더없이 완벽한 역할을 했다.  


VVIP 전담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은 그가 맡은 학생들은 모두 국내 최고 학부 서울대학교 의대에 합격하지만, 합격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가족 전체가 마치 몰살당하듯 무너져 내린다. 무표정한 얼굴 아래 진짜 속내를 감춘 김주영은 자신이 맡은 학생의 가정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치밀하고 철저하게 무참히 짓밟는다.      


인생 파괴 설계자 김주영은 상류층의 무릎까지 꿇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지만, 그 위세가 한시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위세가 생명력을 다하는 순간 상대의 권위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지 못하게 상대의 발목을 끊어 주저앉히는 것이 그가 자신에게 세운 철칙이다.    

 

  

김서형 스타일리스트 김은주 실장은 “김주영이 약해지는 부분(예서의 입시 코디네이터를 맡은 후 다소 부드럽게 접근하는 장면)에서 컬러를 다르게 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었습니다”라며 블랙이 흔들렸던 순간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블랙을 잃지 말자”는 원칙을 밀고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몸을 다 감싼 블랙 의상 안에 불안정한 권위와 상대를 무력화하려는 무서운 광기를 감춘다. 단지 블랙이 전부였다면 김주영 광기의 긴장감을 끝까지 탄탄하게 틀어쥘 수 없었다. 김주영의 블랙은 마치 해부학 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체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 깡마른 몸을 강조한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을 더해 강박적 성향의 시각적 암시 효과를 높였다.       

 

시놉시스와 첫 6회 대본을 받은 시점에서 블랙 이외의 컬러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김은주 실장은 블랙과 함께 몸에 밀착된 ‘핏감’을 김주영 의상의 원칙으로 설정했다. 악마적 본능의 권위 의식으로서 블랙은 김서형의 깡마른 몸을 정확하게 부각하는 실루엣으로 인해 강박적 이미지를 더한다. 재킷이나 코트 역시 허리선을 명확하게 잡아 작은 움직임에도 마치 사열하는 듯한 효과를 냈다.        


오버사이즈가 패션계를 지배하는 현 상황에서 몸에 꼭 맞는 실루엣을 찾는 것은 모래에서 진주를 찾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은주 실장은 촬영 내내 블랙에 집착해 개인 스튜디오가 블랙으로 채워질 정도로 블랙 옷을 모아들이고, 브랜드 구분 없이 상, 하의를 조합해 김주영의 착장을 조합했다. 옷을 조합한 후에는 김주영 이미지에 맞춰 몸에 꼭 맞는 느낌을 내기 위해 맞춤에서나 하는 가봉과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김은주 실장은 “재킷은 그나마 쉬운데 팬츠는 (최근 유행 때문에) 와이드나 스트레이트 피트가 대부분이어서 원하는 디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렵게 구한 슬림 피트 팬츠도 수정 작업을 거쳐서 김서형에게 입히는 수고로운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무표정한 얼굴에도 광기가 느껴지는 김주영 이미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인생 파괴 설계자로서 김주영이 소매 위에 시계를 차는 방식은 강박적 성향의 서늘함을 더했다. 시계는 블랙 의상을 더욱더 차갑게 해주는 효과를 냈다. ‘김주영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액세서리’라는 설명대로 김주영 실장은 셔츠나 니트 위에 시계를 차 1분 1초까지도 설계도대로 움직이는 치밀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시계는 김주영 강박증의 상징이자 인간 김주영을 보여주는 다의성으로 김주영의 날 선 이미지에 완성도를 더했다.    

 

무채색의 블랙과 이런 블랙에 힘을 실어준 치밀한 설정이 김서형에게서 김주영의 ‘다름’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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