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편견

가지롤

by 보나

물컹거리는 식감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 가지. 편식 절정기인 어린아이들에게 유난히 미움을 받는다. 초등학생 시절, 가지 같던 친구가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 아이를 피했다. 폭력적이어서가 이유였다. 짝꿍을 바꿀 때마다 아무도 그 아이와 짝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 '제발 짝 안되게 해 주세요.'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얄궂게도 우린 짝꿍이 되었다. 짝꿍이 되자마자 그 아이는 선전포고를 했다.


"책상 넘어오면 다 내 거야!"

".. 알.. 알겠어."

두려움에 책상을 살짝 띄운 상태로 두었지만, 짐을 싸다 필통의 일부가 그 아이 책상으로 넘어갔다.


"내 거."

통째로 필통을 뺏겼다. 무서워서 부모님껜 필통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


우린 하교할 때 종종 마주쳤다. 길이 겹쳐서였다.


"왜 따라와!"

"우리 집도 여기를 지나가야 하니까.."


어느 날 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 날이었다. 서로 시답잖은 장난을 치며 킥킥대고 있었다.


"둘이서 뭐라 속닥거리는 거야. 내 욕했지!"

"아냐!"

"..?"

언니는 그 아이를 몰랐기 때문에 뭐야? 하는 눈빛을 보냈다.


"거짓말할래?"

번쩍- 순간 눈앞에 섬광이 보였다. 신발주머니로 머리를 세게 맞은 거다. 심장이 쿵덕쿵덕 뛰고 손발엔 땀이 났다. 더 맞으면 어쩌지?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


"맞으면 내가 널 무서워할 것 같아? 하나도 안 무섭거든?" 이 말을 외친 뒤 냅다 언니 손을 붙잡고 아파트 단지로 도망갔다.




다음날, 그 아이는 내게 필통을 돌려줬다.


"어젠 미안."

"앞으로 때리지 마."

"내가 진짜 안 무서워?"

"응."


무서웠지만 아닌척했다.


"나 원래 여자랑 친하게 안 지내는데 너만 예외야. 너는 앞으로 중성이야."

"어! 중성 할게!"


맞기 싫었기 때문에 바로 중성이 되겠다고 말했다. 중성(?)이 된 이후로 그 아이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 맞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사라지니 우린 점점 친해졌다. 책상을 돌려 조별활동을 할 땐 다들 나를 통해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조별과제가 있는 날이었다. 만날 날짜와 시간은 정했지만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 다들 눈치만 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기나긴 정적을 못 견딘 나는 입을 뗐다. "어디에서 과제할까?" 그 아이가 대답했다. "우리 집."


***


조별과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과제를 마치고 그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우리에게 소개해주더라. 열과 성을 다하며 설명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남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남아있던 두려움마저 사라졌었지.


"어쩌면 편견이 그 아이를 고슴도치처럼 만든 걸 지도 몰라."


물컹하다는 편견을 버려, 가지롤

재료

가지, 애호박, 올리브유, 현미밥, 소금, 설탕, 후추, 진간장, 볶은 참깨(선택)


조리방법

가지, 애호박을 비슷한 두께로 길게 썰어준다.

가지와 애호박을 올리브유에 구워준다.

현미밥에 소금, 설탕, 후추, 진간장을 넣어 양념해 준다.

밥을 둥글게 말아 한 입 크기의 주먹밥으로 만든다.

미니 주먹밥에 구운 가지와 애호박을 둘러준다.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작은 팁

주먹밥을 만들 때 진간장을 소량만 넣어준다. 많이 넣으면 간장계란밥 맛 밖에 안 난다.

간장계란밥 맛이 많이 나서 밥 양을 늘리고 양념을 더 했더니 밥이 떡처럼 변했다. 맛이 아쉽더라도 질은 밥이 되기 전에 멈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이 날 이후로 나는 편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어떤 사람에게 안 좋은 소문이 있더라도 내가 경험하기 전까지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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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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