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려운 일이지만

by 미래

학창 시절 제일 싫어했던 건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매 학기 첫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생님은 자기소개를 시켰다. 앞으로 나가서 별 할 말도 없는데 왜 자꾸 이런 시간이 생겼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몇십 초짜리 짧은 자기소개를 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전부 기억이 나지도 않았고 사람을 소개하고 알아가는 데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여러 친구들의 자기소개 발표를 들으면서도 내 차례가 다가올 때까 되면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도 않고 내가 할 말에만 집중했고, 빨리 내 차례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만큼 학기 첫날 자기소개를 하는 날은 유독 싫었다.


크고 보니 자기소개 시간은 참 중요한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어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속에서도 명쾌하게 자신을 알렸던 친구들이 간혹 있었다. 대입을 위해 썼던 자기소개는 글로 나를 표현할 때 자기소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고 썼다. 내 입시에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자기소개는 끝나지 않았다. 입사를 위해 쓰는 자기소개서를 마주하고 나서야 학창 시절부터 날 괴롭히던 자기소개가 얼마나 중요했고 필요한 일을 깨달았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부터 내가 누군지 알 필요가 있었다. '당신의 성격의 장. 단점은 무엇입니까' 나 '당신이 잘하는 일이 무엇이며 어떤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묻는 질문들은 나를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대충 지어내서 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입시든 입사든 그렇게 자기소개는 우리 삶 속에서 정말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자기소개 시간을 싫어했던 이유를 크고 나서 알았다.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였다. 이름이나 사는 곳, 취미나 특기, 성격 등을 말하는 게 기본이었는데 취미는 평범하고 다들 비슷해서 나를 드러내기엔 부족했고 특기를 말하기엔 괜히 부끄러웠고 성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나'를 드러낼만한 요소들이 없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 이대로 나도 날 모른 채로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날 좀 알아보기 위해서.

지난 과거와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를 꺼내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더 사랑해 주기로 했다.


Justin bieber(저스틴 비버)의 ' Love yourself'가 휴머니즘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헤어지고 미련 없이 떠나라' 였다는 말을 들을 땐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가장 첫 번째 대상이 '나'이어야 함은 변하지 않았다.



작가는 연애를 하지 않아도 사랑 이야기를 써야 하고, 개그맨은 슬픈 일이 있어도 남을 웃겨야 한다. 우리는 참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우리 스스로를 잘 모르면서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며 살기도 한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내가 힘들면 힘든 이유, 내가 기쁘면 기쁜 이유를 알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이든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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