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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Apr 04. 2024

꿈도 사치라면, 까짓거 사치 좀 부려 보자

마흔다섯, 이 나이에 꿈이라니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코로나로 뒤집어졌던 일상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을 무렵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내 아이들에게나 물어볼 법한 질문을 던지면서.


"넌 뭘 하고 싶니?"

"뭘 할 때 제일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니?"


답은 뻔했다. 책 읽기와 글 쓰기, 그리고 영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이 세 가지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또 하나가 불쑥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꿈, 소설 쓰기.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나는 입시에 시달리던 고등학생 때도, 취직에 열 올리던 이십 대 때도 이야기를 구상하고 소설을 썼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단편 소설을 끄적이곤 했으니, 소설을 향한 꿈은 나이가 들어도 수그러들 줄 몰랐다.


그런데 소설가라. 과연 내가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경쟁자도 몇 없던 중학교 시절 교지에 실었던 것 말고, 연습장에 쓴 소설을 입시 스트레스에 지친 친구들끼리 돌려 보던 것 말고, 아무도 보지 않을 블로그에 비밀글로 저장해 놓는 것 말고. 정말로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단지 오랜 꿈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도전할 수 있을까?



내게 하는 조언


도전과 꿈은 젊은이들이 가지는 특권이다. 혹시 넘어지더라도 손잡아 줄 어른이 옆에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할 시간이 충분하니까. 하지만 40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더군다나 결혼을 해서 딸린 식구라도 있는 상태라면 혼자만 생각할 수도 없다. 내가 넘어지고 실패하면 나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생하니까.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을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태평하게 꿈 운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왕 시간과 노력을 들여 뭔가를 해야 한다면 뜬구름 잡는 꿈을 좇는 게 아니라 당장 가계에 보탬이 될 부업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이십 대 청춘조차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사십 대에게 꿈이라는 건 사치재가 아닌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 생각도 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생각했다.


만일 내 아이들이 '돈'과 '하고 싶은 일' 중에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뭐라고 조언해 줄 것인가. 그거야 뻔하지. 물어 뭘 해.


하고 싶은 일을 해! 꿈을 따라가!


나는 아이들에게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해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믿는 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그대로 나도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같은 조언을 해 줬다. 꿈을 따라가라고.


사십 대에게 꿈이라는 건 사치라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도 사치라면, 까짓거 사치 좀 부려 보자.



꿈을 따라가자




여전히 꿈과 도전을 믿는


어떤 사람은 돈이 모이는 족족 여행을 떠난다. 집은 없어도 차 꾸미는 데에는 진심인 사람도 있고, 점심은 건너뛸지언정 디저트는 제대로 먹는 사람도 있다. 각자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더 신경 쓰고 투자하는 분야가 다르다.


그러니 나도 사치 좀 부려 보자. 명품을 휘감고 다니진 않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라 여행도 질색이지만. 소설을 쓰고 싶었으니 이제라도 꿈에 도전해 보자.


이 나이에도 꿈과 도전을 믿는, 나는 낭만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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