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팬덤이 확고한 인기 작가나 유명인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독자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인기가 있고 없고를 떠나, 아예 처음부터 내 글을 보는 독자의 유입이 현저히 떨어진다. 일단 사람들이 클릭해서 내 소설을 봐야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라도 알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우리 가게에도 좀 들어오라고, 문 앞에서 댄스 음악도 틀고 춤추는 바람 풍선도 놓고 바람잡이를 세우는 거다. 제목이 유치하면 그래도 한 번쯤은 클릭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2) 취향이 같은 사람을 공략하려고
웹소설을 제공하는 플랫폼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웹소설이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인기 작가의 글 혹은 상위권에 자리한 글만 읽는다. 아래 순위에 자리한 글은 제목만 훑으며 지나가기에도 바쁘니까.
그래서 설명해 주는 거다.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이러이러한 내용입니다. 취향 맞으면 한번 읽어 보실래요, 하고.
짜장면 마을이 있어서 한 곳에 모인 열 군데 가게에서 전부 짜장면만 판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어느 집 짜장면이 좋을지 모른다. 이때 가게 앞에 그냥 '짜장면'이라고 내건 집과 '손 반죽 면을 24시간 숙성시킨 짜장면', '달지 않고 매콤한 짜장면', '아침에 배달받은 재료만 쓰는 짜장면'이라고 내건 집은 손님을 끄는 힘이 다를 수밖에 없다.
웹소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이런 웹소설은 없지만 만약에 <먼동이 틀 때까지>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고 치자. 제목은 아련하고 멋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그 소설 제목이 <회귀자가 SSS급 스킬로 다 해 먹음>이라면? 제목이 유치하긴 해도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해서 자신이 후회하던 일을 바꾸고, 엄청난 스킬을 가진 사기캐가 되어서 승승장구하는 사이다 내용이구나'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역시 이런 소설은 없지만 예를 들어 <동백꽃 식당>이라는 제목의 웹소설이 있다고 치자.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설 제목을 <천재 미각으로 거물 사장들이 줄 서서 먹는 요리사가 되었다>라고 짓게 되면? '주인공이 천재적인 미각의 소유자여서 능력 있는 요리사가 됐고, 그 결과 거물 사장들까지도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성공한다'는 줄거리가 바로 이해된다. 그런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바로 클릭할 수밖에 없는 거다.
판타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오미르 제국 연대기>라고 하면 멋있고 폼 나지만 만일 그게 웹소설이라면 차라리 <각성한 막내 기사가 천하무적이 되었다>라고 제목을 짓는 게 독자 유입에 훨씬 좋을 것이다.
제목은 멋들어지게 짓고, 소설 설명을 저렇게 자세히 쓰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바쁜 독자들은 제목만 보고 거르는 경우가 많다. 그 독자들을 붙잡기 위해서 점점 제목들이 길고 자세하고 유치해지곤 한다.
한산이가 작가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에게 자신의 웹소설 제목을 말할 때 부끄럽다면 잘 지은 제목이라고.
그러니 유치한 웹소설 제목을 너무 비난하지는 말아 주시길.
* 위에 예를 든 소설 제목은 설명을 하기 위해 모두 제가 지어낸 것입니다. 혹여라도 동명의 소설이 있다면 우연의 일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