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세이 1편
우리 아인 툭하면 달려나간다. 질주본능이 내재되어 있는 건지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마음은 전혀 모른다는 듯 저멀리까지 혼자 뛰어간뒤 뒤돌아 우리 모습을 바라본다. (뒤돌아 우리를 확인하며 웃는게 예뻐보이는게 함정이다) 눈이 쌓여 바닥이 언 지금같은 겨울날에는 외침소리가 배가 된다. "엄마아빠랑 손잡고 같이 가ㅠ"(의미없는 메아리...)
15개월 즈음 처음 아무것도 잡지않고 걸었던 날, 머지않아 내리막길을 혼자 다다다 뛰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쫓아갔던 벅찬 마음을 기억한다. 그 장소를 언젠가 지나갈때 아이가 눈을 발로 건드려보았지:) 언제 아이와 눈사람을 처음 만들게 될까. 막연하게 한해가 지나면 만들수 있겠지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여섯살, 아이 나이가 벌써 숫자 6이 되어버렸다. 눈이 잘 쌓이지 않았던 두 해를 껑충 지나 올해야 눈이 제법 쌓였다. 선물받은 눈오리 장난감(비슷한 사은품^^)을 챙겨서 일요일 오후, 아이와 아파트 단지 안에 쌓인 눈을 만나러 갔다:) 그때까지 아이가 했던 눈놀이는 뭉쳐진 눈을 발로 잘게 부수는 것, 살짝 만져 차가운 촉감을 느끼는 것, 누군가가 뭉쳐둔 눈을 조심스레 주워 본인 손 위에 올려보는 것 정도였다. 소중히 여기는 모습도 눈을 밟으며 흐트려보는 것도 누구의 행동을 보고 따라한 행위가 아니고 자연스레 아이가 먼저 한 행위라는 게 내겐 의미있었다. 특히 뭉쳐진 눈을 소중히 보물처럼 손위에 올려보는 모습이 좋았다♡ 아직은 세심한 손길보다는 남아 특유의 공격적인 손동작들이 잦아 그 모습이 눈에 더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아이에게 눈오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나도 이 유행하는 눈오리 장난감을 처음 해보는거라 기대에 차서 어수룩하게 만져보았다. 다행히 손재주 없는 내손에서도 눈오리는 잘 만들어졌다ㅎ 아이도 신기한지 몇번 시도해보더니 나보다 더 열심히 지속적으로 눈오리를 만들어냈다:) 이젠 단순작업엔 빨리 흥미가 식는 어른과 달리 아이는 참 단순한 작업에 오래 몰입한다. 그 시간속에 아이가 조용히 머무르는 게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때 난 아이를 오래토록 바라보고 있게 되는 것 같다.
단순 눈오리 만들기에 흥미가 떨어진 나란 어른은 이젠 하이라이트 눈사람 만들기다!하고 외친다ㅎ 어찌보면 엄마가 더 신난 꼴이다. 엄마도 오랜만에 눈사람을 만드는거야~하고 신나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아이가 자연스레 눈사람 만드는 모습을 보게한다. 아이도 보더니 눈을 모으긴 하는데 나처럼 금방 커다랗게 뭉치는게 어렵자 눈오리장난감을 다시 들기도 하고, 아주 작게 뭉친 눈덩이를 내게 건넨다. 이걸로는 눈사람 머리하긴 힘들겠지? 속상한 목소리로. 첫술에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초보맘의 시기는 지났기에 얼른 달래는 목소리를 하면서 손으론 눈사람을 완성시킨다. 완성된 눈사람에 생각이 이동한 아이는 또 금방 묻는다. "눈사람 눈코입팔은 어디갔어? 만들어주자!"♡
걱정말라고 그런건 바로 가능하지! 주변 나뭇가지, 작은 잎사귀로 눈코 그리고 팔까지 갖다 붙인다ㅎ "에이 코가 왜 이렇게 길어? 모양이 이상해" 엄만 또 대꾸하지, "피노키오처럼 코가 긴거야. 피노키오 눈사람이라 부를까?"♡ㅎㅎ
모자도 만들어줘야한다고 해서 손재주 없는 엄마는 또 눈을 밸런스 맞지않는 세모로 뭉쳐서 눈사람 머리 위에 올려준다ㅎ 대두같은 눈사람 옆자리는 아이가 만든 눈오리가 지키고 있다:)
스키장갑 아닌 일반장갑에 손이 시려와 눈사람 하나 만드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이는 자기전 내게 말해주었다. "엄마 오늘 피노키오 눈사람 만들어줘서 고마워"♡ 아이에게도 첫 눈사람의 기억이 좋았구나, 고마움을 잘 표현하는 아이라서 뭉클한 행복에 젖었다. 언젠가 아이 혼자 눈사람 전체를 다 만들 줄 아는 날이 와도 피노키오 눈사람의 일부가 그 안에 담겨있으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