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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메이 Jan 07. 2019

홈리스, 그들에게도 천국


와이키키

훌라

파인애플


하와이를 대표하는 단어들

그리고 그 사이에 추가해야 할 단어



홈리스(Homeless)


수많은 여행 책자에서 소개됐듯이 하와이에는 따스한 친절과 환영, 한껏 여유로운 표정의 사람들이 가득하다. 날씨마저 온화한 미소를 품고 있는 하와이, 이곳에서 가장 놀란 점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홈리스였다. 와이키키비치 횡단보도 앞, 반얀트리가 있는 공원 한편, 버스정류장 의자 뒤, 조용한 주택가 골목 사이에서도 그들을 만난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마치 거리의 풍경처럼 자리하고 있는 그들을 마주하면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 몰라도 되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 같아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였다. 로망이었던 하와이의 민낯을 본 것만 같아, 내 옆을 지나가는 홈리스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갑자기 욕설을 내뱉거나 위협하지는 않을지, 돈을 빼앗고 달아나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알라모아나 비치파크


하와이에 도착한 지 열흘.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를 함께 쓰는 사람들은 모두 하와이가 처음이었다. 와이키키 일대만을 혼자 다니던 우리들은 다른 장소를 함께 탐색해보기로 했다. 만장일치로 선택한 장소는 알라모아나 비치 파크. 와이키키와는 달리 한적하고 여유로운 해변으로 현지인들이 찾는 바다라고 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도착하자마자 감탄을 쏟게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투명한 물색은 청량감 있는 파랑으로 깊어지며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집처럼 바다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촘촘한 잎사귀가 만드는 짙은 그늘의 농도, 편평한 바닥엔 푹신한 잔디가 깔려 있다. 짐을 놓기도, 물놀이를 하고 돌아와 쉬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먼저 그늘을 소유한 홈리스의 낮잠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선뜻 나무가 만든 커다란 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속눈썹 같은 야자수 잎들이 바람 따라 춤을 추는 그늘로 자리를 잡았다.


수영을 하고 돌아와 보니 그늘에는 새로운 주인들이 늘어나 있었다. 놀랍게도 홈리스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그늘을 나눠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늘 앞에서 주저하던 우리와 다르게 모두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다. 사람들은 비치체어에 앉아 책을 읽거나 바다를 바라보고, 돗자리에 누워 눈을 붙이고 있었다. 홈리스와 함께! 심지어 소금기를 씻기 위해 찾은 야외샤워장에서도 홈리스를 만났다. 그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여유롭게 비누 거품을 만들어 몸을 씻고 있는 게 아닌가!


홈리스, 그들은 스스럼없이 하와이 곳곳에서 생활하는 하와이의 일부였다.



와이키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옆에 선 잘생긴 청년을 보고 내심 나는 흐뭇해졌다. 역시 하와이는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까지 사랑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청년이 갑자기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홈리스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와이에선 빈 유리병이나 플라스틱을 모아서 가져가면 돈을 주기 때문에 홈리스들이 종종 병을 줍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석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캐리어를 천천히 끌고 가거나,
커다란 배낭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들


방금 하와이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던 초점을 다시 맞춰 거리를 좁혀 보면 그들은 홈리스였다. 하와이를 찾았던 여행자가 남기고 간 물건들이 그들 손에 다시 머물고 있을 뿐.


미국 내에서 인구 당 홈리스가 가장 많은 주, 하와이.

파라다이스 인 하와이로 불리는 하와이에 세계의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한다. 지상낙원으로 꼽히는 하와이에서 홈리스들은 어떻게 홈리스가 되었을까? 그들도 처음부터 홈리스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하와이에서 태어났든, 옮겨왔든 홈리스들의 천국은 하와이였다. 들은 이야기로는 하와이가 본토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홈리스가 많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본토에서 홈리스를 깨끗이 씻겨 편도 티켓만을 주고, 하와이로 보낸다고 했다. 하와이에서는 길 위에서 추위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바다와 공원,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와 샤워 시설, 여유로운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깨끗한 쓰레기까지...


하와이는 어쩌면 홈리스에게도 천국일지도 모른다. 하와이에선 누구나 동등하게 자연을 느끼고 누리는 일이 가능하므로. 부의 소유와 다르게 자연의 소유주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사실을 홈리스가 먼저 깨닫고 있을수도.


모든 사람이 행복한 도시,
집이 없어도 되는 사람들에게
도시 자체가 커다란 집인 건 아닐까?





<하와이 로망일기, 와이키키 다이어리>          

평범한 대한민국 30대가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떠났던 하와이 한량 생활기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하와이를 만나고 돌아온 85일간의 와이키키 다이어리가          

궁금하시다면 링크를 눌러주세요! Aloha.                


1.Aloha from the Hawaii https://brunch.co.kr/@alohamay/1     

2.당신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의 주소, ALOHA STATE https://brunch.co.kr/@alohamay/4

3.불시착, 그 순간의 기록 https://brunch.co.kr/@alohamay/5          

4.와이키키 가는 길(TO WAIKIKI) https://brunch.co.kr/@alohamay/6     

5.무지개의 나라에서 보내는 편지 https://brunch.co.kr/@alohamay/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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