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아도

by 미래

밥도 떡볶이도 당기지 않을 땐 빵이 먹고 싶다. 가장 대중적이며 어딜 가나 맛 차이가 크지 않은 빵을 좋아한다. 음식을 잘 못 만들기도 해서 그런지 웬만하면 다 맛있다. 빵집에 가면 각양각색의 빵이 줄지어 있다. 수십 가지의 빵을 보다 보면 한 가지만 선뜻 고르기 쉽지 않다. 여러 번 빵 주위를 돌다 겨우 집은 건 평소 좋아하던 빵일 때가 많다. 늘 먹던 크로와상이나 쫄깃한 찰깨빵이나, 피크닉 가서 먹었다면 더 좋았을 샌드위치다.


나와 달리 동생은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특히 빵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집에 빵 만들 재료나 기구가 부족한데도 종종 빵을 만들곤 한다. 딱딱한 쿠키를 만들거나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카스텔라를 만들 때도 많지만 빵 만들기는 계속 시도한다. 맛보는 대상은 가족, 특히 나다. 남이 해주는 요리는 뭐든 잘 먹어서다.


어느 날 동생이 크로켓을 만든 적이 있었다. 크로켓 만들기는 쉽다며 집에 있던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반죽은 집에 있던 밀가루였고, 크로켓 속 재료는 카레랑 김치를 넣어 만들었다. 요리과정은 잘 보지 않아서 순서는 모르지만 그동안 만든 빵들에 비하면 이번 건 꽤나 맛이 좋았다. 반죽은 빵집에서 파는 정도로 쫄깃함이 있었고, 속 재료와 밀가루의 비율이 적당해 간이 잘 되었다. 내 입맛엔 카레가 더 좋았다.


동생은 요리를 해도 손이 큰 편이라 하루 잠깐 먹기에 벅찼다. 밖에 나갔다 저녁에 돌아와도 집엔 남은 빵들이 있었다. 약간 식었지만 허기진 마음에 크로켓 한 개를 먹기로 했다. 카레맛 크로켓을 먹고 싶은데, 어떤 게 카레맛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왕 먹을 거 좋아하는 맛을 먹어야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봐서는 모양도 똑같고 크기도 비슷했다. 심지어 기름 냄새 말고는 속 재료를 알아낼 수 있는 향도 나지 않았다. 젓가락으로 찔러도 보고, 어느 쪽이 카레맛인지 물어도 봤다. 답은 알아내지 못했고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여러 개 중 좀 더 끌리는 크로켓을 집어 반으로 갈랐다. 다행히 내가 원하던 맛이었다. 만약 다른 맛이 나왔다면 나올 때까지 나머지를 잘라봤겠지만, 내가 원하던 것을 바로 얻을 수 있어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운명을 건 크로켓을 먹으며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사는 데 고작 크로켓 한 개에 운명을 걸다니 하고 웃음이 나왔다.


우리 인생도 크로켓 같다 생각한다. 안에 뭐가 들었을지 몰라 고심하는데 우리 인생이라 해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을까. 크로켓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찔러보듯, 우리도 살아가면서 이것도 살펴보고 저것도 경험하며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차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른다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아무 크로켓나 확 반으로 갈랐듯, 그냥 하루하루를 즐기며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마치 게임 같아서 이기려고만 하면 지게 되고, 져도 된다 생각하면 즐기게 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게 인생이고 미래니까 조금은 편하게 마음먹으며 살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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