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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이상 Nov 01. 2020

Ⅲ-1. ‘방법’ 진경 ; 악의 숭배자 무당

진경 조민수의 블랙 원삼+α

스릴러에서 어떤 설명 없이도 색만으로도 악을 상징하는 중심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연 ‘방법’ ‘스카이 캐슬’은 각각 오컬트 스릴러, 입시 스릴러로 전혀 다른 장르와 융합됐지만, 블랙으로 악의 축을 암시했다.      


블랙은 경건함과 엄숙함을 함의해 영화 ‘검은 사제들’(2015년), ‘손 더 게스트’(OCN, 2018년)에서 블랙 수탄은 종교적 권위로, 오컬트 스릴러 ‘방법’(tvN , 2020년)에서는 흑무당 진경이 악마적 권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전혀 다른 효과를 냈다. 입시 스릴러 혹은 일상 스릴러라 할 수 있는 ‘스카이 캐슬’에서는 VVIP 전담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이 최고급 빌라에서 특권 의식에 젖어있는 이들을 쥐락펴락 광기의 권위를 드러내는 효과를 냈다.   

    

‘방법’ 진경(조민수)은 이누가미 귀신이 씐 전종현의 악귀 힘을 키워 결국 세상을 지배하는 야욕을 가진 인물이다. 언뜻 극은 전종현과 백소진(정지소)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진경과 백소진이 대치하는, 굳이 따지자면 여성과 여성 간의 ‘신기(氣)’ 다툼이다.      


백소진은 눌림굿을 받았지만 그에게 씐 이누가미의 원한이 행사하는 강력한 주술인 방법 능력까지 누르지는 못했다. 소진은 악이 아닌 선의 편에 서서 이누가미로 막강한 권력을 쥐려는 진종현(성동일)을 막기 위해 형사 임진희(엄지원)와 공조한다. 진경은 전통 무당으로서 자신의 신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진종현이 가진 이누가미의 힘을 키우고 지켜낸다. 


살풀이굿, 사자굿을 하는 진경은 블랙을 핵심 컬러로 사용해 악을 숭배하는 흑무당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오컬트의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이는 교복에 빨간 후드 집업 점퍼를 입는 소진의 의상의 일상성과 대비되며 흑무당 시각적 화려함과 공포감을 선사했다.      


‘방법’(tvN , 2020년)


진경은 이누가미가 씐 전종현을 위해 살풀이굿을, 의문사한 김주환(최병모)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사자굿을 행한다. 이 두 굿에서 입은 의상 모두 블랙이 등장한다. 살풀이굿에서는 흰색 원삼과 같은 색 쾌자를 입어 부피감을 살리고 쾌자의 단령과 옷고름에 블랙의 배색하고 등에 검은색 문양을 넣어 강렬한 대비를 통해 블랙의 살벌함을 살려냈다.      


‘방법’ 의상감독 홍수희는 “살풀이굿은 몸에 깃든 원혼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행해진다. 이런 이유로 실제 무속인들 역시 흰색 의상을 입는다. 여기에 좀 더 극적인 효과를 검은색 흰색을 대비하는 방식을 택했다”라며 흰색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부각된 블랙 효과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살풀이굿에서의) 흰색 의상에 문양을 넣을 때 세트장의 분위기와 진경의 이미지, 모두가 고려된 설정이었다. 흰색으로 단조롭게 가기보다 검은색을 배색해 대비 효과를 주고 곤룡포의 보(補)를 적용했다”라고 일반적 살풀이굿과는 다른 섬뜩한 아우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세세하게 언급했다.  


진경의 굿 퍼포먼스는 사자굿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진경이 입은 블랙 의상은 회색 콘크리트의 공간을 더욱 음험하게 얼어붙게 만들고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놓여 있는 듯 신비한 기운으로 채워 살벌함을 넘어선 오싹한 공포감을 조성했다.      

   

사자굿은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잘 보내 달라고 저승사자에게 비는 굿으로, 진경은 원삼 위에 철릭을 겹쳐 입었다. 블랙은 음험함을 조장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홍 감독은 블랙에 오방색을 배색해 단조로운 공포가 아닌 신비한 공포를 만들어냈다.      

 

그는 “사자굿은 49제 안에 지내는 굿이다. ‘사자굿’의 ‘사자’는 말 그대로 저승사자로, 무당이 검은 옷을 입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검은 옷을 입으면 상복처럼 보일 수 있어서 굿에 대한 모티브를 접목해 기본 톤은 검은색을 가져가되 오방색을 곳곳에 배치했다. 원삼과 철릭을 겹쳐 입어 부피감을 만들고 오방색을 톤 온 톤으로 배색해 무속에서 요구하는 기본을 맞췄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블랙 단색으로 처리될 경우 강렬함은 충족하는데 그칠 수 있었지만 은은하게 오방색을 배치해 비밀스러움이 살아나면서 오컬트 스릴러다운 아우라를 완성했다.       


이처럼 블랙은 블랙 하나만 있을 때보다 다른 요소가 치밀하게 얽힐 때 악마적 효과가 배가된다. 진경의 블랙은 원삼을 기본 의상으로 그 위에 쾌자 혹은 철릭을 겹쳐 입어 커진 부피감, 흰색, 오방색이 적절하게 배색돼 완성된 강렬함과 신비함이 무당 진경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오컬트 스릴러로서 방법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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