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종종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해 줄까. 인기가 없으면 어쩌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 때가 있겠지만, 특히 창작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한 것 같다. 매번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지난번에 잘 됐더라도 다음번에 삐끗할 수도 있으니까. 잘 나가던 드라마 작가의 다음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고, 인기 작곡가도 다음 노래가 히트를 칠지 알 수가 없다.
웹소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신인이건 기성 작가건 상관없이, 한 번쯤은 내가 정말 글을 못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걸 웹소설 작가들은 '내글구려병'이라 부른다.
증상은 다음과 같다. 왠지 글이 진짜 못나 보이고, 엄청 재미없어 보이고. 글을 올리면 욕만 먹을 것 같다. 이딴 글을 돈 받고 파냐고, 작가 양심 어디 갔냐고 항의가 들어올 것 같다.
내글구려병 1기라면 그저 스트레스를 받는 데서 그치겠지만. 말기가 되면 급기야는 글을 쓸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러면 연중(연재 중단)이나 무기한 휴재 사태가 벌어지는 거다.
비교는 못할 짓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비교를 멈추지 못한다. 더군다나 누구나 볼 수 있게 성적 지표가 드러난다면 계속해서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된다.
각 플랫폼(문피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등)에서는 웹소설의 판매량과 인기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자신의 웹소설이 유료화가 되면 작가는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고침을 하며 자신의 작품을 스토킹한다.
내 얘기다.
어제와 비교해서 다운로드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혹은 하나도 안 늘었는지) 확인하고, 댓글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악플에 마음 다치고,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작품과 등수를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역시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하며.
매니지는 작품이 팔려야만 돈을 번다. 소설의 판매 수익을 작가와 매니지가 나누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작가도 작품이 팔려야 돈을 버는 건 맞지만, 작가는 작품이 안 팔려도 자신이 공들인 '시간' 외에 손해 보는 건 없다. 소설을 팔기 위해 작가는 글만 쓰면 되니까. 따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는 거다.
하지만 매니지는 돈을 들여 책 표지를 만들어야 하고, 교정 교열을 하고, 작가에게 선인세를 제공한다. 소설이 팔려서 실질적인 수익이 나기 전까지 다만 몇 백만 원이라도 비용이 들어가는 거다. 이렇게 투자한 비용은 소설이 팔려야만 회수가 가능하다. 때문에 정말로 '판매가 될 만한 소설, 팔려서 수익이 날 만한 소설'에만 컨택을 하고 작가와 계약을 맺는다.
따라서 매니지에서 컨택을 받고, 매니지와 계약을 해서 플랫폼에서 글을 유료로 판매를 한다는 건 적어도 누군가는 당신의 글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게 팔릴 만한 글이라고. 독자들이 돈을 내고 읽을 만한 글이라고.
상업성을 따지는 매니지도 이 글이 팔릴 거라고(적어도 투자 비용은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주고, 독자들도 글이 재미있다며 '유료로' 봐 주시는데. 도대체 왜 작가만 내글구려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걸까.
스스로를 믿어 주자
예술가는 어느 정도 '자뻑' 기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창조해 낸 것을 남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줘야 하고, 그들이 무려 '돈을 내고서' 자신의 창작물을 봐 줄 거라는 기대를 해야 하니까.
그러니, 스스로를 믿어 주자. 키득거리며 적은 글은 독자도 함께 웃어 주기를, 울컥하며 쓴 글은 독자도 함께 눈물짓기를 바라며. 내가 공들여 쓴 소설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거라는 걸 믿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